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읽는 순간 푸른도서관 83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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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좀 좁지?"
엄마는 어쩑지 쩔쩔매는 듯 보였다.
"당분간 둘이 같이 지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뒤에 덧붙인 말은 나한테로 날아들었음을 엄마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입을 삐죽어 보였다.
"싸우긴 ,내가 엄만 줄 알아?" (-10-)


"도서관 다녀올게요."
분리되지 않은 공간, 이모부가 와 있으니, 나가 있으려는 영서 심증을 알면서고 괜스레 탓하듯 묻게 됐다.
"도서관에 꿀이라도 발라 놨니?"
영서는 그저 웃었다.눈가와 입가에 희미하게 번지는 억지웃음이 오히려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서가 나가자마자 남편한테 말했다
"영서도 데리고 가." (-64-)


"엄마랑은 문자 자주하니?"
살만 발라낸 굴비를 영서 밥 위에 얹어 주며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아니요."
"일하느라 많이 바쁘신가 보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도서관에서 하룻밤' 프로그램을 걱정하고 있는 듯 영서가 가만히 끄덕였다.
"그럼 아직 못 만났겠구나."
"네."
"동의서 말씀은 드렸고?" (-115-)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뒷모습을 보여주는 어린 소녀의 모습, 그아이는 소설 속 주인공 중학생 주영서였다.예고되지 않은 이유로 삶의 터전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지 않은 곳르고 가야 하는 주영서는 자신과 닮았지만, 핏줄은 다른 고모 집에 머무르게 된다.그로 인해 같은 또래의 사촌과 동거동락하게 되는데, 그 모습은 따스하기 보다는 안스러움 그 자체였다.즉 이 소설은 한 가정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어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감추면서,그 문제가 대를 이어질 대 생기는 우리의 사회적인 문제를 엿볼 수 있으며, 주영서는 고아가 아니지만 처해진 상황은 고아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조용하고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그 모습 속에는 각박한 사회에서 ,자신이 상처받을 짓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하지만 영서가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플라톤의 동굴과 같은 곳이 있었다.자신이 자고 먹고 즐기는 친척 집에서는 눈치를 보지만, 도서관에서는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좁은 집, 지하 단칸방 보다, 도서관에 가서 사서들과 접촉하면서,조용히 책을 읽는 것이 영서의 주된 일과였다.남들과 다른 행동, 그런 모습을 눈여겨 보았던 사서는 영서에게 말을 붙이게 되는데,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영서의 딱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소설은 바로 우리의 어른들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비추고 있으면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상황들은 어른들의 모습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공격적이고,이기적인 행태,스스로 현실 도피를 하는 영서의 뒷모습에는 가벼움과 멸시어린 언어들이 쏟아져 나온다.의도되지 않은 언어,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영서 앞에 쏟아지게 되고,  그 과정속에서 우리의 또다른 슬픈 자화상을 느꼈고, 아픔 속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소설 속에서 깊이 알게 된다.사회적 연대, 가족의 해체가 한 아이에게 미치는영향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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