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의 어머니
조열태 지음 / 브레인와이즈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님이 빨리 정신차리셔야 돼. 어머님 아버님이 말년에 행복하게 지내시지 못하면 자식들도 편치 못하게 돼.지금 어머님이 굉장히 많은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 줄은 당신도 알거야.조강지처를 안타까워하고 아껴줄 줄 알아야 하는제,이건 아버님 혼자 즐거우시면 된다는 식이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사실 나도 아버님이 굉장히 실망이야.(-75-)


의사는 뜸들임 없이 치매라고 밝혔다.어렴풋이나마 혹시 어머니가 치매가 아닐까 의심은 했었다.그래도 막상 그렇다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얼떨떨했다.우리 엄마가 치매라....이제 다시는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지 않은가! 막막하기도 했다. (-142-)


"고모,만약에 아버지가 경제권을 모두 엄마에게 넘기고, 아파트도 엄마 명의로 해주고, 집에 있는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면 그때는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너그 아버지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더나?"(-210-)


"네 정신병원이 아닙니다.정신병원하고 같이 붙어 있습니다.들어가는 입구 왼쪽이 정ㅅ힌병원이고 오른쪽이 노인 전문병원입니다.할머니 같은 경우는 우선 주사로 약물 주입시켜 약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게 하면 됩니다.나중에 부작용 없이 혼자 약을 들 수 있게 말이죠."(-298-)


"이번 여름에 꼭 얼음골에 데리고 가다오.휴가 때 서울에서 자식들이 내려와서 전부 어데 데리고 놀러 가 준다고 이웃에서 자랑할 때마다 나도 거짓말로 우리 자식들도 내려와서 같이 어데 갔다 온닿하고 말 한다 아니가?" (-360-)


치매 , 참 무서운 병이다.그 증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다양하고, 가벼운 치매에서 중한 질병으로 생각할 수 있는 치매도 있다.인지 장애를 가진 치매도 있으며, 뇌손사으로 인한 치매도 있다. 특히 알코올성 치매는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중독적이며, 상대적으로 폭력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치매에 대한 인식이 열악한 반면, 치매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막연한 불안과 근심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이며, 주제가 치매다. 주인공 봉수와 경수는 형제이며, 부모님의 이상한 행동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학교에서 교감을 거쳐 교장까지 역임하셨고, 퇴직 이후 게이트볼 회장까지 역임을 하셨던 아버지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놓치게 되는 문제들을 이 소설은 짚어 나가고 있었다. 엄마의 이유없는 의심 증상은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가족을 때로는 고통스럽게, 때로는 가족들을 난감하게 할 때가 있다.소설에서 아빠의 외도 증상에 대해서 , 자신의 집 문서나 돈을 가족이 아닌 남에게 쓴다는 사실에 대해 어머님의 말만 믿고 오판을 하게 되고, 가족들은 발칵 뒤집히게 된다. 흥신소에 의뢰해 아버지를 추적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었다. 가화만사상이라 하였던가, 가족에게 집안의 평온은 첫번째 요건이다.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에 원인이 있는게 아니라 어머니의 이유없는 의심 증상에 원인이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 해석을 잘못하게 되고, 어머니에 대한 과거의 기억과 경험과 직관적인 사고가 모든 책임을 아버지에게 되돌려 놓는 잘못된 오판을 하게 된다. 그 과정 하나 하나가 이 책 속에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상과 상황에 대해서, 누군가 하는 이상한 행동에 대해서 집안의 가족들이 바라 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각자의 안목의 차이,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 삶의 패턴 속에서 우리는 잘팡질팡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게 되었다. 길어야 7년을 살아가는 치매 환자들에 대한 특징, 그들의 치매 속에 숨어있는 우리의 모순된 생각들이 곳곳에 스며들고 있으며, 지혜로운 선택과 결단만이 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