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
손지상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국한 마동군은 바쁘게 열흘을 보냈다.
먼저 중년의 누드 발레리노,마리아노 달튼,본명 마달탄 씨가 매일같이 엉망진창 어질러놓은 집을 다 치우는 데에 이틀이 걸렸다.아버지는 방송 촬영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고 귀가 시간도 불규칙했다.좋게 말해, 아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줬다.바다 건너로 아들을 보냈을 때와 다름없이,심지어는 화이트보드 스케줄표에 분명 아무 일정이 적혀 있지 않은 알에도 가끔씩 차를  몰로 밖으로 나갔다. (-54-)


스턴트우먼을 거쳐 배우로 활동하던 이모가 현역 보디빌더였던 마동군의 어머니와 운동을 하다 알게 됐다는 사실은 저번에 들었다.그런데 이 사연 뒤에 또 다른 사연이 숨어 있었다. 알고 보니 이모부를 이모에게 소개시켜중 사람이 바로 마동군의 어머니였다. (-112-)


성지은의 표정이 변했다.
"나, 다른 사람 기분 잘 몰라서 눈치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어릴 때부터 동네 여자애들이 나 싫어했어.이해 안 갔어.솔직하게 말한 건데 왜 화내지 싶었어.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마리아노 씨 봤는데 ,솔직히 말해도 사람들이 화 안 냈어.오히려 웃었어.뭐가 다른 거? 모르겠어. 더 많이 알고 싶었어." 
발레리노 시절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지금은 자기 멋대로 행동하지만. (-162-)


마동군은 팔뚝에 난 상처를 보았다.피가 뚝뚝 흘러서 바닥에 널브러진 위조지폐를 적신다.다행히 깊게 베이지는 않았다.합기도 5단인 이모도 상대하지 않는다는 칼 든 사람, 그것도 흥분 상태인 범죄자가 눈앞에 ,심지어 입구를 가로박고 서 있다.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승훈이 전기충격에서 덜 회복된 채 비틀거린다.마동군이 몸을 날려 윤승훈을 데려오려 시도했으나, 위조지폐범이 더 가까이 있다. (-265-)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헤어진다.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각자 서로의 욕망과 욕망이 부딪친다는 것이다.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필요에 의해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고, 상처를 받고, 후회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나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그 누군가가 그 욕망을 채워주기는 커녕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고, 예고되지 않은 에피소드가 우리 삶과 엮이거나 에피소드가 연속될 때도 있다.이 소설에 등장하는 마달탄, 발레리노 출신 마리아노 달튼과 죽은 눈의 소녀 '성지은'과의 만남은 자신의 욕망을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끈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즉 이 소설은 독특한 서사적인 소설 구조를 지니고 있다.소설 표지는 일본풍 느낌이 드는데,실제 작가는 한국인이다. 또한 주인공 마동군의 이름은 '말마, 무지개 동, 주울 군'으로 이루어져 잇으며, 유명한 발레리노 아버지 마리아노와 보디빌더 출신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마동군 앞에 놓여진 것은 쓰레기였다.나체주의자였던 아버지 마달탄,항상 밖으로 도는 아버지는 집안의 쓰레기를 치울 줄 몰랐고, 마동군의 몫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쓰레기는 누군가에겐 필요없는 무가치일 수 있다.하지만 성지은에게 쓰레기는 가치있는 욕망의 도구였다. 방송에서 우연히 본 마리아노의 모습에 성지은의 또다른 모습이 숨어 있었다.그러나 둘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성지은은 아웃사이더이지만, 마달탄은 유명한 인사이더였다.그리고 대중은 성지은을 보면서 화를 내지만, 마달탄을 보면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지은은 궁금하였다. 방송에 나오는 저 아저씨와 나랑 다른 것은 뭔지 궁금하였고, 마달탄이 차리하지 않고 방치해 놓은 쓰레기를 지은은 하나둘 정리하고 가져가고야 말았다.누군가가 보면 스토커라 할 정도로 쓰레기에 집착을 보여주는 지은은 그 과정에서 마달탄의 아들 마동군과 부딪치게 된다. 소설은 그 안에서 예고되지 않은 일과 엮여 버리게 된다.구 화폐와 위조 화폐사건, 그 배후에 누군가가 의도된 행동이 있었다. 마달탄의 뒤를 쫒던 성지은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위조화폐범이었고,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야 말았다.소설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엮여 있다.우리는 살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행운의 여신을 불러 들일 때도 있고, 불행의 연속이 일어날 수 있다.항상 선택과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자화상,후회를 하고, 슬퍼하고, 때로는 우연적인 행운이 찾아올 때도 있다.그 에피소드들이 소설에 단편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마달탄과 마동군,성지은이 유기적으로 재미있게 엮이게 되는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