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의 미녀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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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인과 거리가 먼 뚜렷한 이목구비와 붉은 머리, 그리고 봉숭아물을 들인 손톱은 40대 여인으로서의 농염함이 장마철의 강물처럼 넘실거린다. 하지만 그녀의 키는 그리 크지 않다.고작 160센티나 될까.영피로 된 옷과 가죽 신발을 신었으며, 머리를 감싼 스카프형 가죽에는 해오라기 깃털이 꽃혀 있다. 멋을 잔뜩 부린 모습이다. (-5-)


그 무렵 중국 전역에서 대약진운동의 후유증인 재앙과 오랜 기근으로 우리 3천만 명이 사망했는데도 불구,시급한 곡물 수입은 뒤로 미루고 우라늄 개발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고, 1964년 어느 날 타클라마칸 사막 동쪽 로프노르 지역에 가공할 규모의 원자탄을 터트렸으며, 그 핵실험에 의해 미국,소련, 영국,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핵보유국 대열에 당당히 서게 되었다. (-70-)


조진표가 위구르사람들의 작은 시위현장을 목격하게 된 것은 김성필의 뉴욕사무실을 찾아가던 날이었다.중국의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시위였다.중국 공안에 의해 피투성이가 된 위구르인을 트럭 짐칸에 내던지는 사진하며, 총살 현장에서 힘없이 머리를 떨구는 위구르인의 비통한 얼굴하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연상케 하는 발가벗겨진 채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위구르인 청년 하며....한마디로 참혹한 광경의 피켓사진을 치켜들고 소수의 위구르인들이 철면피 중국의 탄압을 소리 높여 규탄하고 있었다. (-155-)


에벤에셀 그룹 전체가 아니구요. 그중 제일 열악한 생활용품사업부로 몰아 부도처리 했거든요. 사업이 부진한 계열사 한 곳만 날리고 빚을 청산해 버린 다음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속셈 아니겠어요? (-186-)


자비종의 장례식이 열린 것은 소금교회 오카리나 연주팀이 우루무치공항을 통해 출국한 다음 날이었다.그러나 여느 장례식과 다른 점이 있었다. 주인공의 시신이 없다는 사실이 그러했다.우루무치 공안 건물을 통째로 날려 버린 폭약이 제 아무리 육중한 장비종의 몸이라고 흔적을 남겨 둘리 만무했다. (-229-)


조진표는 생각했다. 아무리 기업 성장과 기업 자유가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하지만, 선량한 피해자들인지 뻔히 알면서도 눈 찔끔 감고 대량 해고해 버리는가 하면, 그 이익금으로 회사를 더 키우는 행위가 과연 기독교정신을 지향하는 기업윤리인가.(-285-)


조진표도 바람의 흔적 보듯 그녀를 보았다.쟈오셔먼이 먼저 조진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아쥐었다.입술이 가까이 왔다.조진표는 피하지 않았다.오랫동안 기대했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하지만 쟈오서먼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고 그냥 못 이긴 척 따라갈 수는 없었다.이번에는 조진표가 그녀를 앞장섰다.자연스럽게 푹신한 안락의자에 쓰러지듯 넘어졌고, 조진표가 사랑의 강도를 직접 표현하기 위한 노골적인 자세를 취했다. (-341-)


소설 <누란의 미녀>는 나라와 나라, 개인과 개인,역사와 역사가 엮이게 되는 한편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중국의 신장 자치구역 내 우루무치에서 살고 있는 위구르족의 삶을 그려내고 있으며, 기독교 기업 에벤에셀 기업의 총수 서건석 회장의 탐욕과 에벤에셀 기업이 운영하는 소금 교회에서 일하는 조진표 의료선교사의 삶을 밀착시키고 있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누란이라는 전설의 나라는 사실 중국의 역사속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중국은 한족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누란은 실제 위구르족이 지배했던 곳이며, 중국인들은 위구르족의 역사를 지워 버리고 싶었다. 누란은 신장 자치구역 내에 시제 있었던 전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공간으로서, 시대를 거슬러 3800년전 중국의 과거의 역사로 향하게 되었다.그동안 전설로만 알려졌던 누란이 다시 부각되었던 이유는 신장 자치구역 내에서 미라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동양의 외모가 아닌 하양 백인의 여성의 외모를 간직하고 있었던 160센티의 여성은 누란의 미녀라 지칭하고 있었다.조진표는 한국에서 사는 의료선교사로서 신장 자치구역 내 우루무치에 파견되었는데, 그 안에서 하타르구라는 청년을 고용하게 된다. 소설은 바로 분리독립투쟁을 하는 소수민족 위구르족 우루무치 내에서의 사회상을 그려내고 있었다.하다르구의 누나 쟈오서먼, 쟈오서먼은 위구르족의 후예였으며, 위구르의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지게 된다.의료선교사  조진표는 분리독립 투쟁을 하다가 총상을 맞게 된 자오서먼을 치료하면서, 3800년전 누란의 미녀가 다시 돌아왔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즉 자신의 삶 속에서 갑자기 끼어들게 되어버린 쟈오서먼으로 인해 위구르의 사회상에 대해서 관심가지게 되는데,위구르인들이 독립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뉴욕으로 갔지만 그들이 원했던 것은 현실이 되지 못하였고, 그 빌미로 종교적 탄압이 일어나게 되었다.그건 과거 헤이그 특사 파견을 했던 과거 암울한 역사 속의 조선과 겹쳐지고 있다.


이 소설은 역사와 사랑을 겹쳐놓고 있다.조진표와 쟈오서면의 사랑은 그렇게 뜻과 뜻이 마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종교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게 된다.의료 선교사였던 조진표와 모슬렘의 8계명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쟈오서먼은 역사적이 소용돌이 속에서 비밀의 서약을 하게 되었고, 조진표는 모스렘을 받아들이면서 서로 사랑을 키워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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