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음유경찰관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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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세상의 계절이 봄뿐이기를 바라던
어린 내가 있었다

여름은 더우니 싫어
겨울은 추우니 싫어

가을은 낙엽 바스러지는 소리
가슴 아파 싫다고 했다

어리석었지
봄이 아니면 당신이 없을 것만 같았다.

소중하다
어느 순간, 어느 계절에도 있는 네가

나에게는 차암 예쁘기 그지없다.(-10-)


마음을 엿보는 법

한잔의 커피와 좋은 야경
약간의 상냥함과 몇 마디의 이야기

내 마음 속을 엿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20-)


그렇게 사랑하기로 해요.

상처 줄까 걱정이란 말은 외려
상처를 주겠다는 말처럼 들리니
그저 아껴보겠노라고 하겠어요

당신 서러울 때 내가 안아줄테니
힘들 때 당신이 안아줄 거라 믿어요

행여 우리 둘 다 복받치는 날 오거든
뭐 어때요.그냥 싸웁시다.

다만 감정에 겨워 큰 상처는 주지 말고
아침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 다시 힘껏 손잡기로 해요.

때론 물망초처럼, 때론 선인장처럼
그렇게 사랑하기로 해요,우리.(-27-)


마지막 인사

당신 없는 일상이란
익숙하기 그지없고

저물어가는 오늘의 하늘은
아름답기 짝이 없소

사랑은 여기까지
부디 잘 가시오.(-47-)

소금물

눈물의 맛을 처음 느낄 적에
아, 이건 짭조름하다

눈물은 소금물인가 보다
눈물이 바다처럼 흐르고 넘쳐
싱거움이 찾아올 때

우리는 철이 들었다고도 한다
쓸쓸하게도 말이다

바닷물에도 밀물과 썰물이 있으니
한 움큼씩 소금이 빠져나가는 우리네 삶은
그렇게 조금 조금 싱거워진다.(-55-)


시한부

이제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
원하는 건 일곱 개만 더 가져보고
여행은 세 번만 더 가보고
책은 다섯 권만 더 읽고
술은 삼백 병만 더 마시고
이별은 오백 번만 더 하고
사랑은 한 번 만 더 해야겠다. (-60-)

넋두리

좋은 소식은 알렸지만
나쁜 소식은 감췄다

설렘은 쏟아냈지만
우울은 묵혀두었다

어둠은 멀찍이 숨겨두고
따사로운 햇살만 건넸다

너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그랬다. (-73-)

후회

사람은 떠나도 물건은 남는다.
밷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지만
버린 물건은 얼마든 주워올 수 있지
이런 내가 나조차도
미워 죽겠다는 얘기다. (-95-)

고해 성사

용서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안아주는 대신 모질게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서운함이 우리를 갈라놓을까 하여

놓아야 하는 줄 알면서도
보내주는 대신 마음을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그때까지 함께이지는 않을까 하여. (-106-)


시를 통해 위로를 얻고,시를 통해 위로를 잃어갑니다.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시를 통해 내 상처가 다시 찾아옵니다.시는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스쳐지나가듯 하였으며, 시는 그렇게 문득 인연처럼 내 곁을 맴돌게 됩니다.이 책은 그렇게 나에게 찾아와 나에게 시라는 작은 매개체가 내곁으로 다가와 흔적을 남기고 다시 흩어지게 됩니다. 시를 통해서 내가 가진 것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찾아보게 되고, 나 스스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차근차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있는 것과 없는 것,그것은 소중한 것과 소중하지 않는 것입니다.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는 것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삼라만상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봄여름 가을겨울,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처럼 어느덧 눈앞에 나타나는 4계절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년 내내 내가 좋아하는 계절만 함께 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어느덧 내 삶에 묻어나게 되고, 내 삶과 엮이게 됩니다.일년 365일 맑은 날만 되기를 바라는 도시를 거점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농부에게 일년 365일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곡식은 말라죽게 되고, 가뭄이 지속될 것입니다.그 농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그것은 우리 스스로 철들어간다는 증거입니다.철들어 간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나이 먹어간다는 흔적이 아닐런지,살아가면서 수많은 삶의 군상들과 엮이면서, 우리는 그렇게 봄여름가을겨울처럼, 희노애락이라는 마음 속의 사계절과 엮어가고 살아갑니다. 물리적인 사계절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적 희노애락을 마주하게 될 때 회피하지 않고 견디면서 살아간다면 결국에는 그 혜택이 나에게 찾아오게 됩니다.농부가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에 수확을 하고, 겨울을 잘 지나가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지혜란 멀리 있지 않습니다.나의 가까운 곳에, 나의 이웃들에게서, 나의 가족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내가 보고 느끼는 자연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지혜입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때로는 객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그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느 것은 또다른 고토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회피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견디느냐가 아닐런지요. 펭귄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면서 차가운 겨울을 지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살아가면서, 누리가 느끼는 수많은 기억들을 ,우리 스스로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소중한 것을 놓치는 일이 없이 살아가며,후회할 일을 덜 만들어가는 작은 씨앗이 되는 것입니다.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타인에게 아픔을 주었다면, 그 상처가 여물기를 기다리는 것,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 지혜이며, 함꼐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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