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 신동엽시인 서거 50주기 기념 시그림집
신동엽 지음, 김형수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껌데기는 가라. (-9-)


그 사람에게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47-)


단풍아 산천

즐거웁게 사람들은 웃고 있었지
네 마음은 열두번 뒤집혔어도
즐거웁게 가을은 돌아오고 있었지

여보세요
신령님 
말씀해 주세요. (-90-)




나는 나를 죽였다.
비오는 날 새벽 솜바지 저고리를 입힌 채 나는
나의 학대받는 육신을 강가에 내몰았다
솜옷이 궂은비에 배어
가랑이 사이로 물이 흐르도록 육신은
비겁하게 항복을 하지 않았다. (-117-)


서울

서울 사람들은 
벼락이 무서워
피뢰탑을 높이 올리고 산다.

내일이라도 한강 다리만 끊어놓으면
열흘도 못 가 굶어죽을
특별시민들은
과연 맹목기능자이어선가
도열병약 광고며,비료 광고를 
신문에 내놓고 점잖다. (-148-)


시인에게 시어는 자존심이며, 자신의 전부이다.그래서 치열하게 시에 쓰여질 단어들을 수집하게 되고, 시상을 만들어 나가면서, 수집된 단어들을 적절하게 써먹는다.자신의 정신세계를 시 속에 녹여내려다 보니 ,자신과 시를 일치시켜 놓는다. 자신의 자존심이 시의 자존심이었으며, 시를 욕되게 하는 것은 자신을 욕되게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시인은 치열하게 새상을 바라보고, 시인들은 시대의 본질에 접근해 나가고 있었다.시인은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다.


시인 신동엽은 1930년에 태어나 1969년 세상을 떠나게 되다.광복 이전의 삶과 광복 이후의 삶을 동시에 누렸으며,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부수적으로 얻게 된 저항 정신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나가게 되었다.물질 세계와 가까이하게 되는 근현대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세상의 본질을 깊속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서, 시대를 바꾸라고 주문하고 있었다.시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단어 껍데기는 본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 것이다.그래서 신동엽은 껍데기를 더욱 강조해왔다. 껍데기에서 최대한 멀어지게 되면, 형상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스스로 껍데기를 덮어버리는 것들을 걷어내고,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회복할 기회는 생겨날 수 있었다.비본질적인 것은 지극히 물질적이며, 그 안에서 시인은 시의 고유의 특징을 나열하고 있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전부다 본질적이지 않는 것이다. 변화를 인정하고, 그 변화에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답을 찾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인다.시인의 책무는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 나가는 거다. 본질이라는 것은 바로 자신의 삶과 연결된다.본질에 가까울 수록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남들과 다른 인생사 안에서 자신이 가져야 할 것과 가져가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할 수 있다. 책에는 민족시인의 반열에 들었던 시인 신동엽은 계절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순간 순간을 살아가게 된다.쟁기를 들고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천재 시인 신동엽의 또다른 자화상이며, 지금까지 우리 스스로 보호하고 보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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