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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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빰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앉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33-)


백일도 안 된 어린 것을 밥알처럼 떼어 처가로 보냈다

아내는 서울 금천구 은행나무에서 밥벌이한다

가장인 나는 전라도 전주 경기전 뒷길에서 밥벌이한다.

한주일 두주일 만에 만나 뜨겁고 진 밥알처럼 엉겨붙어 잔다. (-72-)


물고기는 물을 
흘러가게 하고

구름은 하늘을 흘러가게 하고

꽃은 
바람을 흘러가게 하고

하지만 
슬픔은
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142-)


잠에서 깨버린 새벽 다시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생뚱맞게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건 인터넷 메인 뉴스를 도배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 때문만은 어닌거지.(-257-)


시를 좋아하고, 시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필사와 낭송이 있다.시는 빠른 변화의 시대 속에서 지국히 느림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꼭꼽 씹어먹는 법을 알게 된다. 인생에서 스쳐지나가는 것들,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향한 분노의 씨앗,그 하나하나 느낌 속에서 내가 채워야 할 것들을 한번 더 상기해 보게 되었다.우리는 알게 된다.살아가면서, 공감과 이해와 믿음,신뢰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말이다.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인간의 탐욕과 욕심 때문에 그 가치를 잃어 버리게 되고, 빛을 마래지게 되는 이유였다.살아가면서,우리는 스스로를 다독거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의 발상과 시선,그것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서,어떻게 향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바뀔 수 있다.그건 우리 스스로 감지해야 하는 부분이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좋은 시란 무엇일까,지극히 우리의 삶과 인생을 은유적으로 그려내면서, 그리움과 기다림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살아가면서,놓치고 있었던 것들 하나 하나 생각하게 되고,그 안에서 먹을 것을 얻게 된다.또 한가지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 삶에 대한 가치였다.


공감과 이해,이 두가지는 너무 중요한 요소들이다.왜냐하면 우리는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미워하고, 질투하고, 갈등하고 반목하는 가운데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함으로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것들이있다. 우리가 후회하는 수많은 것들은 슬픔의 근원이 되는 이유였다.악함과 선함으로 구별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정작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한 번 더 상기시켜 볼 필요가 있었다. 느끼고, 사랑하고, 좀더 생각하는 것,시인은 시를 써서 독자들을 설득하고, 소설가는 소설을 써서 독자를 설득하게 된다.그 하나 하나를 느껴 볼 수 있고,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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