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문제야, 항상
박한평 지음 / 경향BP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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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의 
여별을 겪으면서 깨달은 건

이별이란 게 
딱히 복잡하거나
혹은 어렵거나
새로울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내 일상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거.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한다는 거.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없다는 거.

마음에 생긴 큰 구멍을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는 거.

특정 상황,환경, 분위기, 장소, 노래를
만날 때마다 생각이 많이 난다는 거.

이런 것들 말고
나머지는 다 괜찮다.

이런 것들 말고는

이렇게 간단하고 쉽다.
이별은. (-27-)


함께였던 곳에
혼자 다시 한 번 와보니,

달라진 건
내가 없다는 사실 뿐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운 거야.

한참이 지났는데도
내 마음은 왜 아직도 그대로인 걸까.

이 길도 함께 걸어서 참 좋았었지.
이것도 같이 먹어서 너무 맛있었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사라지질 않네.

성의 없이 내던져진 내 마음이라는 것도.
네가 받아주든 받아주지 않든
여전히 사랑이라는 포장지로 씌워져 있더라고.

아직도 나는 
너로 온통. (-66-)


떠났다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써보기도 했지만

우리가 했던 게 사랑이었다는 걸
가까스로 느끼게 해줄 정도의
온기만 남긴 채 그 사람은 그렇게 떠나갔다.

나는 이제 떠나간 것들과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들은
그대로 흘려보내기로 한다.

미련스럽지 않게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면
반드시 제자리를 찾아올 테니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안다면 돌아올 테니까

반드시. (-195-)


미련스러웠다. 작가의 미련스러움은 사랑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때로는 순수하게 사랑을 하였고, 때로는 미련스럽게 자신이 사랑했던 한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사랑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일수록 사랑에 있어서 약자라 하였던가, 기억 속에 지워지는 그 사랑의 끄나풀을 붙잡기 위한 그 아련한 행위들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가고 있다. 사랑이란 여자의 기준과 남자의 기준이 너무 다른 것 같았다. 이 책을 쓴 저자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보니 남성인 것 같다. 남자의 관점에서 사랑은 언제나 과거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를 지우지 못하고, 기억을 놓지 못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대상에 대한 추억과 경험들을 지우지 못한 채 그냥 그대로 두게 된다. 사랑이라는 가치 앞에서 철저히 나약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저자의 마음들이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사랑이었는지 한 권의 책을 통해 느껴 볼 수 있었다.


사랑하게 되면 후회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랑하고 이별을 하면, 기억들을 지우개로 쓱싹 지워 버리고 싶다. 사랑하게 되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채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이별을 하게 되는 그 순간 그 당연한 것들이 안개처럼 흐러지고 뿌옇게 되어 버린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사랑의 기억들, 그 기억들이 사랑과 함께 동화되면서,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은 내 삶을 휘감아 버릴까 싶은 마음에 벗어나고 싶어한다.그래서 사랑을 기억하려 하는 이들과 사랑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은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그 평행선이 사랑을 계기로 다시 과거로 회복하지 못하고, 각자 자신만의 사랑을 꿈꾸게 된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 말하면서, 위로를 얻으려 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사랑했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절망감 때문이 아닐런지, 남자의 그 애틋한 사랑에 대해서 , 남자가 아닌 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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