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과 신호 - 당신은 어느 흔적에 머물러 사라지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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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허무한 물음은 벚꽃의 춤사위 속으로 사라진다. 어둠이 밀려온다.방문을 걸어 잠그고 창가에 머물러 저무는 오늘을 바라보며 꽃잎 위에 사뿐히 내려앚는다.무참하게 꺾이면서 산산히 부서진다.밤하늘의 별과 달은 서로 웃으며 빛나고 있다.(-19-)


여명의 어둠이 서로를 품고 있는 오늘도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극렬히 대립하고 있다. 정의와 평등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오늘을 상실당한 이성의 또 다른 아우성이다.그 상실의 존재는 불안하기에 새로운 사유와 존재가 되길 간절히 염원한다.주체 없는 종속적 존재는 자아 속에 늘 영원한 자를 갈망하고 있다. (-71-)


죽음은 모두 한결같은 하나다. 꽃은 때가 되면 시들고, 동물들도 때가 되면 죽음의 자리를 편다.모든 생명체는 죽음의 시간을 따르는데 인간은 최첨단 사각의 공간에 시간을 가두고 버티기를 한다.석양으로 발갛게 타오른 사각의 창문 너머로 어두운 밤을 밝히려는 문명의 불빛이 보인다.그들은 물끄러미 흐르는 한강을 보면서 손을 흔든다.강은 시간 없는 시간 속으로 도도히 흐르면서 도시를 버린다. 내 고향에는 시간이 없다.(-104-)


헤겔은 삶에서의 세가지의 모순을 거론한다.즉 언어, 국가,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다. 언어의 모순에 대해서는 그는 말과 사물의 관계를 자의적인 것으로 본다, 말의 의미는 정신적 차원이고 말은 물질적 차원에 속한다.그러므로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하는 말과 의미를 내연적 관계로 설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160-)


우주의 모든 사건들의 집합은 하나의 현재가 다른 현재를 뒤따르기에 연장된 현재다.시간과 공간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사건들이 집합된 것이다. 어떤 단일한 순간은 없다.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연장된 현재'의 지속이 2백만 년이다.안드로메다에 고등문명이 있어서 지구로 생명체를 보냈다고 상상하더라도 우리는 그에 대해 도저히 알 수가 없다.(-210-)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사물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첫째는 자연에는 근본적으로 입자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질과 빛의 입자성은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우리 몸도 양자역학 속에 빛의 입자가 만든 그림자다. 양자역학에서 입자들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발상은 고대 데모크리토스가 상상한 원자론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대로 되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50-)


우리가 무엇인가 원한다는 것은 이미 이룰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자신이 원한 바를 이룬 자는 그 일을 이룰 능력을 갖춘 뒤에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먼저 원하는 자는 영원히 이룰 수 없다. 원하기 위한 행위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부인과 철회로 존재한다.그곳에 현존재의 공간이 열려진다.나를 부인하고 철회할 수 있는 당당한 모습에 꿈이 머물면서 공간의 주체로 있어진다. (-301-)


인간은 끊임없이 사유한다.사유 속에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 속에 모순과 위선을 찾아낸다.그 모수과 위선은 갈등의 씨앗이 되고,그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서 정치라는 하나의 실천을 찾아내게 된다. 인간은 진화 속에서 지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공동체를 만들고 ,언어를 만들고,개념을 만들어내면서 세상을 이해하고,나를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행위가 반복되었다.그 과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갔으며, 스스로 문제를 풀어 나가게 된다.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책은 나의 사유와 타인의 사유를 연결해 나가고 있었다.윤정의 저서 <흔적과 신호>는 우리의 삶을 비추게 되고, 우리스스로 사유의 틀을 만들어 가도록 이끌어 간다.특히 저자의 사유의 깊이는 나를 변화시키는 주춧돌이 되고 있다.


죽음과 삶,인간의 영속성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기였다.갈등은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생존에서 벗어나면서 인간이 가지고 싶어하는 다양한 욕구와 욕망은 국가의 형태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부족과 부족의 전쟁,국가와 국가의 전쟁으로 인간은 인간을 죽이고,사물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호모 사피엔스가 불안과 고민,걱정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인간의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다.


흔적과 신호, 정보와 시선,이 책은 27가지 주제를 담아내고 있으며, 세상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그려낸 흔적들 속에 신호를 찾아낸다.신호를 분석하면 정보를 찾아가게 되고, 정보는 인간 스스로 안목을 키우고 시선을 만들어 낸다. 그 하나 하나가 이 책에 나오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의식과 무의식의 연계고리를 찾아내고 있다.인간은 스스로 인식의 주체이면서개체이기도 하다.세상에 대한 탐구는 삶과 죽음 속에서 반복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었다.그 숙명 속에서 우리는 나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하게 되며, 그 안에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정신적인 문제가 인간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이유에 대해, 이 책 한 권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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