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펜션
김제철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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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에서 성천은 역사적으로 기억될만한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두 가지 일이라면?"
"해방직후 시월폭동과 육이오 때 성천전투입니다."
"시월폭동과 성천전투라...."
백경훈이 이지환의 말을 나직이 되뇌었다. (-17-)


"저는 시월사건의 폭력성을 정당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명백히 그 사건은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유혈참사였습니다.다만 내부적으로 구조적 모순이 없었다면 그런 참사가 가능했을까 하는 겁니다.말하자면 상존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 어떤 계기로 폭력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게 아닌가 싶은 거지요."
"그러니까 그 어떤 계기란 게...?"
"당연히 좌익세력이 그 구조적 모순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 역할을 했겠죠.그래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인간에겐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그걸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같아서요." (-40-)


"학도병은 틈만 나면 중대장의 막내 사촌형을 죽이려고 기회를 노렸소.직접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아니지만 원수 무리의 동새이었고 또 스스로 적 치하에서 앞장서서 적을 도운 좌익이었으니까 얼마든지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요."(-87-)


"그렇지만 묘하잖소? 부잣집 사촌형은 좌익이었고 가난한 집 사촌동생은 우익이었소.그러면서도 서로 아껴주고 따랐다는 게 신기하잖소?"
"그러내요."
"그땐 모두 뭐가 뭔지 제대로 몰랐소.그래서 올바른 선택도 못했던 거요.지금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모두 스물 남짓한 어린 사람들의 일이었소." (-92-)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많은 전쟁을 치루었고, 민족간의 비극도 연출한 거대한 전쟁도 경험하게 되었다.6.25 동란으로 인해서 남북으로 나뉜 대한민국 사회는 광복 이후 어느덧 75년의 시간이 흘러왔다.1950년 일어난 6.25를 우리는 민족적 비극이라 말하고 있다.역사 교과서에서나 언급하는 그 실체를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므로 몸이 아닌 머리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수백만의 동족이 사망하였고, 남침인지 북침인지 분분한 사회 속에서 왜 우리가 전쟁을 치루면 안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소설 <그린펜션>은 바로 그런 우리 사횡나의 내제된 고통과 상흔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책이다.책에서는 성천이라는 작가가 만든 지명을 내세우고 있으며, 6.25 전쟁의 변곡점이 된 성천전투,시월 폭동에 대해서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소설은 허구와 사실 사이의 경계에 있으면서, 좌익과 우익을 같이 동시에 놓고 있었다.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이념이 민족을 어떻게 분열하였는지 따져 보게 된다.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이들은 돌아가셨고, 30년이 지나 그 후손들이 다시 모에게 된다.그 후손들은 서로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시 모이면서,각자의 직업적인 관점이나 경험에 의거해 기록해 나가고 있으며, 기억해 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비극적인 상황이 나타나면 우리는 그 과정에서 기회를 엿보고, 분노하게 된다.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나태함과 악의 잔혹함의 실체,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 하지만, 그 결과물은 생명을 앗아가는 촉진제에 불과하다. 이 소설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성천전투와 시월폭동은 역사적인 사실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삶과 엮이고 있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쟁은 전쟁의 당사자에게도 힘든 것이지만, 그 후손에게도 힘든 요소이며,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가 전쟁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현실 속에서 전쟁의 껍데기가 아닌 현실적인 오류와 왜곡을 짚어나가고 있었다.그리고 민족간의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유,6,25와 같은 비극적인 요소가 나타나서는 안되는 이유를이야기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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