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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김도언 지음, 하재욱 그림 / 문학세계사 / 2019년 10월
평점 :
이 세상의 모든 나무는 아무 죄가 없지만
모두가 양지 바른 곳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걸 알고 있어요. (-12-)
만약 내가 정말 삽자루가 된다면 나에겐 어떤 삶이 놓여 있을까요.
나는 여기에서 다시 상상해보았습니다.
차가운 바람, 아직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눈이
내게 서릿발 같은 상상력을 안겨줍니다. (-24-)
아이는 왜 세탁기 안에서 죽어 있었을까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친부가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밤새 술을 마셨답니다.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것, 말할 수 없는 것 투성이입니다. (-44-)
소방관이었던 남편을 잃어버린 한 여자가,
화재로 아내를 잃어버린 한 남자 앞에 있습니다. (-62-)
나는 그 순간 비루함을 경험합니다.
비루해지면서 위선으로 가득한 세계를 조롱해요.
고급 승용차와 높은 연봉에 취해 있는,
생명이 정지된 나의 세속을 가라앉히고,
나는 지상에서 바닥으로 황홀하게 몰락합니다. (-92-)
아버지는 서자였고 생모를 일찍 잃었다.
구두는 불안과 고독의 늪에 빠진 아버지의 발을 안전하게 감샀을 것이다.
아버지가 구두를 신고 있지 않을 때, 아버지는 장롱과 다를 게 없었다. (-126-)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나를 욕하는군요.
손가락질을 엄어 돌팔매질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나는 고갤 숙이지 않겠습니다. (-146-)
순정함, 청신함, 최초의 감각, 나는 이것을 원했다는 이유로
이토록 돌을 맞고 있는데,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들이
늘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요?
남자들은 그걸 돈과 권력으로 사들이지 않나요? (-170-)
미자의 남편은 네 번째 타석에서 겨우 안타를 쳤죠.
그의 연봉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질 않아요.(-218-)
정혜는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제 방에서 따뜻한 커피 좀 드시고 가세요.우유를 좋아하면 우유를 드릴게요."(-252-)
성인을 위한 동화와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무엇이 다른 걸까, 성인을 위한 동화가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권선징악 적인 요소들로 채워지게 된다. 특히 아이들의 동화에는 선과 악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나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서사적인 구조를 띄고 있었다.그러나 어른들의 동화는 그렇지 못하다.나쁜 짓을 하면 할수록 좋은 일만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어른들의 동화를 아이들이 읽게 되면, 때로는 정서적인 불안과 상식에 대한 혼란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우리는 같은 동화에도 어른을 위한 동화와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구별지었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동화가 나오고 있다.성과 관련한 이야기들, 사회의 차별과 부조리, 모순과 타락에 대해서 동화로 쓰여져 있었다. 그들 중에서 때로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서, 그것을 현실적으로 풀어나가는 모습들이 자세하게 그림과 글로서 채워지게 된다.어릴 적 보았던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착한 이는 바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는 그런 뻔한 스토리는 어른들의 동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나와 동질감을 가진 이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커져가게 된다.그 애틋함이 때로는 사랑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이별의 이유가 될 때도 있다.바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이 여기에 있었다.
어른을을 위한 동화에는 우리 세계의 금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현실에서 일어난 이야기에 작가의 창작이 더해진 동화는 우리의 문제는 결코 쉽게 풀리지 않음을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때로는 복수를 위해서 금기와 맞서게 되고, 자신을 파멸하거나 파괴하면서,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자신이 점점 더 으스러지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또한 이 책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동화도 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서로 매듭을 풀 수 없는 그 간극에 대해 이 책에는 말하고 있다.특히 남성 중심적인 세상 속에서 여자는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고, 스스로 반문하고 있었다.서로 사랑하였기에 사랑을 속삭였고, 서로 합의하에 좋아하게 된 상황에 대해서, 그럼으로서 온전히 돌팔매를 여성에게만 던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기울어진 우리사회의 자화상에 대해서 동화 스토리를 통해서 생각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