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고양이 - 닿을 듯 말 듯 무심한 듯 다정한 너에게
백수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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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바쁜 고양이였다.'어쩌다 집냥이'가 되어버린 지금은 하루 종일 캣타워를 오르내리며 창밖 너머를 구경하는 게 고작이지만, 예전에 살던 공원은 나무가 아무리 뛰어도 끝이 없을 만큼 광활했고 볼거리도 많았다.베이스캠프와도 같았던 길냥이 급식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몇 시간씩 '마실'을 나갈 대면,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19-)


그래서 초반엔 부정했다.'눈가가 간질간질하고 재채기가 잦아지고 집에만 가면 콧물이 흐르는 증상'이 나무를 데려온 이후에 생겨난 것 같지만 그게 나무 때문은 아닐 거라고 .그러던 어느날 ,나무와 뽀뽀를 했다가 입술 위쪽이 빨갛게 부어오른 뒤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66-)


"공원에 치즈 두 마리가 새로 왔는데 뒷발 한쪽에만 양말신은 애가 어미고 카레 먹은 애가 달이에요.공원 터줏대감인 고등어랑은 만날 때마다 하악질을 하고 사이가 안 좋았는데 ,요즘은 벤치에 앉아서 같이 식빵을 굽고 있더라고요."

이 말을 모두 이해한 당신, 이미 훌륭한 냥덕이다.(-130-)


봄은 나무에게도 잔인한 계절이다.추운 겨울에 감기라도 걸릴까봐 미뤄왔던 '냥빨(고양이 빨래의 줄임말로 목욕시키는 걸 말한다)'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털 사이사이에 남아 있는 죽은 털을 물로 씻어내면 털 날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꼬질꼬질해진 나무를 위해서도, 아레르기로 고통받는집사를 위해서도 만드시 거행해야 하는 의식익다. 다만, 의식을 치르고 나면 팔다리에 찍히고 물린 상처가 남을 수 있다.여름옷을 입기 전에 상처가 아물게 하려면 냥빨은 이른 봄에 해치우는 게 좋다. (-178-)


나무가 견딜 수 없어질 때면 나를 돌아본다.고양이는 잘못이 없다.고양이는 한결같이 행동하는데 받아들이는 나의 기분이 다를 뿐이다.내가 심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을 땐 밥때가 되어 우는 소리도 '어련히 줄 건데!'싶어 짜증이 난다.반대로 내가 기분이 좋고 여유가 있어 낚싯대를 흔들며 놀아주려고 먼저 덤벼도 나무는 본체만체할 때가 있다.둘의 타이밍이 언제나 맞을 순 없다. (-212-)


저자는 방송국과 신문사를 오가면서, 어쩌다 집사가 된 케이스였다. 실제 현실 속의 숲 속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 '나무'와의 첫 만남은 작가의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리였다.그 소리는 어느 순간 소설 속 메시지의 주인공이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스스로 집사로 자처하게 된 케이스였다.하지만 저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고양이 타액이 몸에 묻으면,곧바로 고양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고, 콧물을 흐리고, 온몸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그리고 고양이의 특징,물을 싫어하는 고양이 냥이의 습성을 거두려면, 팔과 다리에 상처가 나는 것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고양이 나무를 거두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다른 사람의 눈이츨 보지 않게 되었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집안이 온전히 나무를 위한 인테리어오 바뀌게 되었다.길냥이에서 집냥이로 터전을 이동하면서, 중성화 수술을 해야 했고, 실제 현실 속의 너무를 캣탑으로 써왔던 나무는 집냥이가 되면서 집안의 모든 공간을 캣탑으로 쓸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저자는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음에도 냥이 나무를 거두게 된다.그 이유는 길냥이의 수명이 집냥이보다 짧기 때문이었고, 나무와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게 해낼 수 없는 것들을 자자는 스스로 감내하였으며, 고양이 냥집사에서 냥덕후로 거듭나면서, 삶의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되었다.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일상속의 소소한 행복에 애해서 상기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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