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휴일도 없이 걷는사람 시인선 21
이용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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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공방

새벽에 깃털을 주웠지 어느 새의 시체에서
간지러운 체온이 손바닥으로 옮아왔지
따뜻한 절망은 너를 닮았지

새벽에 꽃잎을 주웠지 어느 정원의 나무 아래
깨지지 않는 물이 순바닥으로 굴렀지
투명한 육체는 너를 닮았지

너의 그늘이 울창해지면

이슬로 빚은 새도 날아가기를.(-14-)


천국이라는 이정표

우울과 환각의 시간은 갔어 하얗게 정제된 핏속에 녹아버렸지 여자는콩나물 대가리를 딴다. 똑, 똑, 똑 눈이 깊구나 눈보라가 치고 있다.똑,똑,똑 알약 몇 알에 주름이 깊어졌어 여자는 노래처럼 정물처럼 앉아서 똑,똑,똑 어디서 물이 새나 보다 피가 한쪽으로 쏠리면 가볍지 희어지지 아름다워지지 독,똑,대가리를 잃은 희고 날씬한 몸이 수북하다 병아리 심장은 어디다 버리고? 똑,똑,똑 우울과 환각의 시간이 왔어 눈이 깊구나 여자의 손톱은 짧고 노랗다 목을 늘어뜨리고 여자는 어둡다 똑,똑,똑,노래한다 여자천국이라는 이정표 (-19-)


연리지

달아나는 
손이 손을 잡았다
팔이 팔을 얽고
빰이 뺨을 눌렀다
발로 발을 누르고

가슴사이에서 
하늘이 늙어갔다
불을 끈 별들이 늘어가는 동안

새들이 날아와
깃털 수북한 빈집만 남겼다.
맞댄 머리 위

다른 나라의 물을 길어와
도드라진 옹이마다. (-52-)


작약

우울이 자궁의 일이라면
난 푸른 피,흐르지 않는 혈관에
갇혀 있는 거지

심장을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가네

슬픔이 비장의 일이라면
난 굳은 향, 불지 않는 바람에
살고 있는 거지

돌아래 속눈썹을 묻고
물 위에 색이 번졌다는

여자가 건너가네 하늘하늘
얇은 계절이 따라가네

몸을 열어 황폐가 되고
노래를 불러 고혹이 되니

이야기가 밤의 일이라면
꽃이 염치의 일이라면
나비를 부르지 않는
그늘이 나의 일이라면 (-77-)


시를 읽는다.시는 지극히 시를 써내려가는 시인의 시상이 오롯히 들어가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와 의미를 텍스트에 무게를 부여하고 있었다. 압축과 상징이라는 두개의 칼자루를 가지고 춤추고 있는 시인의 시상은 내 가치관을 흔들어 놓고 있었고,나의 감정을 흔들게 된다. 시느 그렇게 내 곁에서 생각과 행동의 기준점이 되어서, 나의 생각을 유혹하게 된다.


시인 김용인님의 <시는 유일도 없이>는 걷는사람 시인선 21번째 이야기다. 시인의 시상은 철저히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채워져 있었다.저자는 일상 속의 소소한 것들을 깊이 들여다 보고, 호홉을 조절해 나가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의 연속선상에 보이지 않는 이름 없는 무명의 여성이 있었고,그 여성이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을 감정과 감성의 동선과 서로 절묘하게 시와 엮여가게 된다.지극히 여성이 간직하고 있는 육체적인 모양새,남성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동선들, 그 보이지 않는 울타리와 장벽과도 같은 그 무언가가 시 속에 채워지게 되었으며, 시 속에 감춰진 주인공은 우리의 삶과 역이게 된다.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시, 여성은 마음속에 한을 품고 있는 듯하였다.한 여성은 콩나물을 다듬으로면서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 속에서 주인공의 시선의 동선을 따라가고 있었다.불안한 감정, 불안한 시선들, 감정의 동선의 변화는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가치관.,나와 함께 하는 누군가의 사랑의 가치를 흙에 기대어 살아가는 연리지에 미유하고 있었다..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나무가 엉키면서 성장하는 그 과정이 묘하게도 인간의 삶과 교차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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