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 』로 가득 차 있다 - JM북스
사쿠라 이이요 지음, 주승현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어째 오늘의 유카 귀엽잖아."
언제나 만나는 장소에서 합류한 료는 입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한 말이 그거였다.
그러는 료도 평소보다 여자아이다운 차림이다. 언제나 휴일에 놀 때는 바지 스타일이라 쿨한 인상인데, 오늘은 롱스커트에 쇼트 부츠, 교복 이외에 료의 스커트 차림을 본 건 오랜만이다.어른스러워서 료한테 무척 잘 어울린다. (-33-)


유우는 앞을 똑바로 바라본 채 "나는 독이니까."라며 중얼거렸다. 
갸우뚱한 얼굴로 다물고 있었더니, 내게 시선을 힐끔 보낸 유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언제나 혼자지만, 유카가 혼자 있는 건 드문 일이지. 눈에 띄었을 때는 언제나 누군가랑 같이 있었는데." (-85-)


미카사와 료가 사귀게 된 것을 알았을 때, 확실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건 료에게 배신당한 것과 주위 친구들이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미카사를 생각하며 괴로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런 일이 없었다면 나는 료에게 웃으면서 '잘 됐네'라고 말해 줄 수도 있었다. (-171-)


료와는 초등학교 무렵부터 알고 지냈다.전학 첫날에 가장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이 료였다.그 이후로 줄곧 친구라고 생각했다.착실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울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료는 1년 가까이 내게 진짜 마음을 숨기고 응원해 주었다. 내가 옆에서 솔직하게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는 걸 보는 건 괴로웠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진심을 참고 곁에 있어 주었다. (-215-)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은 아니었다.내가 사랑하는 대상에 무엇을 채워 나가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고, 사랑 그 자체일 수도 있다.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랑, 고독, 족,무지, 너, 이 다섯가지는 소설의 전채의 흐름을 잡아가는 스토리의 중심축이면서, 소설 속 주인공의 특징을 잘 나타나게 해 주는 매개체이다. 유카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항상 누군가와 사랑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게 되고, 때로는 혼자 스스로 고독을 느낄 때도 있다.믿음과 신뢰란 유카에게 절대적인 가치가 되고, 학교 내에서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하지만 유카는 두려워 하고 있다.외톨이가 되는 것,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스스로 거짓말을 하게 되고, 때로는 일탈된 행동도 하게 된다.유카 혹은 마미야라 부르는 아이가 항상 자신의 마음에 위로를 얻고 싶은 대상을 찾아 다니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으며, 사랑에 대한 갈구가 느껴졌다.


반면 유우는 다른 모습이다.항상 혼자였고,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랑이 아닌 '독' 그 자체였다.어쩌면 부정적인 생각과 가치관, 그것이 유우의 삶을 가두어 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우는 언제나 혼자였고, 안 좋은 소문의 주인공이었다.즉 학교에 가면 언젠나 요주의 인물이 되어 버리는 아이, 하지 않은 것도 한 것처럼 만들어 버리게 되는 이유는 유우의 문제가 되는 차가운 태도였다.주변 사람들이 항상 유우를 보면서 오해를 하고, 사람들은 유우의 내면을 관찰하지 않는 가운데,언제나 고독을 꼽씹어야 했고,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이는 드물었다.


이 소설은 바로 유카와 유우의 관계를 살펴보는 즐거움이 존재하고 있다.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든지 유카가 될 수 있고,유우가 될 수 있다.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여 있지만, 항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카의 마음 ,자신의 시선 밖에 있었던 유우가 어느새 자신의 시선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점점 더 유우의 진실과 믿음을 가지게 된다. 즉 이 소설은 누군가를 바라 볼 때 , 편견과 차별을 버리고 접근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항상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는 내 가까운 곳에 존재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삶을 추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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