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ghts (Paperback)
올가 토카르축 / PENGUIN RANDOM HOUSE USA EX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날 저녁은 세상의 경계선이었고, 나는 혼자 놀다가 그만 우연히 그것을 건드리고 말았다.그들이 잠시 동안 나를 홀로 남겨 두었기에 그것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덪에 걸려 빠져나갈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하다.(-12-)


그는 한 번도 정치에 마음이 끌린 적이 없었고, 자신의 위대한 아버지가 대체 어떤 점에 맬료되어 정치를 위해 전 생애를 바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는 수십 년에 걸쳐 사막에서 유목민들과 싸워 가며 이 조그만 국가를 건설한 자신의 아버지와 조금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수많은 형제 중 그가 후계자로 발탁된 것은 단지 그의 어머니가 가장 나이 많은 아내였고 야심이 가득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어머니는 태생적으로 자기 것이 될 수 없었던 권력을 아들의 손에 쥐여 주었다. (-171-)


그녀는 왜 하필 이 두 사내를 기억하는 걸ㄲ마? 그들은 대체로 나이 든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보통 사람들과 달리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나머지 다른 사람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강이고 조류이고 물이었다.그들은 소용돌이와 파도를 만들어 낸다.가각의 특별한 형태는 모두 순간적인 것으로 금방 사라진다.그래서 강은 그 형태를 기억하지 않는다. 반면에 이 두 사내는 조류에 역행해서 움직였고, 그래서 두드러져 보일 수 밖에 없었다. (-374-)


지금껏 우리는 이처럼 공격적인 존재 방식과 맞딱뜨린 적이 없다.혀이상학적인 도취에 빠진 이들은 세상을 점령하고 대륙을 정복하는 것이 플라스틱 봉투의 본성이라고 믿는다.자신의 속을 채울 '내용'을 찾는 '형식'의 모습을 취하고는 있지만, 실은 언제든 그 내용에 싫증을 낼 수 있고., 그것들을 한순간에 바람에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그들은 플라스틱 봉투를 일종의 '방랑하는 눈동자'로 간주하면서, 비현실적인 '저쪽 세상'에 속한 존재로 인식한다. (-592-)


올가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을 만나게 되었다.이 소설은 노벨문학상을 받는 폴란드 출신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으로,그의 작품 <태고의 시간들>에 비해 상당히 난해하고, 작품으로서 모호함도 느끼게 되었다.주제의 모호함 ,소재의 모호함,작가의 의도와 목적의 모호함과 더불어 장르의 모호함까지 포함하고 있다.그래서 한 번에 걸쳐 읽는 것보다는 두 번 이상 완독하고, 필사해 보면서 저자의 문체를 채워 나가는 것도 상당히 괜찮을 것같다. 돌이켜 보면 이 책은 하나하나 작가의 문학적인 소재들을 살펴 보면서,치밀하게 읽어 봐야 하는 소설이다.에세이적인 장르와 소설적 장르가 뒤섞여 있으며, 작가의 사유가 깊이 도드라져 보였다.철학책인지 소설인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의 저자의 독창적인 문체가 돋보였다.


이 책의 주제는 여행이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시간적인 흐름에 따른 장소의 이동이다.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하나의 여행이기도 하다. 삶은 인생의 시작점이며,죽음은 인새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즉 인생을 여행에 대입한다면, 절묘하게 작가의 사유와 마주하게 된다.또한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의 기준을 채우고 있었다.여행이란 무엇이며, 여행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이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과거로의 여행, 현재,그리고 미래로의 여행도 일종의 여행이며, 사유,호기심 충족,의심 등등 여행이라는 개념이 개입될 부분은 상당히 많다고 볼 수가 있다.


이 책에는 시체와 해부,의학에 관한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여행이라는 것을 인간의 해부와 결부하고 있으며, 인간의 몸에 대한 탐구,인간의 의식에 대해 성찰과 고찰이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엮이고 있는 큰 문학적인 물줄기를 느끼게 된다.인강의 행동,인간이 만들어 놓은 언어적인 향유,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에 잘 드러나고 있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또한 저자가 의도한 여행의 일종이며, 우리는 여행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하나 둘 작가의 의도를 양파 껍질 벗기듯이 벗겨 낸다면 작가의 의도에 조금씩 접근할 수 있다.작가의 관점에 대한 고찰,나의 세상을 보는 관점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