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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노래
나카하라 추야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무지근하고 어두 침침한 연못 표면에서,
모여든 여잎이 흔들려,
연잎은 ,유들유들하니
소곤소곤하는 소리밖에 내지 않지.
소리를 내면 내 마음이 흔들려.
눈길은 흐릿하게 밝은 지평선을 쫒지....
거뭇거뭇하게 산이 들여다보일 뿐이지.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으니.
무엇이 슬프다 한들 이다지도 슬프지는 않으리
풀뿌리의 향기가 가만히 코에 닿고,
밭의 흙이 돌과 함께 나를 보고 있구나. (-42-)
너의 그 하얀 두 다리가,
저녘,항구 마을의 추운 저녁.
죽쭉 뻗으며 , 포장도로 위를 걷는 게다.
가게들마다 불이 켜지고, 불이 켜지며,
내가 그것을 보면서 걷고 있자니
네가 말을 거는 게다.
어디 들어가서 좀 쉽시다 라며,
그래서 나는 ,다리와 작은 짐배를 보다 말고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게다.
왕왕대는 소음,답답ㅏ게 차오르는 스팀,
그것 참 여기는 별세계.
거기서 나는, 시의적절하지 않은 너의 밝은 얼굴을 바라보고,(-112-)
유년기
내 몸 위로 떨어져 내리는 눈은
마치 풀솜과 같은 느낌이었죠.
소년기
내 몸 위로 떨어져 내리는 눈은
마치 진눈깨비 같았습니다.
열일곱-열아홉
내 몸 위로 떨어져 내리는 눈은
꼭 싸라기눈처럼 흩어졌지요. (-196-)
나카하라 주야의 <염소의 노래>는 100년전 일본 사회를 연상하게 된다.그의 이름 '나카하라 주야'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낯설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가 서른이라는 짧은 삶을 살아왔으며, 평생 남겨놓은 시들이 생전에 남겨 놓은 시집 한권과 유고작 <지난 날의 노래> 한 권이 남아 있어서이다.생전에 쓴 책이 바로 나카하라 주야 의 <염소의 노래>이다.
<염소의 노래>는 지극히 자연적이다. 자연 속에서 독특한 시상을 찾아내고 있으며, 그 안에 저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에 대한 관점을 표출하고 있었다.형식은 일본 고유의 시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시상은 나카하라 주야가 롤모델로 삼았던 프랑스 시인 랭보를 따라하고 있었다.형식과 일본 특유의 시상이 일치하지 않는 것, <염소의 노래>가 상징주의를 표현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니었다.우리의 심리적인 요인들 주에 부정적인 인자로 손꼽히고 있는 권태, 허무, 실연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흐름을 쫒아가고 있었다.그래서 책에서 저자의 시 속에 유년기가 등장하고, 죽음이 반복되어 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인간의 삶의 패턴을 노래하고 있으며, 나이가 먹어감에 다라서 그 사람의 삶에 대해서나, 나이의 굴레들은 눈을 통해서 투영시키고 있었으며, 순수하게 내렸던 눈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돌이켜 보면 우리의 삶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소복히 샇이는 보드라운 눈ㅡㄴ 우리 삶에 있어서 유년기에 해당된다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협적인 눈은 성년기에 해당된다. 유년기와 성년기를 동시에 나란히 놓음으로서 ,우리가 잃어버린 고유의 삶의 양식은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었다.권태와 허무, 실연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삶을 고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