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의 시선 -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
김민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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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서 제시한 키워드 중 하나는 '연결'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성세대가 감각하는 '연대'와는 결이 다르다. 청년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기를 바란다.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구호를 외치고 굳이 어깨동무를 하는 연대가 아니라, 어느 한 가지를 매개로 이어져 있으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것이다.취향이나 지향이 비슷한 타인과 만나고 그들의 개인정보를 묻는 일을 금지한다. 이전에는 당연히 알아야 했던 나이, 학력, 직장, 고향과 같은 정보들은 이제 TMI Too much information 가 되었다. (-10-)


경계의 자리에서 마주한 균열을 '기억'하는 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주변과 시대를 바꾸어나갈 수 있다.하지만 '추억'하는 이들은 시곗바늘을 멈추고 모든 것을 사유화하려 한다.'광장과 세계의 사유화'가 일어나게 된다.그러면 사과할 줄 모르는 인간,존경받을 수 없는 선배가 탄생한다. (-85-)


IMF 외환위기,금융위기,세월호 참사,박근혜 탄핵 등이 내가 기억하는 큰 현대사고,그 밖에도 조각으로 남은 것이 아주 많다.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모습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와 함께 북한을 방문하던 모습이,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던 모습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 (-147-)


그녀는 분노하는 것이다.분노는 증오와 결이 다르다.분노는 증오와 차원이 다른 것이다. 증오가 병적으로 적을 찾아다니며, 그 적이라는 대상에 집착하며 쾌락에 중독되는 것이라면, 분노는 정확하게 문제의 본질을 겨냥하는 것이다.분노는 그 겨냥을 통하여, 온당한 것, 옳은 것, 정당한 것이 이 부조리한 현실에 내려앉아야 한다는 요구다.그녀는 세상 모든 아들들이 자신의 아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자신의 아들을 죽인 바로 그것이 다른 아들들을 죽인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슬픔과 증오, 절망에만 빠져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렇게 그녀는 누구도 해낼 수 없는 방식의 애도를 시작했다.세상의 모든 사람을 살리겠다는 분노, 그것은 나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178-)


1982년 그 시대의 주류는 광복전후에 태어난 전통세대와 베이비 붐 세대였고, 비주류는 최루탄을 맞으면서 쓰러진 386 세대,고등학생, 대학생들이었다.그들은 민주화를 외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원하였고,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하였다.그러나 우리 사회는 386 세대가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면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던 그들은 끈끈한 사회적인 연대를 원하였고,그 끈끈함이 하나의 사회 시스템으로 고착화 되었다.자본의 논리에 따라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었고, 그들만의 사회 시스템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정착하게 된다.


386 세대 이후의 세대가 바로 이 책을 쓰는 저자 김민섭 님과 같은 x 세대이다. x 세대는 서태지의 문화혁명을 느꼈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으며, IMF 사태를 목도하게 된다. 김대중,김영상,김종필 3김 시대가 권력을 순차적으로 누렸던 것을 보았으며, 그들의 강한 힘의 논리,정치지형도를 느끼게 된 세대도 x 세대였다.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동시에 받아들이면서, 그 두가지를 절묘하게 역어가면서, 사회의 또다른 생테계를 형성하게 된다.문제는 그들은 결정할 수 있는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라는데 있었다.386 세대이후의 세대가 나이를 묻고,직업을 묻고, 고향을 물으면서,느꼈던 상처에 대해서 x세대는 저항하지 못하였고, 반기를 들지 못하였다.저항하면,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이었다. 거의 무임승차에 가까웠던 386 세대가 주류에 편입하면서, x세대가 들어갈 틈마저 사라지게 된다.그들은 대학교수 정교수가 되어서 원하는 월급을 받으면서 살아가면서도, x 세대는 그들보다 더 공부하고, 학위도 높으면서 시간강사에 머물러 있게 된다. 노골적인 갑질이 되물림 된다는 걸 사회생활하면서, 느끼게 된 저자는 스스로 그 자리를 박차고,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사회에 표출하게 되었다.


그건 저자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분노였다. 물론 이 책도 일종의 저자의 내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또다른 분노의 메신저이다.개인의 분노가 하나의 분노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상징적인 분노가 되기 위해서 책을 쓴 것이며, 자신과 마음과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 사회적인 분노가 되길 원하였다.즉 사회의 주류에 있는 그들의 잘잘못을 고발함으로서 새로운 사회를 원하였고, 꿈과 희망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저자의 열망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가고 있다. 그건 저자의 생각이 '가만히 있으라 '말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며,'행동하는 삶'으로 나아갈 것을 원하였다.그건 주류의 횡포에 대한 고발장이며, 그 고발장에 대한 깊은 저항에서 시작되었다.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위태로움과 불안도 느껴졌다.바로 지금 386 세대의 모습이 지금 저자와 같은 x세대의 몫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x세대가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면, ,x세대의 그림자를 보았던 세월호 참사의 주인공이며, 직접 피부로 느낀 1996년생 주변 아이들이 지금의 x 세대가 느낀 사회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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