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
마가파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뻐드렁놈은 원래 찻잎을 팔러 다녔어.그러다 남두목 밑에 들어가 손흥사에서 경리 일을 했어. 돈 관리를 했지.그놈이 여자를 어찌나 밝혔는지 따먹은 여자가 네가 마신 찻잎보다 많을 게다.쉰아홉 살 생일에 그놈 마누라가 잉킹에서 테이블 스물 내게를 빌려 파티를 열었어.그러면서 파티에서 앞으로 마누라 외에 그 어떤 여자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맹세하라고 시켰지.그게 바로 금분세연이야.그런데 더 재밌는 게 뭔 줄 아느냐? 그 마누라사 뻐드렁놈과 제일 친한 여자를 열 명 불러다가 그놈 거시기와 성대한 작별식을 치르게 해줬다는 거야,"(-19-)


마드리드가 뭔지는 모르지만 '유럽'이라는 말은 알아들었다.그곳은 아주 아주 추운 귀신들의 나라다. 록박초이는 속으로 생각했다.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들지도 않은가? 설마 중국 곳곳에 황금이 묻혀 있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또 금세 자신의 이런 생각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18-)


모리스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일본군이 영국에 전쟁을 도발하지 못할 거라는 그의 믿음은 변함이 없었다.일본인들은 중국 대륙에 집중하며 전투력이 분사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상대로 싸우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했다.지금 영국이 해야 하는 일은 홍콩이 '무방비도시'임을 공개적으로 선포하고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홍콩 내 중국인들의 항일운동을 더 엄격히 단속하는 것이었다. (-220-)


특히 모리스가 왔다가 떠나는 것도, 또 떠났다가 다시 오는 것도 언제나 한밤중이었다. 촛불이 돌아가도 그림자는 남았다.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그를따라다녔다.눅진한 땀 냄새가 록남초이를 겹겹이 휘감았다.한번은 탁자에서 갈색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했다.모리스의 것이었다.(-307-)


뻐드렁놈이 말했다.
"남두목 ,내 말 안듣길 잘했어요.이 판은 선 잡은 사람이 다 따겠네!"
패를 다 나운 뒤 각자 패를 뒤집어 보여주었다.마지막으로 선을 잡은 록남초이가 패릉 뒤집을 차례였다. 그런데 록남초이가 자기 패 위로 뻗은 손을 우뚝 멈췄다. 패를 잡지도 않고 팔을 거두지도 않고 그대로 허공에서 멈추었다.형제들의 어리둥절한 그에게 쏠리고 푼당텡에 기이한 정적이 감돌았다. (-432-)


소설 원스 어폰 어 타인 인 홍콩>은 1937년 중국 홍콩의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으며, 그 시대의 암울한 홍콩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광저우의 시골 촌놈이었던 록남초이가 전쟁의 소용돌이 안에서 자신의 고향에서 탈출하면서 , 7.7 사변이 일어나게 된다.그로 인해 중국 본토에 중일전쟁이 발발하였으며, 영국 소유였던 홍콩은 전쟁의 또다른 중심지가 되었다.


이 소설은 그 때 당시 항일운동이 벌어졌던 중국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과거 우리가 즐겨봤던 홍콩영화의 중흥기 때,우리는 익히 알고 있었듯이 홍콩을 중심으로 하는 항일 운동을 익히 알게 된다. 그 중심에 성룡이 있었고,이연걸이 있었다. 즉 이 소설은 우리가 봤던 홍콩 영화의 실사판이다. 록남초이가 홍콩 땅에서 인력거로 일을 하면서, 아편관과 유곽, 도박장이 혼재하였던 홍콩은 잿빛 희망 속에서 쾌락을 즐기게 된다. 시대적 소용돌이 안에서 시골 청년이 삼합회의 두목이 되기까지 긴 여정 속에는 서양의 이해관계가 숨어 있었고, 왜 홍콩이 영국 소유였는지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또한 그 시대의 관점에서 이 소설을 들여다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선으로 보는 역사관과 미세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생존,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아야 했다.그 안에서 쾌락이 존재하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살아서 탈출할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일본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거침없이 싸움을 걸었다.물론 이 부분은 지금 우리의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때 당시 중일전쟁이 일어났던 1937년 그 시점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누구도 일본이 유럽을 침공하고, 미국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일본이 양동작전을 벌인다는 것은 맨땅에 헤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알다시피 우리는 그들이 멘땅에 헤딩하는 것을 직접 목도하고 말았다.하와이 진주만 습격 사건, 가미가제 특공대를 돌진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홍콩에서 간헐적으로 일어났던 항일 운동이 일본의 관점과 영국의 관점, 홍콩정부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그들의 행동이 반가운 사람들과 불편한 사람들이 현재하고 있었다.서로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이익을 얻었던 이는 일본이었고, 일본은 서서히 자신의 욕심을 채워 나가기 시작하게 된다. 중일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삼합회 두목이 되었던 록남초이가 바라보았던 그들의 개인적인 역사들,그 역사들은 홍콩의 또다른 근현대사이기도 하다.그리고 이 책은 홍콩에 관한 책으로서 3부작 중 첫번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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