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문화 답사기 : 진도·제주편 - 치열한 생존과 일상을 기록한 섬들의 연대기,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섬문화 답사기 시리즈 4
김준 지음 / 보누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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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일 년 앞서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와 해남군 무내면 학동리를 있는 진도대교사 놓였다.뱃길이 끊기고 섬은 육지가 되었다.목포에서 진도 소포리를 오가던 뱃길이 끊기면서 포구주막도 문을 닫은 지 오래되었다.숱한 사연이 이어지던 뱃길 위로 자동차가 달리고 소금밭은 논이 되고 다시 태양관발전소로 바뀌었다. (-63-)


"누구요? 섬에 왔으면 신고를 해야제. 대놓고 사진을 찍으면 쓰것오."
배에서 내려 마을로 가는 길목에 낡은 섬집과 그 안을 기웃거리며 사진을 몇 장 찍는 것을 본 모양이다.여행객이 거의 찾지 않는 섬이라 낯선 사람이 어슬렁거리니 행동거지를 주목했던 것이다.옛날 같으면 틀림없이 '간첩'이라 신고했을 것이다.섬에 들면 늘 이장이나 동네 어른에게 인사를 드리고 궁금한 것을 여쭙지만 간혹 이런 일도 생긴다. 넉살좋게 "마을로 가는 길에 몇 장 찍었어라."라고 하면서 인사를 하자 어디서 왔느냐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287-)


조선시대에는 제주를 둘러 25곳에 봉수가 설치했다. 사리봉, 원당봉, 지미봉, 도두봉, 모슬봉, 예촌망 등 오름의 이름에 '봉' 이나 '망;이 붙어 있다. 식민지 시대에는 오름도 편치 않았다.100여 곳의 오름에 지하갱도진지를 구축했다.진주만 공격을 시작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은 수세에 몰리자 최후의 결전을 제주에서 준비했다. (-538-)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제주와 진도의 공퉁점은 아픔이 아닐까 싶다.그것도 역사적인 큰 사건이 일어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망각을 두려워 하는 또다른 이유, 그 섬에 깃들여져 있었다. 묻으려 하는 사건들, 제주도에는 제주 4.3 사건이 있었고, 진도  앞바다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두 사건은 1948년에 일어났고,2014년에 일어났다.비록 70년 가까운 시간적인 터울이 있지만, 섬사람에게는 그 사건들은 아픔의 생체기였다.살아가면서 적적한 곳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던 그들의 내밀한 삶 속에 외로움이 있었으며, 그들은 자급자족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게 된다.공교롭게도 육지 사람들은 그 섬을 그냥 두지 않았다.고기를 잡고, 전복 ,소라, 미역,톳, 각 섬마다 자생하는 해조류와 눌고기는 그들의 삶을 연명하게 되는 또다른 삶의 희망이 된다.그러나 우리는 그 섬 하나 하나 놓치지 않게 되었고.그 안에서 역사와 마주하게 되었다.


유인도에는 사람이 산다.무인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그 대신에 자연이 숨쉬면서, 쓰레기가 도처에 살아가고(?) 있었다.사람이 버리고 간 쓰레기, 저 먼 바닷가에서 떠밀려 온 쓰레기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인도에 방치되고 말았다.간간히 낚시 명소로 손꼽히는 곳에는 강태공들이 흘려 놓은 쓰레기들도 곳곳에 숨어 있었다.더군다나 그들은 즐길 때만 즐기고, 그것이 때를 놓치게 되면, 사라지게 된다.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의 법칙 안에서 그것이 인지상정이라 하지만, 섬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사람을 그리워 하며,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그들은, 사람을 그리워 하면서, 사람을 거부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술과 자본은 섬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기술은 기존의 삶의 양식을 또다른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덮어 버린다.기존에 무엇이 있었던 간에 기술적인 요소들은 그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섬이 섬인채 방치되지 못하고, 진도대교가 세워지고, 육지처럼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섬은 이제 매력적인 곳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섬이 점점 더 늙어가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사람들의 이기적인 삶의 방식은 점점 더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게 된다.섬사람 특유의 삶의 법칙, 섬사람에게 익숙한 삶이 때로는 외지인들에게 숨막히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더 나아가 그들의 치열한 삶의 방정식이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깄으며, 그들만의 문화가 되어졌다. 때로는 동경하고, 경외심을 느끼게 되는 곳이건만, 그것이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었다.살아가는 것이 별다르지 않건만, 섬사람들은 그들만의 생존 수단이 있었고,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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