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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도쿄행 - 조선 지식인들의 세계 유람기
이상 외 지음, 구선아 엮음 / 알비 / 2019년 10월
평점 :
이상의 도쿄행나는 어학 공부에 밤낮 선실 문을 닫아걸고 땀을 빼었다.영어야 청년시절에 한성외국어학교에서 내셔널 5권 정도를 배웄고 그 뒤에도 영미 법대에 갈 생각을 품고 2개년 동안이나 서울 모영인 밑에서 개인교수를 받았으며 또 동경 가서도 메이지 대학에 다닐 때에 법률 외에 어학에 은근히 힘을 써서 그때만 해도 영자신문 쯤은 거리낌 없이 보아 왔었지만 그동안에 놓은지 하도 오래되어서 이제는 밥 먹으란 말도 외우지 옷할 지경이다.(-17-)
육지의 일은 중대한 사건 정도를 무선 전신으로써 간단히 알 뿐이다. 일망무제한 대해 중에서 어찌 육지 일을 자세히 알 수 있을까.육지 일은 그렇다 하려니와 며칠에 한 번씩이라도 다른 배를 만나는 것은 일동에게 대한 대단한 기쁨이며 낙조가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이 좋다.(-70-)
대단히 넓은 곳이 회롸와 조각으로 가득 찼다.미술을 모르는 나는 지식력이 없으나 그중에 이상한 것은 남녀간 비밀히 하는 그 부분을 가장 일목요연하게 한 것이다.이것은 동양 천지에서는 또한 보기 어려운 것인 줄 안다.중세 박물관에 가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루이 14세의 사치스러운 생활 하던 유물이다. 비누합 한개라도 범연한 것이 없고 모두 보석으로 장식하여 인목을 놀래더이다. 우리가 사상적으로는 다소간 지식이 있지마는 실물을 봄에 당하여는 상상 이상이다. (-87-)
대조와 조화의 묘를 몰아 잡답한 상해 중에 제일 잡답하고 화려한 상해 중에 제일 화려한 영대마로로 달렸다.좌우에 늘어선 4,5층, 6,7층 벽돌 양관은 마치 우리로 하여금 천인 좁은 벼랑에서 갈 길을 몰라 북적거리는 듯 담담히 똑바로 뚫린 숫돌 튼 전석 길에 쉴 틈 없이 달리는 전차, 자동차 그 속에 탄 사람은 나같이 할 일 없이 구경 다니는 이가 아니고 그 빠른 자동차도 더디어 걱정하는 분주한 사람이다. (-145-)
어학이 부족하고 시간도 넉넉하지 못하니까 대학에 정과생으로 입학하기는 만무한 사정이었다.선과생의 명칭 하에서 어학의 요구가 적은 불어와 희랍어를 대학의 학과로 택하고 여어는 개인교수의 훈도 하에서 공부하게 되었다.매주간에 7시간씩만 학교에 출석하고 고용 살림을 하였다. (-209-)
내가 사는 곳은 지방이다.지방에서 서울이나 5대 광역시를 가게 되면, 높은 빌딩을 올려다 보면서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그것은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시의 모습,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면이며, 팽창하는 도시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시골과 도시 이야기를 서로 비교하는 이유는 구선아 씨의 책 <이상의 도쿄행>을 말하고 싶어서다.100년전 굶어 죽는게 간헐적으로 있었던 가난한 나라 조선은 ,조선을 벗어나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 중국의 상해를 바라보는 시선은 내가 서울을 보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경이로운 신문물과 함께 조선인들이 직접 보지 못했던 것을 봄으로서 느껴야 하는 현기증, 가난한 나라 조선인이 느껴야 하는 또다른 절대적인 현실이었을 것이다.그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자칭 조선의 엘리트라 생각했던 그들이 스스로의 신분적 한계를 고스란히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구인들에 비해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언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었고, 자신들이 전혀 쓰지 않는 학과 공부를 따라가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어학에 익숙하지 않아서,그들이 선택한 것은 어학 목적이 아닌 공부를 위한 언어 즉 희랍어와 불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스스로 돈을 써서 공부를 해야 했던 현실적인 한계들을 엿볼 수 있으며, 자동차가 마차와 어우려져 대로를 달리는 모습 속에서 놀라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경험했을 것이다.
당나귀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동물이었다. 그 동물은 조선의 왕들이나 볼 수 있는 기이한 동물이다. 그래서 당나귀는 조선 엘리트 층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물들이다. 조선 지식인들은 당나귀를 얻기 위해서 귀한 말을 팔아서 교환하기에 이르렀다.호기심 가득한 가운데,그들은 당나귀를 직접 타봄으로서 그 신기한 체험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무선전신과 타자기와 전화기,그것을 직접 사용하면서, 왜 조선에는 그것이 없었던 걸까 씁쓸했다. 서양 과학 문물의 우수성을 스스로 느꼈기에 그 문물의 가치를 조선에 도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아나서게 된다 .조용한 나라에 익숙한 조선인들이 분주하고, 시끄럽고, 복잡한 세계에 내몰림으로서 스스로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게 된다.더 나아가 그들은 동양에 없는 서양의 문화를 보면서 충격 아닌 충격을 느끼게 된다.선비와 양반의 도시 조선에서 남녀간의 감춰진 몸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도양ㅇ니의 정서상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미술관 앞에서 화가들이 남겨놓은 미술작품을 보면서, 조선인 엘리트는 문화의 차이와 역사적인 가치관들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것,그들 스스로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조선인으로서의 의지들을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