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피난소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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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의 소설 <여자들의 피난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모습들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 생각할 꺼리를 제공하고 있다.자연재해로 살아남은 자와 살아남지 못한 자들 사이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또다른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지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소설을 펼쳐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으며, 생존 앞에서 무기력한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느낄 수 있다.


일본 도쿄 인근 지진과 해일, 쓰나미가 밀려오는 전쟁같은 삶속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안전이나 보호 없이 피난소에 살아가는 이들, 그들은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한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가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해졌기 때문이다. 소설을 보면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 중첩되고 있었다. 포항-경주 지진으로 인해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들의 기둥이 무너졌으며, 그로 인해 자신이 머물러 있었던 곳을 떠난 이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뒤, 보상금을 가져 가기 위해서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가족이 다시 나타나 보상금을 가로챈 사건들이 이 소설 속에 엮여 있었으며, 주인공 쓰바키하라 후쿠코의 삶이 두개의 사건과 묘하게 겹쳐지고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 후쿠코는 지진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남편이 지진으로 인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피난소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의 불행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후쿠코 또한 지진으로 인하여 남편이 사라지게 되었고, 그것은 후쿠코 자신에게 있어서 불행의 씨앗이 아니라 행복으로 여기게 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남편, 남편이 실종되고, 사라지는게 후쿠코의 입장으로 보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바로 후쿠코의 남편에 해당되는 표현이다. 파친코를 즐겨 하고, 후쿠코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사라지는 것은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마음의 평온을 제공하는 행운이라 말할 수 있다. 소설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비추고 있다. 어떤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될 수 있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으며, 그것을 마주하는 그 순간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죽음으로 인해 시신안치소가 가득들어찬 가운데 후쿠코의 내면 속 다양한 소용돌이를 관찰해 보는 재미가 소설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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