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에게 가득했네
김형일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진흙

홀로 흘리던 눈물에 나를 녹여놓으니
툭툭 털어버릴 수 없는
구린 자국뿐이다

'구질구질도 말고, 토하지도 말자'
아무리 되뇌어도

쩍 소리 내는 내 허언은
널 닮은 발자국 소리에
흠뻑 묻어난다

그래도 말이야
'시간의 풍토에
나를 깎이게 하진 말자'

진짜가 되는 순간은
빗물에 흠뻑 젖어
처량한 그 때니까

고통스럽겠지, 지질하겠지
매번 다르게 찢기겠지

수천 번 다짐에도 찢기지만 
문득 들어온 쉼표 하나
작은 숨 불어 넣어 보면

결국, 참 흙으로 생명을 빚어놓고
온몸으로 빚어 지이다. (-17-)

사골 한 뚝배기

내가 살던 그곳에서
써내려가던 추억에
마침표가 찍히면

그 때, 그 시간 속에
시골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다만 다시 찾아간
내 기억 속에 마침표 하나
딱 찾아내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이
뿌옇게 흐려져
사골로 고아지겠지

추억을 넣고,
뻣속까지 뿌옇게 
고아진 이야기엔

자극적 세상살이에도
퍽퍽한 밥 한 공기
뚝딱 말아먹을
구수함으로 하루를 살 길. (-81-)


내를 위로 하는 건 결국 나 뿐이었다.누군가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나에게 알알히 맺히는 건 내가 나를 위로하는 그 순간과 교차될 때이다.그 타이밍이 나에게 행복의 씨앗이 되고, 나 스스솔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그 순간이다. 살아가면서 자괴감이 드는 그 순간이 언제였던가 마주하게 된다.돌아 보면 그 자괴감의 씨앗은 나 자신이 초래한 것일지어다.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그 순간 나 스스로 무너질 것 같은 그 기분이 들어서다.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가볍지 않고, 내 마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결국 나를 무너뜨리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한 편의 시집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된다. 나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 나서게 되었고,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삶이라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나는 추억을 하나 하나 먹고 살아가면서,자존감을 얻게 된다.살아가면서 느꼈던 그 부분들을 나에게 필요한 것들 하나 하나 놓치지 않게 되는 그 순간들, 산골 짜기 곳곳에서 흘러들어오는 빗물들이 하나의 시내를 이루고,시냇물들이 모여서 하나의 강을 이루게 된다.강들은 그렇게 커다란 바다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내 마음도 마찬가지다. 나의 사소한 것들이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고, 그 큰 덩어리들이 모여서 커다란 열매가 되는 것이다. 내 마음을 다독이려면 나의 편린들을 찾아 보고, 그 안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게 된다.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었던 것들, 나의 그리움조차 소중한 가치였음을 깨닫게 될 때,나의 불편한 마음 마저도 스스로에게 소중하게 되고, 그리움이 나 스스로 성정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결국에는 나를 위로하는 것은 나 자신이며, 위로의 기억들을 추억의 기록으로 남겨 놓는다면, 나는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내 마음들을 엿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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