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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 신재민 전 사무관이 말하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행정부 이야기
신재민 지음 / 유씨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찬성 234표로 압도적으로 가결되었다. 국회 밖에서 탄핵 가결을 기원하며 장미꽃을 나누던 시민들은 '국민이 승리한 날'이라며 환호했다.'탄핵'이란 주제를 논의하는 것조차 소극적이던 국회를 결국 탄핵소추안 의결까지 논의하게 만든 원동력은 시민들이었다. (-24-)
그게 아니었다. 실상은 달랐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당선을 위해 필요한 핵심 중 하나가 지역 경찰 조직의 지원이라 했다. 지역 분쟁 현장 중 하나가 지역 경찰 조직의 지원이라 했다. 지역 분쟁 현장에 항상 뛰어가는 경찰 조직이 국회의원들에게 협조를 잘 해 주면 국회의원들은 지역민들의 민원이나 지역 여론 등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재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의원이 경찰 측에 받은 것이 있으면 그들에게 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었고 그중 하나가 파출소 신축이었던 것이다. (-69-)
그네들이 기사 쓸 대 보면 알고 있는 게 더 많아도 우리들 배려해서 살살 써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아. 진짜 무서운 건 일선 막내 기자 ('말진'이라 한다)들이야.일선 기자가 기사를 써내면 요즘은 데스크한테 부탁을 해도 통제가 안 된다고 해.진짜인지 핑계를 대는 것인지 몰라도 '나는 바꿔주고 싶은데 일선 기자가 물러서질 않는다'고 말이야. (-109-)
혹자들은 중앙 부처만의, 기재부만의,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만의 특성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다.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갑'중의 '갑'인 기재부 공무원의 권한이 큰 것은 사실이다.그렇지만 중요한 국가 기능을 수행하는 부처들은 크든 작든 모두가 권한이 팽창되어 있다. (-170-)
지금은 사회가 너무 전문화되었고 법도 너무 복잡하다.각각의 업무에는 민간 전문가드도 많다.비전문가들이 일하는 행정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직급과 일직 경로를 떠나 능력있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보직을 바꾸는 관행은 잘몫되었다. 보직 경로를 고민해야 하고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그 일을 하게 해야 한다. 행정이 바뀌고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다. (-235-)
내가 전화만 돌리고 있으니 국민안전처는 빨리 자료를 작성해달라고 독촉해왔다'어쩔 수 없이'주먹구국식으로 적어줬다. 국지전이 일어난 것을 가정했으니 환율은 오를 것이고 금리도 오를 것이고 자금은 유출될 것이고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전시 예산 편성 및 집행 수치도 내가 쓴 숫자를 가지고 브리핑이 진행되었는데 알굴이 화끈거렸다. (-280-)
제주도청의 '2019년도 예산서'는 3권짜리다.1권 1182쪽 ,2권 762쪽, 3권 706쪽으로 총 2650쪽에 달한다.외부에서 예산을 분석하려면 3권 2650쪽을 모두 읽어야 해서 엄두를 낼 수 없다.책자가 아닌 엑셀 파일이라면 피벗 테이블을 이용해서 여러 분석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민감한 내용이 있어서 줄 수 없다'고 했다.지자체의 예산에 국가 외교 안보 통일 등 공개되어 국민에게 해가 되는 정보가 무엇이 있는가. 하물며 이미 책자로 발행된 자료인데 말이다. (-337-)
책을 쓴 저자 신재민은 행자부 출신 사무관이며, 청와대 문건과 관련한 사안들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를 알게 되었고, 본업이었던 공무원이 아닌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이 책은 바로 우리사회의 껍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왜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고, 정부가 새로 바뀌면 ,거기에 발맞춰서 달라지지 않는지 그 민낯을 파악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사람들은 큰 기대를 해 온 것은 사실이다.대부분의 국민들은 세월호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즉 대통령의 의지는 바로 자신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세월호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검경언 유착관계의 현실들을 파악하였고, 공수처 설치와 선거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있었다.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검경언 유착관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개혁도 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실제 정치인들이 사회적인 문제와 갈등을 봉합하는 일을 하지만, 그 실무는 공무원에 준하는 이들이 하고 있기 대문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공무원 사회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공무원 사회에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즉 정권이 바뀌려면 공무원사회를 긴장 속에 내모는 방법이 있다. 서울 시장 박원순 시장과 경기도지사 이재명 도지사가 먼저 한 일이 공무원이 스스로 일을 제대로 하도록 조직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특히 공무원 사회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공무원 비리가 생기는 이유, 보수 정치인들이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이유는 공무언 사회의 관행과 유착관계가 보수 정치인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으로 서로 챙겨주면서 ,조직을 살리고,자신고 사는 관행이 있는 것을 볼 때, 대통령 한사람 바뀌면 ,정부관료들이 같이 바뀌는 이유는 여기에 있고, 그 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공무원 집단도 알 수 있다.
사실 그렇다.세상이 바뀌려면 감시기능과 통제기능이 있어야 한다.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여러 법적인 감시 제도들을 적제적소에 써먹지 못하고 있다.즉 나의 경우 시의회에 방청하면서, 지방 제정의 현주소를 파악하게 되었고,세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알게 되었다. 사업계획서가 2000페이지가 넘는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시의회와 공무원의 보이지 않는 유착관계이다. 세금이 시의회를 거치면서, 삭감되지만, 그 삭감된 예산은 다시 다른 곳에 쓰여지는 그 관행을 뿌리 뽑지 않는 이상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각 기관의 관청들이 새로운 관청으로 바뀌는 이유는 그들간의 서로 예산따먹기가 있으며, 보이지 않는 소소회의가 쪽지예산 낭비가 만들어지는 이유였다. 즉 그들만의 예산 따먹기 카르텔을 근절하려면, 지속적인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그들이 실제 예산을 어떻게 쓰고 어떤 곳에 쓰여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들을 하면서 ,공무원이 각자 자신의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공무원 조직 내에서, 항상 긴장하도록 할 대 ,공무원 사회는 점진적으로 바뀌게 되고,그로인해 세상은 국민을 위한 세상으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