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부럽구나 :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시대
목영만 지음, 윤두식 서예 / 책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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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의 시선은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권력을 수반한 남녀간의 일탈은 그래서 더 무섭고 패륜에 가깝다.군주의 미학은 절제에 있다.절대자의 권력은 그 힘이 사용되지 않고 저장되어 드러나지 않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뭐든지 할 수 있는 권력을 절제하고 또 절제하는 데에 진정한 권력의 힘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깨우치지 못한 것이다. 군림하는 자의 일탈은 그 권력이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46-)


나쁜 정책인 줄 알면서 결정하고 실행하는 이유는 좋은 정책은 정책을 결정하는 자들에게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정책은 모두가 반대하고 따르지 않는다.정책에 사심이 개입된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나쁜 정책에 의지하고 다른다. 평소에 잘 지내다가도 정책을 결정하는 순간이 되면 서로 헐뜯는다. 당리당략에 따른 편 가름이 발생하는 것이다. (-70-)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국가가 국민에게 보다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고 포장하여 선전한다.하지만 그 내막은 그렇지 않다.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금을 사용하는 위정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용하는 권리요, 분배하는 권한이 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세금은 선출직의 먹고사는 먹을거리요.숫자로 표시되는 권한의 크기이기도 하다. 세금이 적다는 것은 재정 규모가 작다는 것이고 이는 곧 권한의 축소하는 말과 동의어이다. 그러니 이를 사용하는 권한을 가진 자가 어찌 이를 줄이는 데 동의하겠는가? 그럴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들겠는가? (-218-)


능소화의 아름다움은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믿는 데는 하등의 걸림돌이 없다.하지만 그 꽃을 바라보면서 삶의 찌들고 지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아픔까지 오롯이 느끼기는 힘들다. 어쩌면 능소화의 아름다움이 그 뒤에 숨어 있는 민중의 아픔을 가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아. 사물을 꿰뚫러보는 내면의 눈이 없다면 보이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일 거라고 믿기 쉽다. 보이지 않는 덕을 볼 수 있는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서,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수양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진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기에 더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323-)


정치에 엮여 있다보니 세상 사람들이 위정자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민중을 내세우는 그들의 모습들 속에 진리와 진실은 묻혀 버렸고, 허구와 위선만 느껴졌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 이들은 세상 사람들이 원하지 않으며, 허구와 이간질이 난무하는 이들이 대접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21세기 작금의 모습만 해당되지 않으며, 시경이 쓰여졌던 주나라, 즉 기원전 10세기 경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시경을 널리 읽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을 그려내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시경 원문은 읽어보지 못하였지만, 시경을 재해석한 책 <능소화 부럽구나>는 정치에 관심있는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척도가 되며,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게 된다.정치와 권력의 묘한 관계, 생각하고 생각하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내가, 이 책 한 권을 통해서, 시경 속에 담겨진 우리 삶의 보편적인 진리, 변하지 않는 가치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위선과 아집, 그것들은 3000년간의 시간의 간격을 두고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주나라의 권력을 쥐고 있었던 절대적인 권력자들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다시 재현되고 있다.어쩌면 민주주의 가치는 허무함으로 이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우리는 그 허무주의에 답답함과 속상함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나쁜 정책들이 구현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고칠 수 없는 것에 대한 씁쓸함이 느껴진다.그런데 그럴 수록 우리에게는 냉철함과 냉정함이 필요하다. 능소화에게 냉철함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 권력을 쥐고 있지만, 그것을 휘두르지 않는 군자의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그 군주를 전면에 내세웠으면, 신뢰하고 믿음으로서 따라가야 한다는 그 기본적인 자세가 세상의 위정자들을 내몰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비로서 우리의 세상은 밝은 빛을 마주할 수 있다.시경은 바로 우리 사회를 비추고 있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항구 위에 고고히 떠있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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