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저물어가는 생을 축복합니다
강신주 지음 / 엘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표정한 아버지.
아버지의 웃음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한달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내내 웃었다.커피를 타드리면 웃었고 파도를 보면 웃었다.아이들 보며 웃었고 고양이에게도 웃었다.아버지는 참 잘 웃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낙상 후 거동을 못하게 된 아버지에게선 웃음을 찾아볼 수 없다.아버지는 침묵으로 하루를 보낸다. (-27-)


내가 곁에서 조금 힘이 되어드릴 수 있어서 ,내가 그분들의 인생에 조금 행복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게도 곧 노년이 찾아올 것이다. (-75-)


그날 이후,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불편함이 없어졌다.
아버지는 변을 볼 것 같다.본 것 같다 스스럼없이 이야기했고, 부끄러워하는 대신 고마워했다.우리는 똥과 오줌을 치우면서도 농담하고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기쁘고 다행한 일이다. (-93-)


우리 모두는 자기 나름의 시간을, 자유로이, 자신의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지나고 있었다.사람 '강대건'을 추억하고 있었다. (-151-)


그것은 평화였다.
애통함을 지배하는 평화.
죽음이 무너뜨리지 못한 그 한결같은 평화를 지켜보며,나는 죽음과 삶의 경계가 아무것도 아님을 확인했다.
아버지는 죽음으로써, 어머니는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으로써 내게 증명했다. (-155-)


죽음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위로의 말'을 건넨다. (-173-)


나는 죽음의 순간에 '인간 강대건'을 보았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하나의 '인간' 그 자체가 되는 순간, 인간의 삶에서 유일하게 평등한 순간이다. 

나는 강대건의 자유를 축복한다. (-180-)


우리 사회는 자살을 혐오한다.자살은 인간의 잔인한 행위라 생각하며,이기적인 행동이라 생각하는 게 보편적인 사회적 인식이다. 어쩌면 자살은 스스로 선택한 자유이며, 그 자유를 바라보는 또다른 타인은 그것에 대해서 불편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그런데 우리는 그 불편한 자유를 바라보면서, 정작 자신은 자유에 대한 깊은 애착을 느끼고, 집착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한다.자유는 내 삶의 기준이 되고, 내 삶의 행복이 될 수 있으며, 나 스스로 평안한 삶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때로는 내 삶이 힘들어 질 때 ,누군가의 죽음을 부러워 할 때도, 있고,때로는 그 죽음을 응시하면서, 나의 불쾌한 감정들을 방치하게 된다.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은 반드시 내 앞에 놓여진다.그건 나보다 앞선 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도 있고, 내가 그 주인공이 될 때도 있다.어릴 때 마주하였던 죽음은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하지만 40대가 넘어서는 그 순간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과 가까워지는 이상야릇한 감정과 겹쳐질 수 있다.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삶 속에 있는 죽음을 꺼내려 하는 이유는, 그 타인의 죽음을 응시할 대, 비로서 내 마음은 죽음을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되고, 나에게 필요한 답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을 응시할 수 잇는 용기를 가질 대 나의 죽음을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아버지 강대건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의 마지막 삶은 다행스럽게도 쓸쓸하지 않았다.낙상과 치매로 인하여 딸과 지내면서, 딸은 아버지에게 정성을 다해 모시게 된다.아버지의 결핍을 느꼈고, 아버지의 또다른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똥이라는 매개체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누구에게나 간직하고 있는 생명의 결정체였다는 것을 저자는 스스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죽음을 응시한다는 것은 내가 불편하게 생각한 것들을 불편하지 않게 바라보고, 그것을 보면서,농담을 할 때이다.저자와 아버지의 농담의 소재는 바로 똥이었고, 아버지는 때로는 엄격한 아버지처럼 보였고, 때로는 아기로 돌아가는 기분도 느끼게 된다.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소중한 가치를 얻게 된다.살아가면서, 그 누구도 미워하지 말것이며,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하며, 타인의 삶을 바꾸기 전에 내 삶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자명한 삶의 지혜이다. 우리 스스로 죽음과 마주할 때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그 누구도 결코 삶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그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