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별스런 너에게
이창미 지음 / 프로방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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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나뭇가지는 바람이 흔드는 대로
몸짓을 한다
꽃잎도 덩달아 바람과 눈 맞추려
바람 따라 흔들린다

그 누가 그 무엇이
나의 몸과 눈에 콩깍지를 씌우더라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로
나무는 머문다.

바람에 흔들려 낙엽 되어 떨어져도
바람에 메말라 헐벗은 나뭇가지로 남아도
바람 타고 하늘로 가지 뻗는 나무가 되리라. (-65-)


활짝 피어 봐

아침이 오는 길목에
추위 또한 자주 변덕을 부려도

성큼 다가온 듯
아침의 향기가 스며들긴 하여도

활짝 핀 하루
늘 새롭고 늘 활기차게
오늘도 문을 열고 큰 걸음 한다

오르막 내리막 힘들어도
움츠리지 말고 눈 동그랗게
어깨 쫙 펴고 땅을 올려 본다

부딪치기 싫어
꼬리 접지 말고 가 본다
활짝 피어 본다.

오늘 하루 여정이 
기쁨과 행복으로
활짝 웃을 수 있는 희망으로
햇살은 좋다

활짝 피어 봐 (-126-)


토할 수 있는 힘

먹어선 안 될 걸 삼켰다
소화가 될 리 없다
토하고 싶다.

고통스럽게 울컥 올라온다
꺼낼 수도 없다

가슴에 박혀 답답함만 호소한다
내가 삼킨 것 그 누구도 모른다
토하고 싶다

세상엔 삼킬 수 없는 일이 참 많다
삼킬 수 없는 것을 토할 수 있다면
토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면 
토하고 싶다. (-218-)


인생길 함께 하는 사람

필요한 곳에서 빛나게 살자

내가 필요할 때 없는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좋을 때 나와 함께 하는 사람
힘들 때 나를 떠나는 사람

우연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인가
좋은 사람으로 만나 인연에 공들여
그리운 사람으로 남자

행복은 모르게 스며들어
자리 잡지 못하면
모르게 가버리네

인생길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면
소중한 행복이리라. (-267-)


가을이다. 가을은 시가 생각나는 계절이다.높고 푸르른 하늘 위에서 때로는 내 마음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그러한 좋은 시, 내 마음 속 응어리진 감정들을 표출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시들이 생각난다. 시는 우리 삶에 스며들어서 내 마음을 흔들어 놓게 된다. 시는 커피와 잘 어울리는 문학이었다. 그리움을 시로 쓰면 시는 그리움이 되어지고, 슬픔을 시로 쓰면 시는 슬픔이 되어졌다. 시인 이창미 <시작이 별스런 너에게>는 가을에 어울리는 시로서 자신의 삶과 희노애락을 투영하고 있었다. 삶에 대해서 어느 순간 불쑥 들어오는 요동치는 감정들, 그 감정들조차 보듬어 안고 끌어안고 살아가리라. 우리에게는 이창미 시인의 이러한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그리움을 회피하지 않고, 내 안의 그리움을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삶이 말이다.슬픔을 회피하지 말고 내 안의 슬픔을 인정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커피 한 잔 속에는 눈물 젖는 그리움이 있으며, 흔들리는 마음을 우뚝 서있는 나무의 가지로 투영하고 있었다. 삶에 대한 의지, 자신에 대한 의지가 돋보였다.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후회하는 삶이지만, 그 삶조차도 나에게 소중한 삶이리라, 시는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있기에 우리는 시를 통해서 위로를 얻게 된다.나의 삶과 너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 나의 감정과 너의 감정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 한 편 한 편 속에서 느끼게 되었다.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 나에게 주어진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시집, 그런 시집이 내 앞에 놓여져서 참 좋다.반드시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하지만,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삶을 나는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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