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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조조전 15 - 비열한 성인군자, 조조
왕샤오레이 지음, 하진이.홍민경 옮김 / 다연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이제 논쟁은 끝난 겐가? 과인은 어제 두통 때문에 전혀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날이 밝기가 무섭게 찾아와서는 이런 사소한 일로 과인을 귀찮게 하다니, 이게 무슨 난리인가? 그대들이 관직을 보전할 걱정이나 하게!"
조조의 말에 두 신하 모두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번 일은 정이가 사적으로 조조에게 보고한 내용이었다. (-51-)
조조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만약 가장 신임하던 장군과 자신이 친히 발탁했던 이들이 모두 그를 배신한다면 과연 믿을 이가 누구란 말인가? 그런 이유 때문에 조조는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식에게 총사령관직을 맡겼고, 아들에게 병권을 맡겨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군대 배치든 식량 조달이든 시간이 필요했고., 마음만 급하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이번 일은 번성에 갇혀 있는 조인에게도 시련이지만, 조조에게는 더 큰 고통이었다. (-187-)
"수족을 모함하고도 어쩔 수 없었다? 날이 밝는 대로 내 너를 폐위할 것이다! 이 아비가 피땀 흘려 일군 과업을 어찌 불초한 자식에게 잇게 한단 말이냐!"
"소자는 위왕도 되고,구오지존의 자리에도 올라 천하를 통일하고 싶었습니다.그러기 위해선 그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조비는 너무 놀라 사리분별이 안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당황한 탓인지, 어떨결에 자신의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223-)
조조는 술잔을 들어 상자 앞에 술을 뿌리며 망자에 대한 예를 갖췄다.
"한 잔의 술로 은원을 풀었으니 조용한 곳을 찾아 묻어주거라."
물론 조조의 이런 행동은 관우의 죽음을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의 용인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적장의 용사를 존중하는 것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들이 섬기는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깨달은 것이었다.조조의 몸과 마음은 늙고 병들었지만 그의 뛰어난 용인술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장료와 서황도 복잡한 심정으로 조조의 뒤를 이어 관우의 머리가 담긴 상자 앞에 술을 뿌리며 망자를 추모한 뒤 예를 갖춰 보내주었다. (-309-)
"그건 그렇고 대왕께서 한평생 영멸한 삶을 사셨으나 과오도 참 많으셨지.그분의 성정이 거칠고 의심이 많은 데다 위정의 도 역시 무척 편파적이지 않으셨나? 비록 난세에 나라를 세웠다 해도 법도가 갖추어져야 마땅하거늘 대왕께서는 법령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 채 마음가는 대로 고치기를 거듭하셨네.법을 집행할 때도 그 잔혹한 면이 고스란히 드러났지. 제왕이 될 힘은 가지고 있었지만 제왕이 갖추어야 할 덕을 갖추지 못한 셈이라고 할까? 오로지 권세와 위풍으로 천하를 다스리려 하니 어찌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겠는가? 만약 군사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지금처럼 우리가 성 밖의 무관들 때문에 마음 졸이는 일이 일어났겠는가? 앞으로 태자가 왕위를 승계해 나를 둥용한다면 그때 가서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뭔지 아나? 바로 나라의 법도를 바로 세우고,인재를 등용하고 평가할 때 반드시 법도에 따라 행하는 것이네,자네는..." (-403-)
열다섯권으로 된 삼국지 조조전 마지막 이야기다. 중국을 통일하고 위나라를 세우고, 대업을 이룬 조조는 중국을 통일하였고,조비를 후계자로 내세우게 된다.그 과정에서 조조가 마음 속에 감추고 있었던 인간적인 모습들, 고통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조조와 묘하게 통하지만,조조에게 있어서 여전히 마음에 내키지 않는 조비는 후계자 감이면서도 후곅자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었다.조조는 정도에 따라서 걸어가기르 조비에게 요구하지만, 번번히 조비느 조조의 뜫에 따라가지 않았다. 조조의 마음과 조비의 방향성은 항상 삐걱거렸으며, 부처님이 조조라면,조비는 부처님 손바닥 위에 노는 아이였다. 그래서 조비의 행동, 조비의 생각과 사고방식까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조조는 조비를 다그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고, 점점 더 늙어가는 조조의 조급함이 드러나게 된다.
조조가 조비를 다그친 이유는 조조의 네명의 아들 조비 (자환),조충(자문), 조식(자건), 조표(주효) 의 권력 다툼이 조조가 죽은 이유에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평생 전쟁터를 누비면서 생사고락을 함께 나눈 장수들의 죽음을 목도해왔던 조조에게 위나라가 잘못된 후계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촉에 나라를 세운 한중왕 유비,강동의 호랑이 손권,이 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조조의 현재의 나이는 얼마 남지 않았고.,가벼이 볼 수 없었다.이제 위나라의 업성에 터를 세우고 한나라의 황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려 하는 조조의 야심과 세상 사람에 대한 의심은 죽기직전까지 피할 수 없었다.그러나 조조는 선택에 있어서 제약이 있다.선택권이 조조 앞에 많았던 것은 하후돈,하후연,황충과 같은 충신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었다.전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장수들은 적의 화살과 창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더군다나 형주와 익주에 터를 삼고 있는 제갈량의 책략은 조조를 덜덜 떨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조조를 떨게 만든 제갈량의 책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던 것은 하후연의 죽음이었다. 조조 스스로 두려움을 느꼈다 할 정도로 제갈량의 변칙은 갸늠하기 힘들 정도였으며,유비의 강력한 힘이 되었다.하지만 촉은 조금씩 어그러져 가고 있었다.힘이 좋은 황충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적진에 처들어가면서, 촉나라의 충추적인 존재감 관우의 목은 조조 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조조는 역시 조조였다.관우의 목을 그대로 치지 않았고,예법에 따라 처리하게 된다.그건 내부 단속 뿐만 아니라 외부 단속까지 일석 삼조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위나라의 충신이 되면, 조조에게 인정받을 것이지만, 털끝만큼도 엉뚱한 행동을 할시에는 가차없이 쳐내는 조조의 성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걸 우리는 조조의 용인술이라 부르며,그의 권력에 대한 야심과 탐욕을 동시에 볼 수 있다.조조는 결국 죽음을 맞이 하게 되고,그 후계자는 장자 승계에 따라 조비가 되었다.물론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형제간의 경쟁은 조비의 후계자 수업과 향후 위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도구였다.결국에 조조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조비가 후계자가 되었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위나라 마져도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이지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