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와이로 올 때, 나는 러닝화를 샀다. 호놀룰루 마라톤에 나가보겠다며 나름 좋은 것으로 골랐다.우일은 낚싯대를 구입했다. (-4-)


'아이디어스 뮤직 앤 북스'에는 당연히 하와이안 뮤직이 압도적이지만 1960, 70년대 한국 음반들고 가끔 보인다.하와이의 이민역사가 길어선가 보다.우일은 재즈와 하와이 음반을 주로 구입하더니 이미자나 배호의 음반도 곁들이기 시작했다. 하와이에서 듣는 흘러간 옛가요라니 나름 풍취가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잤더니, 언젠가부터 싸다는 핑계로 한국말이 쓰여 있는 판이라면 모조리 사들이기 시작했다. (-58-)


하늘과 맞닿은 바다 한가운데 떠 수평선 너머에서 달려 오는 파도를 기다린다.파도가 오면 뒤도 보지 않고 패들링과 발차기를 세차게 할 것이다. 보드를 최대한 평평하게 파도에 대고 미끄러지듯 파도를 타면 된다.파도에 올라타기만 하면 바다 위를 미끄러져 날아갈 것이다. (-87-)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 사람이 선정한 단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낌이란 게 있다. 하지만 영어로 들으면 그냥 뜻 해석하기도 바쁘다. 듣고 의사소통하기 바쁜데 미묘한 감정이나 뉘앙스까지 잡아내기는 무리다.그럴 때마다 내 사람들이 보고 싶아.언어의 쓰임새가 같고, 같은 온도로 대화할 수 있는 내 식구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내 친구들 말이다. (-114-)


내 자식만 너무 빨리 자라는 느낌이다.난의 집 자식들은 생각보다 잘 안 크던데, 앞집에 사는 초등학생 아이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봐도 여전히 초등학생이고, 뒷 집 고등학생 이던데. 어째서 너무 빨리 자란다.눈 깜짝할 새에 성인이 되고 말았다.아쉽다. (-181-)


하이힐을 신고 드레스를 입고 싶은 날이 있듯이 브래지어를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생겼다.잘만 입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선택형 브라 생활자로 살다 보니, 내 작은 가슴도 좋아지기 시작했다.작은 가슴이 좋아지니 몸에 자신도 생긴다.나이가 들어 새롭게 반하게 된 내 신체 부분이 생기다니, 노브라를 미리 실천한 세상의 모든 그녀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183-)


중요한 거?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엔 나의 모든 게 들어있다.십여년 동안 내가 일한 자료,여태 찍은 사진.그리고 앞으로 메모해둔 작은 동화 원고 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전체가 다 중요하고 필요했다.다리에 힘이 풀리고 쓰러질  거 같았다. (-230-)


마라톤, 수영, 자전거,이 세가지 스포츠 종목을 즐기는 스포츠 경기를 철인 3종대회,혹은 트라이애슬론이라 부른다. 누군가는 이 세가지 종목을 즐기는 스포츠를 극한 운동이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것을 즐기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내 몸의 한계,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가 있었으니, <하와이하다>를 쓴 선현경씨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저자가 책의 서두에 마라톤을 하고 싶어서 하와이에 왔다는게 너무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취미가 마라톤인 사람은 해외여행을 가면,꼭 그 근처의 마라톤 대회를 참석하고 싶어한다.그것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다.오죽하면,하와이에서,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즐기면서, 달리고 싶어했을까, 그 대목에서 자꾸만 설레임만 느껴졌다. 나도 하와이에서 달릴 수 있는데 ,나는 선현경씨의 삶을 바라보며 자만심과 버킷리스트가 동시에 만들어지게 된 거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하와이에서 우리와 다른 정서들,한국에서 벗어나니 한국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 절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아날로그적인 삶을 살아가는 말 그대로 자연 속에 파묻혀 사는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브라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고, 요령만 있다면, 자신의 몸을 돋보이지 않으면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 하와이의 정서이며, 그들의 삶 그 자체이다. 전혀 게의치 않고, 도덕적인 문제가 없다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곳이 하와이의 삶이다. 한편 하와이는 한국과 근접한 곳이며,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는 곳이기도 하다.과거 진주만 공승르 느꼈던 하와이 원주민이 이제는 일본이 아닌 북한에 대한 공포가 사려있다. 두 부부가 한국에서 할 수 없었던 서핑을 하와이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이유와 기회를 잡ㅁ시 엿볼 수 있다.


독서를 하면부수적으로 얻는 것이 간접적인 경험이다.누군가 여행을 다녀온 그 후기를 책을 통해서 접하게 되면, 상상의 날개를 펴게 되고, 그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게 된다. 살아가면서,우리가 마주했던 수많은 삶의 편린들,그것들이 이 책 속에 들어가 있으며, 매일 매일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높은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의 삶도 느껴 볼 수 있다.


하와이의 삶은 두 부분에게 있어서 소확행이었다.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전히 바다와 동거동락할 수 있다는 것,그것은 설레임을 넘어서서 행복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시간을 잊어 버리고,계절을 잊어 버리는 삶,일상 속에서 걱정과 근심이 끊이지 않는 우리의 아둥바둥 살아가는 것과 하와이에서의 삶은 서로 대조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