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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0월
평점 :
적절한 인사로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길 원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그래서 우리는 예법서의 충고를 충실히 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인사 방식이 지닌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된다면 사랑스러운 행동으로만 여겼던 인사가 다르게 보인다. 예를 들어, 아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오른쪽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는데, 이 습관의 원래 주인은 로마 군인들이다. (-47-)
중세에 모욕이란 말 그대로 사생결단의 문제였다.사회계층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명예를 훼손당하면 곧장 칼로 손을 뻗었다.중세 윤리 격언집에는 이런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너의 동반자가 너를 성나게 할 때, 너무 혈기를 부리지 않도록 자신을 다스려아,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물리력은 한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정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재력가는 자신의 재산을 지킬 능력을 갖춰야 했다.봉건사회에서 싸움을 걸어오는 사람에게 맞설 능력이 없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었다.(-158-)
루소가 오늘날까지 살아있다면,아마 SNS 친구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그는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을 것이다. 루소도 자기 중심성이 강한 인물이었지만,그렇다고 해서 유럽의 대도시 행인들을 배경으로 셀카봉을 치켜들거나, 끊임없이 '현재 상태' 업데이트로 자신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리려고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대신 인간의 나르시시즘과 문명의 퇴보에 대해 냉소적인 코멘트를 날릴 가능성이 높다. (-248-)
시대는 바뀌고 있고, 트렌드는 달라지고 있다.우리 앞에 놓여진 삶과 삶의 패턴은 항상 다르게 변화를 만나면서,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자연과 벗하면서, 지금과는 다른 시대적인 삶과 법칙들은 법과 제도로 강제되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묵적인 규칙을 만들면서 일상생활을 경험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인간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갔으며, 장소와 때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복장과 옷,그리고 매무새를 갖춰 나가게 되었다.즉 이 책에는 지금 우리가 생각했던 매너가 과거 원시시대에는 어떤 모습이었고, 왜 그 매너가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버스를 타면, 운전기사는 맞은 편에 오는 기사에게 손을 들어서 흔들고 있다.그리고 우리는 아는 사람에게 악수를 하고, 서로 친근감을 표현하고 있다. 서양의 문화 속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면, 키스를 통해 다정함을 표현하고 있다'.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태초부터 만들어진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규범이다.즉 이런 매너들은 공격과 폭력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을 때 스스로 공격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어적인 행동이다.즉 스스로 매너에 준하는 행동들, 내 손을 보여주는 악수를 하면서,자신에게는 상대방을 공격할 아무런 무기가 없음을 보여주게 된다. 키스도 마찬가지이며, 스킨십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보자면,원시 사회에서 문명사회로 바뀌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되었다.공격성을 드러내야만 자신을 지키던 중세 시대에서 벗어나 문명이 삶의 일부분이 된 현대사회로 바뀌게 되었다.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던 장자크 루소조차도 우리의 일상적인 디지털 문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셀카봉을 들고, 상대방과 자신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우리는 자연스러운 절차적 행위이며, 아무렇지도 않지만,시간과 장소를 과거로 이동시키면, 달라진다. 익숙함에서 낯섦으로 바꿔 놓을 때 인간의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적응하게 되는 거였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러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며, 인간이 만든 매너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매개체였지만, 그것은 인간 스스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삶의 양식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