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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제도는 처음이라
이철권 지음 / 꽃씨 / 2019년 12월
평점 :
재미있는 점은 집을 지을 때, 나무 기둥을 세워서 1층 공간을 비워두고 생활하는 공간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높은 곳에 짓는다는 점이다.왜 그렇게 짓는지 현지인들에게 여러번 물어봤는데,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 특성상 홍수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집이 높은 곳에 있으면 전망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다들 말이 달라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40-)
수련생들의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노란 띠를 맨 학생들 중 간혹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 보였다. 태권도를 수련한 지 얼마나 됐는지 물어보니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이라고 했다.그런데도 아직 노란 띠를 매고 있는 것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동안 승급심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렇게 긴 기간 동안 왜 심사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로써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또 하나의 임무가 추가됐다. (-72-)
그런데 사데처럼 그 자리에 앉아 다른 노점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넋놓고 쳐다보기도 하고, 해먹과 누워 잠도 자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나에게 ,그들의 삶의 방식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일지도 몰랐다.나무 아래 그들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비가 오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며, 그저 하루하루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사람, 사데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것이다. (-95-)
돼지 새끼가 너무 귀여워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나는 돼지가 정말 귀여운 동물이라는 사실을 소로몬제도에 와서 처음 알았다.새기 돼지는 코코넛 나무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지저분한 털을 정리하는 행위이라고 했다.우리는 흔히 돼지가 더러운 동물인 줄 알지만, 사실은 깨끗한 동물이었다. (-157-)
사실 솔로몬제도에서 첫 대회를 개최하면서 부담을 많이 느꼈다.무엇보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하지만 막상 대회 준비에 돌입하고, 호주와 한국에 있는 관장님들에게 도움도 받다보니 내 마음 속 부담감과 두려움은 어느새 용기와 설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제1회 솔로몬제도 태권도 대회'는 2회,3회로 이어질 이 대회의 첫문을 여는 시작이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그리고 이번 태권도 대회와 11월에 있을 솔로몬 게임(전국체전) 의 상위 입상자들은 국가대표 태권도팀으로 선발될 예정이었다. (-192-)
무언가 할 때 보람을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게 되고,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일을 통해서 얻는 가치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존감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였다.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적제적소에 필요한 사람에게 쓰여지는 것,그럼으로서 내 삶에 작은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면,그것은 내 삶의 긍정적인 효과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바로 스스로 행복과 보람을 찾아 나섰다.남태평양 최빈국 솔로몬제도로 해외 봉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한국보다 더 작은 규모의 인구, 오스트레일리아 옆, 1000개 남짓 섬으로 이뤄진 솔로몬 제도는 이름 그대로 섬으로 이뤄진 곳이었다.그들 현지인들은 영어와 피진어 두 개의 공용어를 쓰고 있으며,각지역의 섬마다 언어는 미세하게 다르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올림픽 메달을 얻기 위해 태권도도 병행하고 있었다.국내에서 태권도 사범이었던 저자는 코이카를 통해 솔로몬제도로 향하게 되었고, 자신의 능력을 이곳에서 십분 발휘하게 되었다.
처음 현지의 삶은 쉽지 않았다.말라리아가 자신을 힘들게 하였고, 그곳의 벌레들은 예기치 않은 풍토병을 얻게 된다.현지의 의료시설은 국내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열악하지만, 그 나라의 기준으로 보면 최적화된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었다.스스로 태권도 사범으로서, 현지인들에게 태권도 슴급심사를 하고, 현지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도움을 암암리에 얻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하고 있다.우리가 베풀면서 산다고 말하지만, 사실 베품이라는 것은 일방적이지 않았다.누군가에게 베풀게 되면, 그 베품이 돌고 돌아 나에게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계산 하지 말고, 저울질 하지 않으면서, 봉사를 통해 보람과 긍지를 얻는 방법을 스스로 쌓아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행운이 찾아올 수 있다. 저자가 솔로몬 제도에 간 것은 하나의 행운이었던 것이다. 태권도 불모지였던 솔로몬제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태권도 사범으로서의 지식을 그곳에 심어 놓음으로서,그들의 태권도 인프라를 증진시키고 돌아온 것이다. 즉 저자는 솔로몬 제도에 태권도 인프라를 곳곳에 심어 놓았고, 조만간 그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저자에게 있어서 하나의 행운이었고, 솔로몬 제도의 태권도 역사의 산증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