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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미처리 시신 주인들은 장례식이라는 통과 의례를 거친 적이 없다.장례는 산 자들이 죽은 자를 떠나 보내는 마지막 매듭을 짓는 일이지만, 죽은 자들에게 장례는 그 매듭을 끊어버리는 일이다.하지만 미처리 시신 주인은 다르다. 그들에겐 매듭을 끊어낼 기회조차 없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주검으로 방치된 채 떠돌고 있으니, 당연히 장례를 치른 시신의 주인들보다 죽음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21-)
"그럭저럭 좋아하네.누군 그럭저럭 살 줄 몰라 뒈지고 자빠지고 하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게 '그럭저럭'이다. 좀 알고 말해라.모자란 놈아.길 가는 사람한테 물어봐라.아니, 그럴 것도 없이, 여기,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있는 가족도 버리고 그럭저럭? 그것도 안 되어서 거지꼴로 사는 걸 누가 잘했다고 하나, 미친 놈, 그래서 벌 받은 거야." (-131-)
믿음은 확신을 낳고, 확신은 의지를 낳고, 의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니까 그녀는 믿음에서 확신으로, 확신에거 의지로, 의지에서 결과로 가는 그 과정을 도깨비의 시험으로 여겼으며, 그 시험을 어떻게든 통과할 거라는 믿음과 확신과 의지를 가졌다.그 결과 한 달 하고도 사흘이 지나 도깨비 진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211-)
미처리 시신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소설이다. 저승에서 왜 죽었는지 모르는 미처리 시신들, 그들에게는 18시간동안 이승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헌책방 주인 김영필과 대필작가 황익주,이 소설은 두 사람을 기준으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말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마주하게 된다.책에서 저자는 몇권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책들을 사람으로 의인화하고 있다. 허08, 노17이 바로 그런 경우다. 책의 뒤에 있는 ISBN이 바로 그 책을 쓴 작가의 이름이며, 미처리 시신들을 해결할 수 있는 미궁의 통로이기도 하다.저자는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책을 읽고 있으며, 그 책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한다.소설에서 작가는 책에 대해 인간이 책을 먹으면, 그 책 속이야기가 자신의 것으로 쏙쏙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그러나 우리는 책을 통해 정신적인 자양분을 얻지만 때로는 배신감도 느낄 때가 있다. 그건 한 권의 책이 작가 자신이 직접 쓴 책이 아닌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설 속 대필작가 황익주가 하는 일이 바로 누군가의 정신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책을 먹으면서, 그 책 속의 모든 것을 얻으려 하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면서 또다른 사건이 나타나는 개연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소설은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고 있다.인간이 생각하는 믿음이라는 것이 배신이라는 필연적인 사건과 연결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생각들을 지배하고 있다.믿음의 실체가 사람이던, 사물이던간에 그것이 언젠가는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면, 살아가는데 큰 불쌍사는 사라질 수 있다.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지는 추리 소설 한 편, 작가의 상상역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새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책은 때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얻게 해 주지만 그것이 결코 나의 모든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