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년, 동백꽃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21
정복현 지음, 국은오 그림 / 책고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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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을 느낀 아버지가 겨우 들릴 듯한 소리로 불렀다.통시(변소)에 가고 싶다는 소리였다.동백은 어스레하고 퀴퀴한 방으로 들어갔다.아버지를 부축해 일으켰다. 알갱이를 털어낸 보릿짚처럼 가벼웠다. 소 먹일 풀 짐을 산더미처럼 가득 지고도 거뜬히 걷던 아버지는 이제 없었다. 
"나 왔네." (-15-)


보리알이 제법 통통하게 익었다.남의 보리밭이지만 동백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빈 지게를 지고 터덜터덜 가는데 눈앞이 환했다.밭 가운데 멀구슬나무가 서 있었다.어느새 연자주색 꽃이 구름처럼 피어났다.멀구슬나무는 아버지의 품처럼 아늑하고 든든한 나무였다. 동백은 보리를 베고 조를 배다 그 아래 드러누워 쉬곤 했다.그러고 나면 다시 일할 기운이 생겼다.이제 그럴 수 없다 생각하니 먹먹했다. (-28-)


동백은 관아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입을 비죽이는데 무쇠가 빠르게 말했다.
"네가 상대할 분이 아니고 하늘 같은 분이란 말이다.그러니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말아라."
함부로 업신여기는 말투가 거슬렸다.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는데 한양대감이 가까이 다가왔다.동백은 몇 걸음 앞으로 나가 허리를 숙였다. (-70-)


옥 담장에서 동백을 애타게 불러 대던 어머니는 밤이 이슥해서야 걸음을 돌렸다.집으로 가지 않고 치도곤 당했던 아낙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우리 아이는 죄가 없어요.똥만이가 뒤집어씌운 거라고요.같이 관아에 가서 말 좀 해 줘요."
"딱하지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우리는 못 하겠뇨." (-119-)


군사들이 활쏘기 하는 모습을 그리고 나서 서문 쪽 창고와 우물 동쪽에 있는 객사와 관아를 그렸다.성 밖의 마을과 오름 위의 봉수대도 그렸다. 서문 가까이 있는 귤받도 빠짐없이 그렸다. 화첩에 있는 그림들을 안 보고도 그릴 수 있게 자세히 보고 연습한 덕분에 쓱쓱 그릴 수 있었다. (-137-)


"와, 눈이다."
봄이 오는 문턱에서 뜻밖에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솜이불을 덮은 듯 따스해 보였다.동백은 눈을 쓸다 말고 마당가 동백꽃을 들여다보았다.잎사귀에도 꽃에도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비바람과 추위를 견댜 내고 피어난 잎사귀는 더 짙푸르고 꽃은 더 선명하게 보였다.동백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142-)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펼쳐들게 되고, 관심 가지는 책이 전래동화이다. 전래 동화는 우리의 조상의 지혜와 경험이 있으며,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살아가면서,느끼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래동화를 통해서 얻게 되며,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여지를 남겨 두고 있었다.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다.사실 상 우리의 소소한 이야기,실제 인물의 삶과 우리의 삶을 엮어가고 있으며,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여지를 남겨 두고 있었다.


책 속 주인공 동백은 제주에 사는 소년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백이네 가족은 아버지가 예고되지 않은 이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그로 인해 동백이의 삶은 의도되지 않은 삶, 예고되지 않은 길로 흘러가게 되었으며, 자신의 삶에 있어서 또다른 삶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즉 ,내 삶에 대해서 새로운 인생을 느끼게 되었고. 항상  현실속에서 모슬진을 거쳐로 두고 살았던 그러한 삶,억울한 삶을 살아도 스스로 억울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었다. 돌이켜 보면 시대는 바뀌었지만, 그때의 삶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동백이가 억울한 삶을 살아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동백이의 삶이 나의 삶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동백이에게 행운이 찾아왔다.제주도로 유배온 한양대감을 만나게 된 것이다.한양대감은 조정에서 쫒겨난 추사 김정희였으며, 동백이는 추사 김정희와 만남을 가지면서, 날개를 달게 되었다.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그안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트게 된 것이다.즉 추사 김정희의 삶과 동백이의 삶이 서로 엮이면서, 동백이는 자신의 재능을 떨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이 책은 우리에게 하나의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능을 떨칠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우리의 삶을 살펴 보자면, 동백이가 추사 김정희를 만난 것은 기적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동백이의 삶이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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