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킹맘 남편입니다 - 살림하는 남자 아이 키우는 아빠
폴 킴 지음 / 피톤치드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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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퇴사하면 앓던 이가 빠진 듯 후련하게 생각하실 줄 알았던 사장님은 두 번이나 집 앞까지 찾아오셔서 퇴사를 만류하셨다. 사장님의 그런 모습을 보고 '괜히 사표를 썼나?' 하는  마음이 잠깐 들기도 했다. (-57-)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미국에서 집을 구하고 운전면허까지 따면 정착의 90퍼센트는 끝난 것이라고 말이다.그만큼 집을 구하는 것과 운전면혀를 따는 것이 이방인들에게 큰 스트레스다. (-103-)


나는 우선 5년 넘게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스마트폰에서 삭제했다.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도 삭제했다.페이스북을 탈퇴하고 나니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한 시간 이상 줄었다.그렇게 확보된 시간을 가족과 더욱 농밀하게 보내려고 했다.

SNS 인맥을 정리한 후 나타난 삶의 변화가 또 있다. 바로 이웃의 개념과 범위가 달라진 것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안부를 나누는 옆집 부부가 스마트폰으로 문자만 주고받는 친구보다 더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또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면서 경비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146-)


어느날 설거지를 끝내고 고무장갑을 벗었는데 손등이 작은 좁쌀 같은 반점들이 퍼져 있었다. 손가락 열 마디 끝은 피부가 쭈글쭈글해진 채 며칠이 지나도 펴지지 않았다.병명은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과 주부습진이었다.설거지 할 때 꼇던 고무장갑과 세제가 원인이었다.피부과 의사는 내 손을 한 참 쳐다보더니 직업이 뭐냐고 물었다. 직업은 주부고 부업으로 책을 쓴다고 말하기가 민망했다. (-168-)


살림만 하는 주부가 워킹맘이 되는 경우와 일만 하던 남편이 살림만 하는 주부로 바뀌게 될 때, 두 가지 경우중 어느쪽이 더 힘들까,다시 물어 본다면 대다수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그건 우리 사회가 주부, 워킹 아빠에 익숙하고, 주부라는 가치에 대해서 여성에 고착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살림만 도맡아 하는 남편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상황이 나타날 대 사람들은 말을 돌리거나 회피하게 된다.그만큼 우리 사회는 어떤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직된 상태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워킹만 남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을 써냈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주부라고 말한다면, 남편의 입자이라면 민망할 것이다.그것은 물론 남자에 해당된다.아이가 있다면 아이들과 엄마가 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아내가 아닌,엄마가 아닌 남편이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그럴 때, 주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들은 뻘쭘하게 되고, 엄마들의 공통된 관심사나 대화에 끼지 못할 때가 있다.공감하지 못하고,이해하지 못함으로서 소통이 힘들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워킹맘 남편으로서 자신의 외동딸과 함께 학교에서 일어난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보면, 흔하지 않은 경험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남편들이 주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직장에서 사표를 제출하고, 집안에서 살림을 하게 된다. 그럴 때면, 아내가 하는 일을 남편 스스로 도맡아 해야 한다. 관계 중심인 여성과 달리 성취 중심인 남자들은 그 과정에서 관계중심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육아나 교육에 대한 정보 습득이 남편은 어렵고, 주부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몸의 변화들, 즉 주부습진 치료나 살림만 하면서 나타나는 정신병력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러한 사소한 부분들을 남편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그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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