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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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번 피험자님, 실즈 박사의 윤리 및 도덕성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이 연구에 참여하는 순간 귀하는 비밀 유지 원칙을 지키셔야 합니다.연구나 그 내용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명백히 금지합니다. 정답이나 오답은 없습니다. 본능적으로 제일 처음 떠오르는 답을 솔직하게 써주시면 됩니다. (-25-)


첫 인상, 당신은 젊습니다.운전면허증을 보니 스물여덟이군요.진밤색 곱슬머리가 조금 헝클러져 있고,집게 손가락에 가느다란 은반지가 세 개 끼워져 있네요.(-41-)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붉은 기 도는 금발과 크림색 피부를 멍하니 바라본다.나이는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인다.조각칼로 깍은 듯한 이목구비는 서늘한 고상함이 흐른다.그녀의 담청색 눈동자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다.사람을 홀리는 눈이다.사진인데도 그 두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 느껴진다. (-83-)


당신은 작은 아파트 건물에 사는 어느 젊은 남자로부터 포장된 물건을 받았어요.물건을 건네주는 남자를 당신은 보는 둥 마는 둥 했을 거에요.그는 과묵한 사람이에요.당신이 서명할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물건 값은 치뤄졌고.영수증은 구매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졌거든요.(-141-)


"그럼 이제 난 소리를 죽일께요,제시카"
그녀가 말한다.
잠시 후 아무것도 안 들린다.그녀의 숨소리조차도..
나는 스피커 버튼을 누른다.
레이나가 문을 열어주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실즈 박사의 연구에 참여한 다른 여자들을 상상하면서 예상했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30대 초반, 쇄골까지 내려오는 길이로 싹둑 자른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아파트에는 예술적 솜씨를 잔뜩 부려 놓았다.(-240-)


머릿속에서 온갖 질문들이 불타오른다.왜 실즈 박사가 이 사진을 가지고 있지? 나를 만나고 나서 얼마나 빨리 이 복사본을 만들었을까? 내 인스타그램은 비공개인데 어떻게 접속했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실즈 박사는 늘 나보다 한발 앞서 있는 듯하다.내가 여기 있는 걸 들키고 말 거라는 두려움을 떨칠 수다 없다.언제든 그녀가 집에 올수 있다. (-386-)


나와 벤,토머스까지 모두 실즈 박사를 두려워하고 있다.분명 에이프릴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실즈 박사를 당황시킬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사설탐정 리 캐리.보스 부인이 말했던 사람. 실즈박사에게 에이프릴의 파일을 요청하는 등기 우편을 보냈던 그 사람. (-468-)


"돈과 도덕성이 교차할 때 인격에 관한 흥미진진한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지요.'
실즈 박사는 편안히 앉아 나와 돈의 관계를 판단하고 추측하기 쉬웠을 것이다. (-506-)


인간은 세상을 공공의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하였고, 개념화하였다. 통합되었던 두개의 가치가 분리된 것은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이 모호해짐으로서 생기는 폐단들 때문이다.현대인들의 발달된 과학기술과 의학 기술이 인간의 사적인 공간까지 침범하면서, 사람의 생존권이 걸리게 되는 문제점을 낳게 되었고, 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공개와 비공개,비밀이 생기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하지만 세상이 우리가 생각한 대로 이뤄지지 않고,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비밀이 한정적인 영역 안에서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게 된다.서로 계약된 관계가 바로 그 비밀들에 대한 안전을 보호하게 된 거다.


이 소설 <익명의 소녀>는 바로 의료에 대해서,인간의 비밀을 보장하지 않는 임상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고 있다.연구적인 목적을 가지고 서룬 후반의 매혹적인 교수 실즈 박사는 임상실험으로 제시카를 끌여들이게 된다.자칭 피험자 52번으로 명명된 제시카의 비밀은 연구 목적 이외에는 쓰여지지 않을거라는 서로 약속된 관계에서 실험이 진행되었다.아름다움을 겸비하였던 실즈 박사는 정신과 의사였으며. 제시카에 대해서 인간이 윤리 및 도덕적 연구에 대해서, 인간 스스로 어떤 사건에 대한 선택과 결정에 대한 기준들이 유혹에서 헤어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판단하고 있었다.그건 인간은 도덕적 가치에 대해서 돈이 엮여 있다면, 자신의 신념마져도 버릴 수 있다는 걸 실즈 박사는 제시카를 통해 검증하려고 했던 거였다.돈을 가지고 있는 자와 돈을 원하는 자 사이의 시소게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공적인 영역이 어느 순간 사적인 영역으로 바뀌고 있었다.제시카는 시간당 페이를 통해 자신의 비밀들을 돈과 교환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실즈 박사는 스물 여덟 제시카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비공개된 SNS의 내용들을 실즈박사가 알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찾아내었다.피험자 52번은 실즈 박사의 연구성과에 대한 도구였으며, 사적인 착취였다.그건 그들 스스로 새로운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돈을 매개체로 개인의 은밀한 공간까지 침범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제시카는 실즈 박사의 남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실즈 박사는 제시카를 통해서 연구 성과만 얻으려는 게 아니었고,또다른 것을 얻고 싶었다. 권한을 가진 자가 권한을 가지지 않은 자에 대해서 계약적으로 암묵적인 도의를 통해 쥐를 잡기 위한 쥐덫을 놓게 된다.실즈 박사의 집착은 과거의 어떤 사건과 엮여 있으며, 제시카는 그 사건을 추적하면서, 자시이 어떤 목적으로 쓰여질 거라는 걸 감지하게 되었다.쥐가 궁지에 몰리게 되어서, 아둥 바둥 거릴 때 스스로 헤어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피험자였던 제시카는 실즈 박사의 덫에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올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즈 박사의 감춰진 은밀한 곳까지 파고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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