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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싸랑한 거야 ㅣ 특서 청소년문학 12
정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1월
평점 :
"쥑이는구만, 예쁘고 몸매도 삼삼하고, 내 여친해뿌러라! 첫눈에 뿅 갔으니까."
눈을 부릅뜨고 해결사를 노려보는 언니, 서시빈목이란 한자성어가 떠올랐다.중국의 절세미인 서시는 눈살을 찌푸린 것까지 아름답게 보였다 하지 않는가.그 서시가 서 있는 것 같았다.언니처럼 눈을 크게 치켜떠 노려보고 싶었다.이런 상황에 뭔 생각을 하고 있는가.내가 미,미쳤다.
언니의 반응 따위엔 아랑곳도 않고 언니를 뒤따라가는 괴물같은 해결사.(-57-)
"야, 눈물까지 흐리며 웃을 건 없잖아.빨리 가야 돼."
언니가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일으켰다.나는 발작적으로 웃으며 뒤에서 언니를 안았다.언니가 있어서 고마웠다.한편으로 찬혁이 오늘 두물머리에 오지 않아서, 언니와 마주치지 않아서 안심이었다.나는 얼른 앞장서며,"그대가 언제 사랑을 해보셨다고요?" 라며 어니를 놀렸다.언니는 "저게!"하고 웃었다.그렇게 까불명서 집으로 돌아왔다. (-124-)
"언니! 내가 사랑했던 ,사랑을 싸랑한 것뿐이라고 했던 사람이 찬혁 오빠야.언니 말대로 사라을 싸랑한 것 같아, 내 감정에 치우친 사랑을 사랑한 거니까 찬혁 오빠랑 사귀어도 돼.알고 있었어?" (-206-)
사랑과 싸랑이었다.싸랑은 사랑에 감정이 더해진 추상적인 가치이며, 우리는 사랑과 싸라을 구별하지 못한채 남녀 사이에 따스한 사랑을 즐기면서 ,그 안에서 애증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이 소설은 바로 그런 우리의 또다른 자화상을 언급하고 있다. 고3이 된 언니 어지혜와 고1이 된 어지원, 두 자매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눈앞에 놓여진 현실들을 목도하게 되었다.스스로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사회의 구조, 사채업자가 두 자매에게 향하는 폭력은 두 자매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변화를 끌어내고 있었다.사채업자가 두 자매 앞에 제시한 것은 노래방 도우미였다. 미성년자이면서, 예쁜 언니가 할 수 있는 일,탈법과 합법 사이에 오가면서,지혜는 점점 더 자신 앞에 놓여진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혐오와 증오 속에서 지켜야 할 그 무언가는 바로 여동생 지원이었다. 언니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자처한 강요된 알바는 ,스스로 우리사회의 모순과 위선으로 덕지덕지 되어 있는 민낯과 마주해야 하였으며, 우리 사회의 수치심 문화를 동시에 잡하게 된다.
지원과 지혜는 삶을 견뎌야 했다.견디는 게 유일한 대안이었다.두 자매를 엮어주는 이는 잘생긴 찬혁 오빠였다. 지혜와 지원, 자매에게 놓여진 것은 사랑이 먼저인지, 아니먄 우정이 먼저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되었다.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언니에게 의지하며,성실하게 공부하는 게 먼저이건만 여동생 지원은 현실을 느끼지 못하고,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서도 철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런데 우리는 그런 지원의 모습에 조금씩 조금씩 연민을 느끼게 되고, 매력을 얻어가게 된다.살아가면서,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 상황들이 어렵다 하더라도,그 순간에 굳이 매물될 필요는 없지 않는가,아직 민증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지원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꿋꿋하게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그건 그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며, 현실을 응시하면서,견디면서 살아가는 것,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 지원의 모습 속에서 고스란히 비추고 있었다.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지원과 지혜는 서로를 의지하면서,서로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