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 탐욕스러운 금융에 맞선 한 키코 피해 기업인의 분투기
조붕구 지음 / 시공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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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이 단돈 250만 원으로 창업했고 ,10년 만에 명실상부한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회사가 성장했던 10년간 해외 거래처는60여개국으로 늘어났고, 미국 , 중국, 유럽 등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11-)


그러던 2007년 겨울,거래 은행의 권유로 키코에 가입했다.가입당시의 회사 상황을 돌이켜 보면 가입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당시 회사는 경영자금을 끌어올 투자가 필요했던 상황도 아니었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경으로 이름 모를 금융상품에 가입할 만큼 불안정한 상황도 아니었다.가입을 권유한 은행의 설명이 그랬듯,혹시 있을 환율에 따른 손실을 대비하는 보험 차원이었다.말하자면 경영 안전망을 하나 더 쳐둔다는 정도였다. (-31-)


그때까지도 은행 제재를 유보하고 있던 금감원은 2010년 8월이 돼서야 은행 제재 및 키코 판매 은행 임직원 징계를 결정한다.겨우 솜방망이 처벌 수준으로 말이다.키코 사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금융당국은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지 아예 발을 빼버렸다.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81-)


박회장은 의심없이 은행과 키코계약을 맺는다.이후 총 186억원의 손실을 얻었고 피해를 막지 못해 회사를 매각됐다.기업 회생 신청을 했으나 키코를 판매한 은행이 기업 회생을 반대해 그 길마저도 막혔다.이후 해당은행의 지점장이 회사 관리인으로 왔다.당연히 대표이사직은 빼앗겼다.일흔을 훌쩍 넘긴 박용관 회장은 지금 신용불량자가 되어 고철 유통업으로 지난한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금융권의 지원으로 회사 경쟁력을 더 높여 국가에 기여하려던 12년 전의 꿈이 이렇게 악몽으로 바뀔 줄은 몰랐을 것이다. (-173-)


2019년 12월,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위원회 관련 발표가 있었다.키코 사태가 발생하고 자그마치 11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은행이 4개의 기업에 총 256억원을 배상하라는 결과는 키코 피해 기업 900여 개사가 11년의 세월동안 겪었던 고통과 피해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키코 투쟁 이후 처음으로 나온 정부 차원의 구제책이란 점과 키코 사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뗏다는 점에 그 감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48-)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난다.그 영화 속 주인공 설경구가 철길 위에서 인상적인 장면 하나를 남겨 놓았다.설경구가 말했던 그 한 마디 '나 다시 돌아갈래'는 우리 삶 속에서, 우리 인생에서 언젠가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된다.삶의 발자취에서 결코 선택하지 말았어야 하는 굵은 점이 내 삶의 모둔 것을 불행으로 바꿔 놓았을 때,한 인간은 하루 아침에 저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회복 불가능한 상태는 언제나 우리 앞에 놓여져 있고,그로 인해 우리는 치명적인 상처를 얻게 된다.


이 책을 쓴 조붕구씨도 마찬가지이다. 무역인으로서 수출업을 하였던 저자는 건실한 중소기업 사장이었다.하지만 그 건실한 기업이 10년이 지난 뒤 2007년 ,키코 사태로 인해 인생이 밑바닥으로 내려가게 된다. 은행의 일방적인 요구조건과 달콤한 유혹, 수출기업들이 항상 고민하는 변동성이 강한 정부의 환율 정책이 그들이 불완전 파생금융상품 키코로 유혹을 돌리게 되었고,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이 책은 바로 그런 우리의 삶과 인생을 반추하게 된다. 내 삶의 발걸음과 기회들,그로인해 사람들은 많은 것을 놓쳐버리고, 가진것조차 버릴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지게 된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못하게 되고,은행의 횡포, 금융감독원의 무능력함과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적폐들을 목도하게 된 조봉구씨는 혐력업체의 연쇄적인 도산으로 인해 불난데 부채질 하는 형국을 맞이하게 된다.키코 금융상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팔았던 6대 시중 대형은행은 그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겼으며, 건실한 중소기업은 하나 둘 무너저 내리게 된다.법에 호소를 하지만 법은 저자의 편이 아니었고,대형로펌은 자본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그때 당시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이었다. 즉 그것은 우스운 상황이었고, 그 당시 정부의 고환울 정책은 기업의 회생절차까지 막게 되었다.신용등급 1등급이었던 중소기업 CEO들은 줄도산은 불가피하였고, 최악의 신용등급을 얻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뼈아픈 복기였다.살아가다 보면 실패도 있지만, 회생불가능한 실패는 거의 없었다. 우리 인생 대부분 실패에서 성공으로 나아가게 된다.하지만 저자는 그런 최악의 실패를 인생에서 경험하게 된다.스스로 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 성실함과 노력으로 일관해왔던 자신의 그 순간들이 물거품이 되었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그리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키코 사태는 끝난게 아니며, 또다른 형태의 키코는 반드시 한국에 다시 낱카날 거라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겨 놓았다.그리고 그것이 2019년 새로운 형태의 불완전 판매 파생금융상품 DLS,DLF 가 나타나면서 또다른 피해자들이 다시 등장하게 되면서,저자의 생각이 맞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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