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네 산골 일기 - 청년사 풀꽃문고 5
송성일 지음, 류준화 그림 / 청년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언덕이 '웃갓재'고 ,저쪽 제일 깊은 골짜기가 '호장골' ,저쪽이 '밤골',그리고 저기가 '쑥디',음....저 아래 마을 입구가 '비나리 거리'고 저쪽은 '참샘골'이야.그리고 저기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집이 마을회관이고, 우리 집은 저기 '큰골' 웃마(웃마을)에 있어. 자 ,이제 우리가 살 집을 빨리 가서 보자." (-23-)


"니 어데서 왔는데?"
"멧 학년이고?"
"니 우리 동네에서 살라꼬 왔나?"
"니 혼자가? 언니나 동생도 없나?"
"너거 집 저 웃마에 있는 새집 맞제?"
친구들이 나에게 몰려들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로 갑자기 여러가지를 물었습니다. (-29-)


"고추를 심을라 카나 말라 카나,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인자 밭으로 나오면 우짜노?" (-56-)


"아이고 ,저 논밭을 다 아떡하누?"
"안 그래도 농사지어 밥 먹기 힘든데 가뭄에, 홍수에, 태풍에.....참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빠는 뉴스를 보다가도 비가 얼마나 오는지 보러 비바람 치는 마당에 계속해서 나갔다 들어왓습니다.집 앞 개울에 물이 얼마나 차올랐는지도 확인했습니다. (-91-)


"아빠는 농사지어서 망하지 않을 자신 있어?"
"응?"
나의 질문에 당황했는지 아빠는 잠시 대답할 말을 찾아 우물쭈물햇습니다. 하지만 금방 자신만만한 표정을 되찾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화야, 아빠가 최선을 다해서 우리 가족 밥 먹고 살 수 있게 할 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알았어?" (-137-)


"비나리 주민 여러분 이장이시더, 오늘 영민이 할아버지 상여가 아침 여덟 시에 나갈 예정이오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아침 여섯 시 삼십분까지 돌아가신 어른 댁으로 모여 주이소,아,아....그라고 마을 청장년은 새마을 지도자하고 곳집에 가시갔고, 상여 좀 실어 오시면 고맙겠니더,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152-)


"아빠 , 그럼 동제는 또 뭐야?"
"화야, 동제란 말이다,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당나무 아래서 지내는 제사를 말하는 거야."
"근데 당나무가 뭐야?"
"아이고 답답해라.화야, 마을 입구에 서 있는 큰 느티나무도 모르니? 그게 바로 당나무야." 
"그게 당나무인 줄은 아는데 왜 당나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아빠는 나의 계속되는 질문에 답답해 못 참겠다는 표정을 짓고 침을 튀겨 가며 말했습니다.
"화야, 당나무는 마을을 지켜 주는 마을 수호신이 깃든 나무를 말하는 거란다." (-173-)


내가 아는 사람이 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책은 그 사람의 삶이 녹여져 있고, 그 삶의 경험이 녹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친숙함과 그 사람의 익숙한 말과 언어와 마주하게 된다.특히 이 책은 그 분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고, 상상하면서 ,감정을 상상하면서 읽어가게 되었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이었던 송성일님은 도시에서의 정해진 스케줄의 삶을 접고 농촌으로 귀농하게 되었다.도시의 삶과 농촌의 삶이 다르다는 것은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의 질문에서 정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나와 남이 정확하게 구별짓는 도시의 삶과 달리 사촌에 팔촌까지 알고,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농촌의 삶이며,그들의 삶의 원칙과 절차이기도 하다.그래서 농촌에서의 삶이 익숙하지 못하고, 자꾸만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이다. 이러한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질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일찌감치 농촌에 정착하게 되었다.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 문화를 심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사회적 안목을 채워 나가게 된다.지역 주민들의 시큰둥한 모습들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게 된 이유는 저자 송성일님의 남다른 노력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지 중의 오지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마을에 경북에 없는 유일한 미술관이 있으며, 그 미술관을 비나리 미술관이라 부르고 있다.이 곳에 비나리 미술관이 있는 이유는 송성일님의 아내이자 이 책의 그림과 삽화를 그린 아내 류준화 때문이다. 시골에 살면서도 자신의 에술적인 감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되고 있으며, 농촌에 살면서도 예술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그러한 모습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농촌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농촌에 대한 편견이 지워지고 있었으며, 힐링의 공간, 열악한 농촌 환경에 대한 변화 모색,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도농복합적인 농촌의 모습을 갖춰 나가게 되었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였으며, 도시에서 경험했던 것들, 자신의 직장 경험들을 도시의 사회적인 변화로 엮어 나가게 된다. 즉 농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보존하면서, 자신의 남다른 삶을 비나리 마을에 뿌리 내리게 되었으며, 마을 사람들과의 삶에 있어서 동화되는 삶을 추구하게 된다.남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지역 사회에 이바지 될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였으며, 지역 발전, 잘사는 농촌이 되기 위해 애쓰는 그러한 모습들이 이 책에 기록되어 있으며, 청년 농민으로서,일꾼이 되기 위한 과정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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