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눈물 - 개정판
김연정 지음 / 매직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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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후손들아,너희는 아직도 우리 발해의 마지막을 담은 기록을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구나. 허나 내 새끼들아, 더 이상 그 따위 헛수고는 그만 두도록 하여라. 이 세상의 어느 곳을 뒤져도 발해의 마지막 기록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발해,내 나라 해동성국의 마지막 기록은 내가 내 손으로 불태웠음을 이번 한 번만 말하고 더 이상 한 마디도 하지 않겠노라. (-11-)


쿠르르르릉....콰앙!
마치 폭탄이 터진 듯 별안간 어디선가 천둥이 울리고, 마치 춤을 추듯 땅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심한 진동과 벼락이 나부끼고, 나무를 가르는 듯한 굉음에 놀란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놀라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넘어진 여자는 정신없이 도망치는 발길에 채이고 밟혀 비명을 질러댄다.
콰앙! 와르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심한 진동으로 저기 저쪽에 서 있던 집 한 채가 힘없이 주저앉았고, 그로 인해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난다.(-101-)


힘없이 주저앉은 선화를 부축하며 승현이 물었다.
"저 사람은 화산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요. 한국사람들보다 더..."
아무것도 모르는 동포들이 그래서 죽어간다. 구해줘야 하지만 우리에겐 아무런 힘이 없다. 서희가 그렇게 원하던 화산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삶은 북녘 동포들에게 영원히 오지 않을 거란 말일까? 파르르 떨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는 선화의 귀로 서희의 애달픈 비명소리가 이명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248-)


"여보 , 내가 말했었지? 백두산에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자고..."
"여보"
"이제 그 약속이 지켜지려나 봐.이 멋진 백두산처럼 당신을 사랑해."
남편의 고백, 눈물짓던 아내의 슬픈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여보 ,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린 아내에게 남편의 입술이 파고든다.오랜 사랑. 이렇게 소중한 백두산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키스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우리는 행복하다. (-381-)


사람의 마음은 참 묘하다.예고되지 않은 어떤 일이 일어날 가 두려운 마음과 그 예고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설레임, 양가적인 감정이 인간의 마음에 공존하고 있다. 평화를 원하면서도 언제든지 전쟁을 준비하는 인간의 속성,그것은 예고되지 않은 천재지면 앞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과거 고구려, 백제,신라의 삼국시대가 종결되고, 고구려 유민이 세운 거대한 왕국, 발해가 멸망한 원인에 대해서 여전히 우리는 분분한 입장이다. 전쟁으로 인해 사라진 것일까,아내면 자연재해로 인해 비롯된 사건인 것일까, 각계의 학자들은 그 원인에 대해서 역사, 지질학, 고대사까지 다양하게 아울려서 파악하고 있었다.즉 역사는 중국사와 삼국 사 곳곳에 남아 있건만,실제 발해의 역사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의 심리는 그 발자취를 찾아 나서고 싶어한다 최근에 밝혀진 사료에 의하면, 발해는 백두산 화산 폭발에 의해 멸망하였고, 그 폭발 규모가 베수비오 화산 폭발에 버금갈 정도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발해 멸망의 원인이 되는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휴화산이었던 백두산이 실제로 폭발하면서, 불길이 겉잡을 수 없이 땅으로 스며들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하늘과 땅에는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었고, 남한 출신 수현과 조선족이었던 선화의 만남이 시작되었다.백두산과 북한의 풍게리 지하 핵실험, 그것은 예고되지 않았지만,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문제였고, 그 안에서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사랑과 영혼, 백두산 폭발을 바라보고 있는 북한의 입장과, 중국의 입장 더 나아가 두 나라 사이에 끼여 있는 남한의 입장이 절묘하게 겹쳐지고 있으며,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부분과 실체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백두산 지진은 정말 일어날 것일까, 앞으로 우리가 휴화산으로 알고 있는 백두산의 폭발의 실체에 대해서 더 궁금해지며, 더 나아가 우리는 그 과정에서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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