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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성적으로 살기로 했다
서이랑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1월
평점 :
나에게 산다는 것은 수치심과 두려움을 쌓아가는 일이었다.수치심, 두려움, 자기혐오의 벽돌을 하나둘 쌓아올릴 때마다 나를 둘러싼 벽은 점점 높아졌고 나는 내 안에 조용히 갇혀갔다.그리고 이 외로운 건축물의 기반에는 내성적인 성격이 콘크리트처럼 깔려 있었다. (-6-)
나는 왜 얌전하다는 말이 거슬릴까.
나는 왜 칭찬하느 말들이 거슬릴까.
징검돌에 걸려, 넘어지는 바보처럼, 모두 무심히 밟고 지나가는 말에 나는 자주 걸려 넘어지곤했다.((-14-)
때로는 나에게 직접 던져진 말이 아니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쪽에 비공격적으로 혹은 무심하게 훅 놓여질 때 그런 상황은 대개 칭찬이라는 아름다운 형식을 띤다. (-21-)
나는 불행했다. 나는 내성적이라는 사실 대문에 자주 불행해지곤 했다.아니다.나는 그 때문에 불행하다고 착각하곤 했다.나를 진실로 불행하게 했던 것은 내성적이라는 사실보다 외향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그 믿음이 나를 불행하게 했고,나를 사랑할 수 없게 했다. (-80-)
모든 이야기가 말했다.내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래서 더 나은 인간이 되지 않는다면,등장인물이 될 자격도 없다고,바뀌지 않는 너는 구제불능이라고, 지금 이대로의 너는 주인공이 될 수도 없고,행복해질 수도 없으리라고,마치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어울리는 사교적인 생활만이 유일한 행복이라는 듯이. (-108-)
나는 내가 괜찮은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나는 내가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늘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봤을 때도 그 부분만 보인다.네가 늘 생각하고 있는 ,내가 모자란 부분, 상대는 내가 생각하는 그 부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대신 본인이 모자란 부분을 생각하고 있을 테지.어쨋든 나는 내가 미친듯이 생각하는 것을 놓고 비교를 한다.나는 매번 질 수 밖에 없다.비교는 역시 지는 게임이다. (-136-)
나는 왜 빠릿빠릿 하지 못할가.
나는 왜 다른 엄마들처럼 유능하지 못할까.
내가 쓸모없게 느껴지는 여러 문제들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174-)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것과 남의 마음을 신경쓰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르다.이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거침없이 상대를 공격하면서 상처받는 자의 아픔까지 쿨하지 못한 본인 탓으로 만드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소심한 자는 이제 상처를 받을 때마다 쿨하지 못하다는 자책감까지 덤으로 떠안게 되었다. (-201-)
나는 눈치를 보면서도 눈치 보는 내가 싫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 보지 않는 척하다 보니 도대체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어졌다.(-215-)
저자 서이랑은 내성적인 사람이다.내성적인 사람은 생각이 많다.나의 단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나의 약점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며,누군가 그것을 톡 건드리는 순간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돌아보면 지극히 내성적인 사람이다.외향적인 사람을 사회에서 인정해주고, 사회 안에서 내성적인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이유는 지극히 열등감이 불현듯 나타나기 때문이다.내성적인 사람들은 매사 예측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시나리오를 기획한다.지극히 계획적이면서,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또한 내성적인 사람은 사회나 조직 내에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에 대해서 참지 못한다.사소한 상황들을 넘어가지 못하면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 때가 있다.쿨하지 못해서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나의 돌발적인 행동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내성적인 사람은 어떤 상황이 나타나면,흘러 보내지 못하고 안으로 삭힌다.물이 한곳에 고여서 썩는 것처럼 나의 감정들이 고여서 썩게 된다.자책감과 죄책감, 혐오와 비교가 상시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내가 바로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항상 생각에 머물러 있고,누군가와 비교하면서, 눈치를 보거나 소심할 때 그런 모습이 제일 싫어질 때가 있다.그것을 우리는 멘탈 붕괴라 한다. 자기 혐오는 결국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고, 스스로 통제 하지 못할 때가 있다.그런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스스로 옥죄게 되고, 나에게 생체기를 내면서 곪게 되는 거였다. 이 책은 바로 나의 마음 깊은 곳을 송곳처럼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남들은 아무렇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그 상황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존재들은 대체로 내성적인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나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해서 쿨핮비 못하고, 남들의 질타에 앞서서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도 내 안의 자기 혐오에서 비롯되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에 대해서 꼽씹고 또 꼽씹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누군가 갑자기 죽음의 순간이 찾아올 때,그 순간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내성적인 사람은 나 스스로를 내가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나를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나를 사랑하는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을 아프게 하고, 누군가 던진 돌이 나에게 상처가 될 때 그것을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