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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맑아져 꽃이 되겠지
최남수 지음 / 새빛 / 2020년 1월
평점 :
나에게 시란
나에게 시란
언어로 파낸
마음의 판화이다
얼기설기 생의 조각들
만몸된 모자이크다
가슴의 빗물
한 데 몰리는 도랑이다
한 올 한 올 날려 보내는
삶의 습기이다.
시 한 줄 뚝 떨어졌다.
한 생이 묻어난 채로.(-11-)
고향의 시선
고향에 오면
도시의 시력이 흐릿해진다.
앞으로 앞으로만 바라보던
수십 년을 한걸음에 내지르시며
어머님은 소담하게
추억의 노를 저으시고
할아버님 낮잠에
햇볕도 꾸벅 졸던 대청마루
언제 큰 대자로 누워봤던지
바짝 마른 부산한 마음
젖은 고향 품에 안기면
이번도 어김없이 무장해제다. (-22-)
노을 접속
순간과 순간이 얽혀
여기까지 왔다
날개 없는 나는
비행을 바라볼 수 밖에 없어
물살에 휩쓸리지 않은 노을에
날 묶어놓고 왔다.(-47-)
깊은 춤
바람에 맞서다 밀리다
한 생의 몸짓
깊은 춤이 됐다
휘어진 만큼
나무는 바람을 안다.
바람은 나무를 안다(-71-)
시는 다른 장르와 다륵게 세번 읽게 된다.눈으로 읽게 되고, 귀로 읽게 되고, 손으로 읽게 된다.묵독을 하면서 한 번 읽어 나가고, 낭송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읽으며, 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읽어나가게 된다.시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음미하면서, 다시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내 몸에 언어로 파낸 판화가 되어지는 것이다.하나의 모자익이 또다른 모자익이 되어서,우리는 시를 통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내 마음을 위로하게 된다.
경제학자 최남수의 디카시집은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사진과 시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돌이켜 보면 우리는 시를 쓸 때, 생각으로만 쓰여지지 않았다.깊이 관찰하고, 깊이 사유하고, 깊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 보며 , 내 안의 경험이 어우러질 때 깊은 시가 만들어지고, 우리는 시를 통해서 내 마음을 어루 만지게 된다.특히 시인 최남수님의 시는 자연 속의 고유의 가치와 본질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과 함께 하게 된다.또한 자연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혜안을 구하게 된다.
자연은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바람도,나무도, 낙엽도 다 쓰임새가 있었다.삶과 죽음조차도 말이다. 서로가 공생하고,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서로 어긋나지 않았다. 조화와 균형이 자연 속에 채워져 있다.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면서 배워야 할 부분은 여기이다.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회는 자연을 모방하였지만, 자연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서로 어긋나며, 서로 조화롭지 않으면서,지극히 이기적이다.어쩌면 저자의 직업이 시인이면서,경재학자라서 그런 건 아닐까,나 스스로 반추하게 된다.인간 사회에서 경제학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경제학은 인간 스스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과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다.경제학은 지극히 인간의 본능과 엮여있으면서, 지극히 반자연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한 편의 시를 통해서 내 마음을 읽었으며,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서 나 자신의 경험의 긴 줄기와 뿌리를 훑어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