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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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굉장히 과묵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약주 한잔 드신 날이면 전혀 다른 분이 되시곤 했습니다. 이야기가 막힘없이 술술 나왔으니까요. 책을 많이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셨기에 평소 하실 말씀은 많았지만 참았다가 술기운을 빌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10-)


망각의 반대는 기억인데 기억에는 기계적 기억과 논리적 기억이 있다. 이 노인은 앞에 가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던가를 완전히 잊어버인다. 그러나 누군가 앞에 가는 사람이 자기도 가야 하는 목표인 해인사로 간다는 건 기억한 셈이다. 이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절에 가면 어떤 상태에 있어야 자기의 모처럼의 구경에 흥이 난다는 잠재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55-)


"음악을 즐기고 온화하면서 센티한 ,말하자면 최근 몸의 소설 여주인공 같은 아름다은 처녀를 구함." 
며칠 뒤 그가 책방을 들러봣더니 어느 책방에도 그 소설은 품절이었다는 기담이다. (-72-)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한 부인만은 말이 없다.
"당신은 왜 아무것도 안 가졌소?"
그러자 그 부인이 답했다.
"나는 너무나 큰 다이아몬드가 둘이나 되어서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한 사란이 같은 영화를 2주일이나 계속 보았다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예쁜 아가씨가 옷을 벗는 장면이 창밖으로 보이는데, 마지막 옷을 벗을 때 기차가 지나간단 말이야."
"그래서."
"혹시 오늘은 그 기차가 연착이 될까 해서..."(-115-)


그것도 통하지 않거든 이렇게 한다.
"이력서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보라."
그런 사람일수록 직접 들고 올 테니 그때는 이렇게 말한다.
"횡서로 써서 꼭 우송을 하라."
그래도 안 되면 또 다른 숙제를 내준다.
"호적초본도 우송하게."
그러면 제풀에 지쳐서 포기할 것이다. (-159-)


'어,지휘자님이 손수 의자도 나르시네?"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한 연주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감독이나 진행요원들을 도와 의자를 나르기 시작한다.사실 이런 일은 무대감독이 맡아서 하는 거라 연주자들은 나서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휘자가 솔선수범해서 무대 일을 돕는 데야 도리가 없다. 자신들도 거들 수 밖에, 무겁지 않은 보면대나 의자 정도는 단원들이 서로 도우면 금방 끝낼 수 있는 일이다. (-205-)


한 권의 책을 읽게 되면,이 책을 끈 지휘자 금난새님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1947년생 금난새 님의 아버지의 함자는 금수현이며, 대를 이어 음악을 한 음악 가족이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금난새님은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유럽 음악의 정수를 습득하면서, 그 안에서 지금의 부드러움과 수평적인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게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있었다.이 책에도 금난새님의 그렇나 추억이 순간이 담겨져 있다.라디오를 들으면서 느꼈던 음악적인 감각, 장날이면, 장터에 가서 술을 찐득하게 마셨던 우리의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모습을,저자의 아버지 금수현님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돌아 보면 누군가에겐 익숙한 장면이지만, 반대로 다음 세대의 시선으로 보면 그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이 책에서 영화를 본 일화는 지금의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낯선 우리의 또다른 추억이 될 수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영화관 단성사에서 줄을 서본 이들이라면, 저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으며, 금난새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그냥 생녀난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삶은 또다른 누군가의 삶과 통하게 된다.금수현님의 독특한 삶은 아들 금난새 님에게로 이어지게 되었고,그러한 삶을 읽어나가는 나의 삶과 교차되어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망각의 힘은 우리에게 또다른 위로가 될 수 있다.내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선별적으로 망각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이 책은 바로 내 삶의 기억의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과학기술이나 통신기술에 매몰된 삶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금난새님의 건강한 자의식은 나의 소소한 삶의 지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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