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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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홍은 요부도 색골도 거머리도 마녀도 아닌, 그저 암울하고 가난한 그 시절을 살아내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쳤던 ,지극히 평범한 한 여인에 불과하다.집안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유곽에 팔려와 푼돈에 성이 착취당하는 가난하고 평범한 어느 집의 딸에 불과했던 것이다.(-58-)


특히 인간 존중과 남녀 간의 낭만적인 사랑이 화두였던 서양의 문학작품들은 조선의 유학생들로서는 꿈에서조차 상상해보지 못한 신세계와 다름없었다.김우진과 윤심덕 또한 유학 중 빅토르 위고와 톨스토이 등 서양의 대표 거장들의 작품들에 심취하면서 자유와 낭만적인 사랑을 동경했다. (-121-)


흔히 후대 사람들은 최승구를 아나키스트로 평가한다.그러나 필자는 그의 글 여러 편을 읽어봤을 뿐인데, 아나키스트의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한 여인을 끔찍이 사랑했던 ,초가집에서 가난하게 산다 한들 자유가 있고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라면 아무 불평도 없을 ,행복에 겨워할 소박한 삶을 꿈꾸었던 한 멋진 청년 시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226-)


모윤숙은 독립투사였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영향으로 말미암아 일제의 창씨개명에 심한 반감을 가졌다. 총독부는 그녀에게도 예외 없이 성과 비슷한 '모리' 로 갭명하라 압박을 가했다.그녀는 창씨개명을 거부하다가 경찰에 연행되어 2주일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었다.이때만 하더라도 그녀는 그랬다. (-313-)


책에는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이 나오고 있다.각각 28세 , 30세, 52세, 81세의 삶을 살았던 네 명의 근현대사의 문단의 주축을 이루었던 그들과 그녀들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선구자였다.신문물을 받아들였고, 그 시대의 암울함 속에서 자유를 갈망했던 이들은 그것이 독이 되어서 자신의 운명의 소용돌이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자신의 삶과 엮이면서, 남들 앞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던 이들, 이상과 금홍의 애틋한 사랑은 그렇게 가난으로 첨철된 그 시대에 자신의 삶의 굴레에서 벗어난 몸부림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편 이우진은 차별화된 삶을 살아왔으며, 그 시대의 부유층에 해당되었다.사의 찬미로 알려진 성악가 윤심덕과 김우진의 만남, 그 시대는 그들의 앞서나간 두 사람의 사고를 허용하지 못하였으며, 동갑내기 김우진과 윤심덕은 한 날 한 시에 세상을 등지게 된다. 나혜석은 그나마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의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임종 순간, 비움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승화시켜왔던 나혜석이지만 병마와 싸우면서, 말년에는 행려병자로서 쓸쓸한 인생을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모윤숙은 우리의 역사의 굴레와 엮여 있는 인물이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여인, 이승만 정권의 권력의 나팔수였던 모윤숙,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가 모윤숙이다. 모윤숙과 메논의 만남, 이승만과 모윤숙의 정치적 이해관계들, 춘원 이광수와 모윤숙,이처럼 한반도의 역사를 흔들어 놓았던 굵직굵질한 역사의 한페이지는 누군가의 개인사이기도 하였다.우리의 뉴스를 장식했던 그들의 스캔들이 우리 앞에 놓여지면서, 아름답게 보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그리고 네 사람의 스캔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현재에도 그들만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으며, 문학의 향유와 문단의 스캔들은 불가분의 관계였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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