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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 1840~1975
비에른 베르예 지음, 홍한결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섬은 북해의 파도에 조금씩 침식되어 계속 크기가 줄었고, 이따금 큰 덩어리가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1720년의 폭풍해일은 급기야 섬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작은 섬에는 깨진 조개껍데기가 널려 있는 모래 벌판만 남았다. (-35-)
이 우표에는 1894년 3월 9일 소인이 찍혀 있다.식민지가 붕괴되기 직전이다. 누군가가 고국 프랑스의 가족에게 곧 돌아간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 우표를 썻을지도 모른다. 천공을 흉내낸 가짜 톱니 테두리가 눈에 띈다.우표를 손으로 뜯기 쉽게 테두리에 뚫은 구멍,즉 천공은 이미 대부분의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쓰이고 있었지만, 오보크에서는 아니었다. (-101-)
보어군의 마페킹의 함락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두어 차례 점려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보어군은 병력의 절반 이상을 철수시켰다. 영국군의 입장에선 작전 성공이었다. 덕분에 영국군은 동쪽 지역에서 승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201-)
만주죽의 영토는 북쪽으로 아무르강 유역의 아한대 지역부터 남쪽으로 보하이만의 비옥한 평원지역에 이르렀다.중국과 접한 남쪽 국경선은 만리장성의 끝 구간과 일치했다.만주는 1900년대까지 순수하게 농토로 이루어진 땅이었으며, 몇 개의 현으로 나뉘어 중국 황제의 통치를 받았다. (-303-)
류큐 제도는 일본과 대만 사이에 ,위도 몇 도에 걸쳐 위치한 열도다. 100개가 넘는 화산섬이 활꼴로 길게 이어져서 얕은 바다인 동중국해 그리고 동쪽의 마리아나 해구에 이르는 훨씬 깊은 바다인 필리핀해의 경계를 이룬다. (-372-)
우표는 1990년대 학교 내에서 수집품 1호였다. 학창 시절 우표 수집을 하면, 역사도 이해하고, 문화나 정치도 배울 수 있다고 했다.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하였고, 나는 우표 수집을 하지 않았다.다만 내 동창이 우표를 수집하였으며, 우체국에 자주 가면서, 우표 수집을 즐겨했던 기억이 났다. 우표는 우체국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발행하기도 하고, 의미있는 날, 의미있는 순간에 특별한 날에 발행하기도 한다. 지금은 인터넷 이메일을 즐겨 쓰기 때문에 우표를 쓰는 일이 많지 않다.하지만 특별한 사건이나 뜻깊은 날에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손글씨로 쓰여진 우표, 그 우표를 잘라서, 우표를 물에 적셔서 살짝 떼어내야 한다는 그때의 우표 수집이 어느덧 추억의 한페이지처럼 남아있다.
이 책은 우표 속에 담겨진 사라진 나라의 기록들이다. 그 나라들은 그 나라의 다양한 모습들을 나타내고 있었다.나라가 만들어지면 곧바로 우표 발행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우표가 발행되기 위해서는 나라의 기틀이 잡혀 있어야 하며, 국가의 안녕이 먼저이다. 나라의 집권이 안정적이지 않다면, 우표 발행은 힘들고, 우체국의 존재 가치도 사라지게 된다.하지만 우표를 발행할 수 있다는 건 그 나라의 존재가 외국에 알려졌다는 사실이며, 유표속의 사라진 시간과 장소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해 낼 수 있다.
우표는 하나의 역사이다. 우표는 그리고 하나의 힌트이기도 하며, 호기심의 실체이다. 어떤 나라에 대해서 써내려 가고, 그 나라의 문물을 이해하고, 왜 그나라가 사라졌는지 알게 된다면, 우리의 삶을 다시 규정지을 수 있게 된다.특히 21세기 지금 현재 온난화 문제로 국가가 많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들을 보면, 온난화가 아니더라도 국가는 언제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고, 필요에 따라서 소멸되었다. 우리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주국과 류큐와 같은 나라들의 흔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보았던 것은 왜 나라가 사라지고 소멸되는가이다. 먼저 자연재해이다.섬나라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들은 자연재해에 취약하다.그래서 작은 섬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나라의 국민들은 삶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쓰나미와 해일,태풍에 의해서 땅이 두 동강 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현실이며, 우리가 왜 나라에 대해 큰 무게를 두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해지게 되는 것이다.제국주의에 의해서, 미국과 영국, 스페인,네덜란드가 만들어 놓은 식민지는 그 나라의 운명을 갈라놓고 있다.특히 이 책에서 제1차 세계 대전,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사라지고, 만들어지고,독립된 국가들을 찾아본다면, 우리의 제국주의의 형태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책, 우표가 바로 한나라의 역사이며 기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