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울랄라 가족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0년 4월
평점 :
가훈은 검은 궁서체로 정도 정아 정각이라 쓰여 있다.정도는 바른 길로 가고, 정아는 바르고 아름답게 크고 ,정각은 바륵데 깨우치라는 뜻이다.선이 곧고 아담한 궁서체는 가훈의 뜻을 횩돠적으로 드러냈다.정도 정아 정각을 가로로 나란히 배열해놓은 것도 깔끔하고 단정했다.'정도는 형이고, 저아는 누나다,. 중2병을 앓으면서 조금은 염세적으로 세상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이는 정각이다. 삼남매의 이름이 바로 가훈이고, 가훈이 삼남매의 이름인 것이다.(-22-)
정도의 시선이 조금뿔편해 보였다.혜정의 얼굴 화장이 약간 뜬 것 같았고,아이라인도 지워져 있었다.하긴 거울도 보지 않고 자신을 만나러 오는 혜정이나 그녀를 만날 때 심장이 뛰지 않는 자신이나 다를 게 없었다.한결같은 연애감정, 아니 여애가 아니라 그냥 일상이었다.도킹하는 게 아니라 서로 자신의 궤도만 빙글빙글 조는 그런 관계였다.애인이라 말하기에는 뭔가 붖복했다.'그게 서글펐다.어떤 때는 비참했다.'그래도 자신을 다독였다.연애하면서 저질이 되진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90-)
정아는 콧방귀를 뀌었다.정도와 정각은 안방에서 나와 자신들의 안방으로 돌아갔지만 정아는 기어이 안방에서나오지 않았다.어떡하든지 자신의 몫은 지켜내겠다는 결사 의지를 드러냈다.인국으로서도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이미 정아를 따돌리려고 한 것도 그렇지만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밑바닥까지 떨어졌으니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건 당연했다. (-162-)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정아 씨 꿈은 꿈이 아니라 과시욕 같아서요.꿈도 그렇고 사라도 그렇잖아요.꿈을 이루었을 때보다 간직하고 있을 때가 간절하고, 사랑도 사랑을 원할 때가 더 절실하거든요.근데 정아 씬 꿈이든 사라이든 벌써 다 이룬 것처럼 하니까 옆에 있는 사람은 불편해요.아니, 걱정돼요." (-220-)
정아는 도저히 병실에 그냥 있을 수 없었다.엄마한테 잘못했던 것들이 일시에 떠올랐다.낙원연립으로 이사왔을 때 그게 불만스러워 일주일이나 밥을 먹지 않고 불만을 시위했던 거, 청바지 안사준다고 이틀씩이나 투정을 부렸던 거,신형 핸드폰으로 바꿔주지 않는다고 헌 핸드폰을 일부러 화장실 변기에 빠뜨렸던 거, 적금 들어갈 돈을 지갑에서 몰래 ㅃ째내 친구랑 동해바다로 여핼 갔던 거,아버지한테 묶여 바보처럼 산다고 악다구니를 했던 거, 자신의 노력 보족은 모른 체 하고 대치동 학원에 안 보내둬 좋은 대학 못 갔다고 핑계 댔던 거, 봉제를 15년이나 한 손을 친구 엄마랑 비교해 손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한다고 핀잔을 줬던 것까지 하나하나 머릿 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294-)
"아버진 개지랄 세계챔피언이고, 난 개털 거지됐네." (-345-)
소설 울랄라 가족은 삐뚤어진 한 가정을 소개하고 있었다.인국과 은숙 사이에 태어난 세남매, 정도,정아, 정각이었다.남다른 이름을 가진 세남매와 그들이 살고 있는 낙원 빌라,하지만 이 다섯이 모여있는 한 가정은 행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가훈은 허울 뿐이었고, 아빠 인국은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하면서, 집안의 재산들을 탈탈 털어서 없애게 된다.'그 과정에서 아내 은숙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불치병에 걸리게 되었다.
그렇다.다섯 가족이 모여 있는 한 가정은 우리의 삶에서 벗어난 이야기처럼 보여졌다.하지만 우리 삶 곳곳에 자세히 돌아보면, 어딘가에는 있는 곳이었다.'가족은 팽개치고 다니는 무능한 남편,아내가 아픈지 안 아픈지 돌아보지 않는 아빠였다.세 남매는 그 과정에서 아빠의 나쁜 영향을 그대로 답습하고 말았다.아픔 속에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그 과정에서 다섯 가족에게 예기치 않는 유혹이 찾아오게 되었다.그건 거금의 돈이었고,그돈은 불법적인 돈이었다.하지만 그 돈을 함부러 쓸 수 없었던 다섯 남매는 금고에 돈을 보관하게 된다.여기서 소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돈이라는 큰 유혹앞에서 세 남매는 각자 자신의 입장들을 돈에 투영하게 된다.다만 불치병에 걸린 아내, 아니 인국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당한 아내만 초연할 뿐이었다.'살아간다는 것,죽은 사람은 죽어도 살아야 하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긴지 조심스러워지게 된다.돈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인해 안그래도 흔들리는 가정이 더 흔들리게 된다.네 남매와 아빠 인국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고, 각자 금고를 사수하게 된다.하지만 누군가는 진실된 행동을 하게 될 때가 있다.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죽음이 가져오는 양심과 성찰은 진실을 만들어 나가지만, 인간은 공교롭게도 그 진실을 들여다 보지 못하게 된다.세 남매가 아빠가 그동안 저지른 잘잘못으로 인해 아빠의 양심을 살펴보지 못한것처럼 말이다. 남들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울랄라 가족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