미안해, 실수로 널 쏟았어
정다연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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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까.덧없다고 생각할까.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미련이 남을까.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미련이 남을까.100년도 지나지 않아 잊히는 건 아닌지 걱정할까.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후련하게 생각할까.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 뒤늦게라도 사랑받기를 바랄까. (-20-)


좋은 이별을 위한 완벽한 의식은 없다.
우리는 햇빛을 쬐면서 보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나는 말없이 하루 종일 잠적했던 어느날을 떠올렸다.그리고 헤어지는 마당에 "그날 왜 찾아오지 않았어?"라고 물었다.
"그날 너희 집앞에 갔었어.네가 없어서 한참 기다리다가 돌아갔어." (-66-)


결국 헤어지는 날 처음으로 그의 집에 갔다.불도 켜지 않은 응접실에서 우리는 한참 동안 포옹했다.붙잡는 그의 손길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더 머뭇거리면 손을 놓기 힘들 것 같았다.그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지하철은 왜 그렇게 느리던지.어느새 진 하루의 해가.훌쩍 보낸 시간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67-)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정의할 수 없는 관계를 지속한 경우도 있었다.하지만 내 삶에 변곡점을 만든 인연은 딱 둘이었다.첫사랑과 이 사람.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성숙한 어른의 태도를 배웠다.그리고 오해를 통해 또 하나를 배운다.끊임없이 대화하고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그 어떤 사랑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68-)


수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내 몸에 대한 분노와 혐오스러운 감정이 들끓었던 이유를 찾게 되었다.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와 아빠에게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이기적'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부정적인 뉘앙스라는 건 확실했다.그 말이 천천히 내 마음을 병들게 했다.부모님은 주관이 뚜렷하고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욕구가 큰 나를 이기적이라는 말로 타박했다.이치에 맞게 설명해주기보다 말로써 상처를 주었다. (-109-)


나는 엄마라는 뿌리를 통해 척박한 토양에 발을 붙였다.나쁜 것은 밷고 좋은 영양분만 쏙쏙 빨아들였다.뿌리는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넘마는 나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딸보다 아들을 더 챙긴다던 옛날 엄마들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나는 막연히 추측한다.엄마는 자신이 이룰 수 없었던 많은 꿈들을 딸이라는 대리인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건 아닌가.본인의 삶에 만족하더라도 시간과 육체의 한계를 넘어 '나'로 다시 태어나 새롭게 살고 싶었던 건 아닌가. (-158-)


내 인간관계의 원칙은 명확하다.첫째,나를 잃지 않는다.둘째,무리하지 않는다.셋째,애쓰지 않는다.넷째,평소대로 한다.아마도 나는 오랫동안 나답게 살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무리해서 노력했던 것 같다.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몰랐던 모습을 더러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꾸민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지쳤다.어느새 환절기 감기처럼 진득한 외로움을 달고 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212-)


"넌 다른 사람과 삶의 기준이 다른 것 같아."
이 말을 들었을 때 내 표정은 굉장히 심드렁했다.5m 가 훌쩍 넘는 나무에서 낙엽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물에 젖은 나뭇잎이 찬바람을 타고 몸을 흔들더니 내 머리 위에 앉았다.진지하게 말하는 칱ㄴ구 앞에서 나는 콧방귀를 끼며 머리 위로 떨어진 나뭇잎을 털어냈다.내 삶은 이번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죽기 전까지 해보고 싶었던 일을 다 못해볼 것 같아 매일 전전긍긍하는데,어떻게 내 삶을 타인의 기준에 맞추고 살 수 있을까. (-279-)


한 권의 책, 저자 정다연씨는 프리랜서 기자였다.서른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그 대에,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엮어냐고 있었다.상처와 아픔, 때로는 남들과 다른 기준점을 가지고 살아가면서,자신의 삶 속에 있었던 소소한 울분들을 꺼내게 된다.때로는 솔직하고,때로는 가감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 모습이 나로서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자의 삶은 저자의 삶의 기준이자 원칙이었다.그 원칙이 다른 사람들의 기준과 다를 수 있다.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기준이 획일화된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살아가면서,우리는 저자가 마주했던 그런 삶과 비슷한 상황들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때로는 사람과의 인연이 오해와 이해로 엮일 때도 있고,자신의 실수로 인해 그르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게 된다.그럴 때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멈추는 것, 빨리 가지 않는 것,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하나 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누군가의 삶의 원칙 속에 그 사람의 인생이야기가 있었고, 나 자신의 삶을 비추게 된다.애쓰면서 살아가다,예고되지 않은 무언가에게 상처를 받을 때 느꼈던 그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게 된다.애쓰지 않는 것, 힘들어 하지 않는 것,평소대로 살아가는 것,나 자신을 지키면서,내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그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꼭 지켜 나가야 할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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