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는 잘될 거예요 - 나를 성장시키는 인생의 전환점에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권수호 지음 / 카멜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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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은 몰래 내게 다가와 마음을 독차지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해 결국 갖고 싶은 걸 사게 만든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면 조용히 사라진다. 이번에 산 청소기는 그나마 필요한 물건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18-)


시간이 흘러 저 집게가 자라게 되면 안전했던 지금의 고둥을 박차고 나와 더 큰 고둥을 찾아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녀석도 두려워할지 모른다. 크고 작은 위험을 맞닥뜨릴 테니까. 가는 길 중간마다 포식자를 만날 수도, 고둥을 놓고 다른 집게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 작디작은 집게는 그 모든 걱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온전히 감당하며 살아갈 것이다. 녀석은 이미 알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이까짓 두려움 따위는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제주에서 마주한 고둥 속 집게 덕분에 우리 가족이 간직할 추억이 하나 늘었다.그리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64-)


돈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무작정 덜 쓰고 모으는 것일까? 돈을 모으겠다고 지지리 궁상이 되고 싶지는 않다.외식비를 줄이겠다고 집에서 밥만 해 먹을 수 없고, 여행 갈 돈을 아끼겠다고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 없다.소비를 줄이려다가 삶의 질까지 빠르게 줄어들까 두렵다. (-116-)


사물함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 있던 가족 사진 한 장.사물함이 열려 있어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또 하나의 잠금장칲를 마련해 둔 곳.그곳에 내 가족이 있다.들어 있는 것들 모두 내가 죽을 때까지 지켜 가야 할 소중한 것들이지만, 행여나 사물함의 문이 열려 다른 것들을 모두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가족만큼은 그럴 수 없다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었을까. (-160-)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짐을 들고 다닌다. 책임감, 욕심, 스트레스, 좀처럼 쌓이지 않는 통장 잔액,조금만 실수해도 눈치주는 회사 사람들.말 안 듣는 아이들 등, 편안하게 잘 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이놈의 현실은 어느새 큰 짐이 되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버린다.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내 삶은 언제나 정원 초과다.
그래서 그렇게 갑갑했던 것일까. 마음 속에 가득 찬 짐들 때문에 불안했다.쉬고 있어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고 조급하게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지금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더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믿었다. (-200-)


태어나서 마흔 언저리까지 성공과 성장을 위해서 매진하게 된다. 사회에서 정착하게 되고, 가정에서 정착하게 되는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느 순간 많은 것들을 목도하게 된다.그건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다.성장하고, 앞서 나갈 땐 몰랐던 것들이,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올라가면 잘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었다.즉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 남을 보고 가야 하는 그 시점이 마흔이다. 소위 마흔 하면 불혹을 떠올리는데, 실제 우리 현대인에게 마흔은 흔들리기 딱 좋은 나이다. 흔들릴 수 박에 없는 현실이라면,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고, 잘 흔들리고, 잘 춤출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생길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


마흔이 되면, 어깨에 힘을 빼야 하는 나이였다. 나 자신의 목소리를 줄여 나가고, 남을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누군가 내 앞길에 떡 서서 남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적재적소에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야 하는 나이. 계획된 삶, 성실한 삶,노력하고 도전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 가족을 위한 삶 그 자체이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삶을 되돌아 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때 우리는 삶의 의미와 삶의 방향성을 만들어 나간다.


잘 내려와야 하는 나이, 그리고 오십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마흔이다. 십대일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이십대가 되길 바랬지만, 서른이 되자 조금씩 두려움이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고, 스스로 움츠러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원칙과 기준을 잘 설정해야 넘어지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 즉 마흔은 잘 날아다니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 낙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곤충이 허물을 벗고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듯이 마흔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것, 책임과 의무를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만, 그 족쇄에 묶여 있지 않아야 마흔 스스로 나이에 책임을 지고, 온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내 삶에 대해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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