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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90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평점 :
인생이라는 기차길 위에 우리는 각자 다른 간이역을 세우면서 살아가고, 멈춰서서 간이역에 서 있는 기차의 그림자를 바라보게 된다.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간이역들은 뒤를 따라오는 누군가가 바라보게 디고, 그들도 자신만의 간이역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눈에 보여지는 거대한 물리적인 기차는 출발역과 도착역이 확실하고, 각 기차역마다 도착하는 시간이 정확하다는게 그들의 암묵적인 규칙이라면, 인생이라는 기찻길 위를 지나가는 나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기차는 어떤 기차역에서 출발하며, 어떤 기차역에 도착할 지 알지 못한다다는 한계점이 있다. 인생이라는 기찻길 위에서 우리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고 있다. 한 권의 시 , 시인 허수경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의 '역'은 인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각자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 새로운 기찻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어설픈 연인아 얼마나 오랫동안 이 달, 이 어린 비, 이 어린 밤동안 어제의 흉터 같은 이불을 폈는지. (네 잠의 눈썹 본문에서), 연인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의 편린 속에서 ,우리는 흉터를 얻어가고, 그 흉터를 어루민지면서 살아가게 된다.깊은 바다에서 갯벌위를 지나가는 밀물과 썰물이 오가면서 소금이 형성되어지듯이,우리 삶에 밀물과 썰물은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게 된다.아픔이라는 썰물과 기쁨이라는 밀물이 교차되면서, 하나의 인간은 깊은 인생길 위해서 완성되어졌다.
가난하고도 즐거워 오랫동안 마음의 파랑 같을 점심 식사를 나누던 빛 속, 누군가 그 점심에 우리의 불우한 미래를 예언했다. 우린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우린 그냥 우리의 가슴이에요. (레몬 본문) 가난이라는 씨앗은 우리에게 남다른 인생을 걸어가는 주춧돌이었다. 인생길 위해 놓여진 삶과 죽음의 사이 사이에서 가난은 나의 또다른 한계를 마주하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어둠과 같은 가난이 나에게 있었기에 바윗 돌 틈 사이에 태양이 비추는 빛의 향연의 소중한 가치들을 알알히 느낄 수 있다. 지나고 보면 가난은 나에게 지혜의 씨엇이었고, 성장의 씨앗이 되었다.그 순간 순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은 지나고 보면 ,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던 거다.
없다,새는 고양이가 금방 다녀갔나.
없다.온몸 도장은 있다.
없다. 유리창 이쪽과 저쪽 사이에는 제삼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새는 온몸 도장을 찍었나. (온몸 도장 본문)
체험은 시를 쓰는데 있어서 공감과 이해, 진정성이 알알히 맺히는 이유였다. 타인의 경험과 나의 경험이 교차되는 '온몸 도장'은 나에게도 현존했던 경험이다. 새가 남겨 놓은 날개 깃털이 유리창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지만, 새의 사체는 보이지 않았다.새가 온몸으로 유리창에 남겨놓은 소리의 흔적은 우리에게 또다른 인생의 상징적인 요소였다.그럴 때면 인생의 걸음 걸음 속에는 누군가 남겨 놓은 그 흔적들의 씨앗들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그 흔적들만 보았지, 그 흔적 되에 누군가의 노력을 살펴보지 않는다.새가 남겨놓은 흔적을 보며, 새의 사체를 살펴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루마니어로 하는 욕은 비만큼 낯설어 칠십년 전 이 광장에서 히틀러 만세를 외치던 사람들만큼 낯설어 그 와중에 죽은 시인을 떠올리는 나도 낯설어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낯선 역사적인 존재들 비느 오고 우리는 젖고 욕도 젖고.(루마니아어로 욕 얻어먹는 날에 본문)
언어는 달라도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이 욕을 하는지 욕을 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언어적인 인식의 힘보다 직감의 힘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서로가 다른 언어를 쓰면서 ,이해하기 힘든 이질적인 언어를 쓰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동질감을 얻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서로의 다름 속에서 같음을 찾으려는 걸음걸음들이 생존이라느 본능에서 비롯된,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 비라는 인생의 매개체 속에서 서로의 경험은 교차되고, 기억도 겹쳐지게 된다.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무언의 욕은 생존에 대한 집착이었으며, 타인에에게서 느껴지는 생존을 감지하는 그 순간 우리는 멈칫하게 된다 그 멈칫은 연민이었으며, 서로의 속내를 들키는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니다.
삶과 죽음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살아야 할 것인가, 죽어야 할 것인가, 삶 속에서 우리가 몸부림 치는 그 순간, 누군가 내미는 손은 나에게 살아야 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삶에 대한 짙은 기억들이 알알이 맺히듯이,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의 시인 허수경의 짙은 기억의 향수를 감지하게 된다.그 기억은 우리에게 인생에 있어서 또다른 의미가 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