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
마쓰우라 신야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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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성가신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나 기피하려 한다.
사실을 인정하면 내 생활에 성가신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것은 커다란 실수였다.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사태를 외면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간병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22-)


"여기는 내 담당이야."
이런 영역 주장이라도 하고 싶은 듯했다.마치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보이는 불평에 찬 행동과 비슷했다.내가 어머니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 대접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45-)


한편, 여동생은 중요한 일을 시작했다.어머니의 여름용 옷과 속옷 정리를 한 것이다.

세상 남성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은 어머니가 어떤 속옷을 입고 있는지 아는가? 그것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고 있는가?

물론 나는 그런 것에 관해 전혀 몰랐다.어머니의 속옷은 어린 시절 이후 본 적이 없었다.어머니는 줄곧 직접 속옷을 관리해왔다.하지만 지금 어머니는 모든 면에서 관리능력을 잃고 무슨 질문을 해도 "모르겠는데"라고만 대답하는 치매환자가 되었다. (-113-)


"차라리 돌아가시면 더 편할 텐데"

간병에 할애할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어머니의 요실금과 지저분해진 의복 세탁,걷기 싫어하는 어머니를 달래서 함께하는 산책, 통원할 때의 동반....할일이 갈수록 증가해 나는 다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거기에 더해 수입 감소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190-)


2년 반 동안에 이르는 나의 간병은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는 보다 긴 ,그야말로 10년 이상 간병 부담을 견뎌내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나의 체험만으로 간병과 관련된 일반적인 고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정보를 모으고 검토하고 눈앞에 있는 어머니의 상태와 비교하며 나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217-)


큰아버지 48세 되던 해, 친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 후 5년 뒤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지금과 비교해 20여년 전 일이고, 우리의 수명은 늘어났지만, 우리의 평균 수명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반면 우리의 삶의 수준은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고 있으며, 세대 교체가 되면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젊어지고 있다. 그건 그때 당시의 48세의 큰아버지의 의식 수준이나 앞으로 48세가 되는 나의 의식 수준은 큰 차이가 날 것이고, 그로 인해 나는 서로를 비교하게 될 것 같다. 공교롭게도 내 앞에 죽음에 대한 문제가 나타 날 때 내 앞에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의식이 생겨날 것이고, 그 두려운 순간이 코앞에 불현듯 나타날 수 있다.바로 앞 세대가 겪었던 그 마주하기 힘든 경험들이 이제 내 문제가 되고 있다.죽음이라는 것은 유쾌하지 않지만, 결코 내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책임과 의무이다.


이 책, 마쓰우라 신야의 <엄마 ,미안해>는 우리의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50대 중년의 남자 마쓰우라 신야는 어느덧 치매에 걸린 엄마와 함께 살아가야 했고, 코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남자였던 그와 엄마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정신이 멀쩡한 엄마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엄마를 동시에 보고 말았다.2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간병기간을 일기의 형식처럼 차분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즉 현실 속에서 자신의 친엄마를 돌보면서,남자가 그동안 느껴 보지 못하였고, 경험할 이유가 없는 것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어마의 어마의 요실금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였고, 여자 속옷을 스스로 챙겨야 하였다. 즉 50대 중년의 싱글남자였던 저자가 스스로 엄마를 케어하기에는 많은 제약조건이 잇었고,그로 인해 생겨나는 신경전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된다.두 사람 사이에 보여지는 심적 고통이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즉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지금처럼 한자녀 가족에 ,사회적인 요양시설의 태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들을 고찰하고 있다.집에서 케어하느냐, 아니면 밖에서 케어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는다.더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가 내 앞에 놓여질 때 그 문제를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치매에 걸린 엄마가 낙상을 하거나 거동이 불편하여 예고되지 않는 큰 사건사고가 펼쳐질 때 ,그 순간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 판단할 부분이다.엄마에게 익숙한 습관들을 치매로 인해 내려놓고 체념해야 하는 그 순간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문제들, 습관은 사라졌지만, 그 습관을 하기 위한 의식과 자각이 남아있을 때,서로 어떤 갈등이 나타나고,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최악의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즉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우리는 죽음을 눈앞에 봐야 하는 순간이 언젠가는 나타나게 된다.그대 어떻게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바로 내 문제이다. 그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끼고,후회하는 일을 최소화 하는 것,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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