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이창훈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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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움의 이유

내가 서러운 건
네가 미워서가 아니다.
네가 아파서다.

내가 이렇게 아픈 건
네가 없어서가 아니다
너는 없어도
네가 준 마음이
내 속에서 여전히 속삭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토록 서럽게 우는 건
내게 준 네 마음 때문만은 아니다.

미움보다 
받은 사랑이 너무나 크다는 걸 
우는 가습이 알았기 때문이다.

받은 사랑을 돌려줄 길이
이제 더는 내 앞에 놓여있지 않다는
아득함
막막함
먹먹함
그 서러움 때문이다. (-14-)


분수

분수는 분수를 모른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
분수는 
분수를 모르기 때문에 솟는다.

중력을 거슬러
까치발을 하고 불안하게
저 너머의 사랑을 넘본다.

퍼올린 눈물로
온 세상을 적시기라도 하겠다는 듯

분수는 
분수를 모르고 피었다 진다.

땅으로 추락해
처참하게 깨진 물방울들이
물의 무덤으로 흐르고 흐를 때

슬픔의 키높이에서
무지개는 순간 피었다 진다. (-35-)


화양연화

그 꽃이 어디서 피기 시작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 돌이 어디서 솟아올라 섬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 샘이 어디서 은은히 고여와 맑은 눈물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저 바람은 멀고 먼 과거로부터 불러왔지만
오래된 미래를 거슬러
여기로 불어오기도 했을 터

눈 멀지 않고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들을 동경했던 시절이 분명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시간은
무섭도록 일직선으로 이 새을 통과할 것이다.

그것이 어디인지 누구나 말할 순 있어도
분명한 종점은 아닐 것이다.

사라진다는 것
시간의 입술이 끝내 입맞춤하는 것들이
지는 꽃
침묵하는 돌
피가 흐르지 않는 몸이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뒤늦게 알겠지만

어쩌면 적멸이 아닌
소멸을 향해
소멸이 결코 영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그것이 바로 
이 생이 가는 길이라해도

어딘가를 그리고
어딘가로 가려하고
누군가와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이별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와 지그시 만나
한 마음 지순히 내어주는 

매순간 그런
찰나를 단 한 번의 순간으로 산다면
살아낼 수 있다면

빛나는 햇살 한 줌
부드러운 재처럼 내려와
시간이 입맞춤한
침묵의 생을
따스하게 피돌게 할 것이다.

그곳 그 자리
온통 그리움의 땅으로
꽃들 피고 지리라
삼들 물 위로 솟아나리라
샘들 고이지 않고 흐르고 흐르리라. (-44-)


사랑이었다.인간의 삶의 대부분은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하나의 피덩이 존재로 태어나서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랑,그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불행의 늪으로 빠지는 이유가 된다. 인간의 일생 속에서 사랑이 없다면, 그 사람은 사랑의 존재감을 부여받지 못하게 된다.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질투와 서러움과 그리움과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인간을 언급할 때 사랑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어서였다. 하나의 시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검증하게 되었고,왜 우리에게 사랑의 절대적인 요소, 사랑이 나에게 필요한지 알게 된다.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랑, 책 속 <서러움의 이유>에서 사랑은 꽃이었고, 빚이었고,서러움의 원인이 된다.결국 인간의 삶 속에 죽음이 있으며, 그로 인해 내가 받았던 맹목적인 사랑을 그 사람에게 돌려주지 못함으로서, 서러움이 나타나고,그리움이 나타나게 된다.


시 <분수>는 물질적인 가치, 땅에서 솟아오르는 분수를 언급하고 있다.이 시에서 '분수'란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땅에서 솟아오르는 분수와 '사물을 분멸할 수 있는 지혜' 이 두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그 개념이 서로 통하는 이유는 시인의 시적 감각과 이질적인 것의 동질성 찾기 때문이다.여기서 인간의 이기적인 사랑은 결국은 분수를 모르는 감정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과 일치한다. 땅속에서 끊임없이 하늘 위로 솟구치는 분수의 물줄기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면서 분수를 모르고 살아가고,그로 인해 나자신의 선택은 필연적인 후회와 엮이게 된다.


시 <화양연화>는 지극히 인상적이다. 나의 경우 이 시에서 영와의 모티브를 느끼게 되었다. 장만옥, 영조위 주연의 홍콩 연화 <화양연화>를 시적으로 표현함으로서, 꽃과 사람을 연결시키면서, 그안에 화려한 입맞춤을 느낄 수 있었다.화려한 입맞춤은 결국 한 순간이며,우리가 원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가 꿈꾸는 사랑은 화려함을 느끼게 되는 화양연화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내 삶이 꽃이 되고, 삶이 사랑이 되는 것,시를 통해서 이상적인 상상을 하게 되고,그 안에서 현실을 느끼게 된다.나 자신을 관통하는 사랑에 대해서 한번 더 느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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