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
고진하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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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의 옥수수가 자라는 걸 보면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그런데 왜 오늘 우리의 삶은 성장하지 못하고 자꾸 천박해질까. 편리와 속도와 효율을 우리 삶의 척도로 앞세우기 때문이 아닐까.이처럼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적 시대정신에 영합하며 살아 보면,우리 존재는 성장하기는커녕 왜소해지고 천박해지기 일쑤다. (-34-)


창조적 삶이란 무엇인가.누가 새 시집을 출간하거나 새로운 예술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때 '산고'를 치르었다고 치하하듯이,무언가 새로운 것을 낳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누가 낳을 수 있는가.생기발랄한 정신을 지닌 자만이 낳을 수 있다.다시 말하면 몸은 노쇠해도 정신의 자궁이 파릇파릇한 이만이 낳을 수 있다.(-55-)


아무리 힘든 환경에서도 잡초는 자살하지 않는다.밟히고 또 밟히면서도 굳세게 살아가는 질겨이를 보라.본래 질경이는 다른 식물들과 경쟁할 댄 약한 식물이라고 한다.하지만 밟히며 살아가는 데는 질경이를 따라올 식물이 없다.그래서 다른 식물들이 살아가니 못하는 길바닥을 서식지로 삼는 것,여린 잎 속에 강한 실 줄기가 들어 있어 사람들 발길에 밟혀도 다시 오똑 일어나며, 씨앗속에 젤리 모양의 물질이 있어 물에 닿으면 부풀어 오르며 달라붙는 성질이 있는데,바로 이 성질을 이용하여 씨앗을 퍼뜨린다고.(-99-)


나이가 들며 마음이 더 여려지는 것일까.미물이라도 살아있는 것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롭다.어제는 나물을 뜯으러 숲에 들었다가 알 수 없는 벌레에게 쏘여 손등이 퉁퉁 부었지만 벌레를 미워하는 마음은 없었다.대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것에 비하면 그 정도야 견딜 만한 아픔이 아닌가.(-162-)


"사하라 사막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공기 부족이 아니라 공기 과잉 현상이라는 것,그러니까 정체된 상황에 부딪힐 때 우리의 자신만만한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내야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타이어에서 공기를 빼고, 차의 높이를 낮추듯이 우리의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면, 현실 세상과 좀 더 가까워지고 좀 더 인간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216-)


나는 과식을 부추기는 식탁 앞에 앉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곤 한다.우주의 원리에서 보면 물질은 하나가 비면 다른 하나가 채워지게 되더 있다.그러니까 음식을 채우는 그릇(위)을 비우면 건강한 정신이 우리 몸 그릇에 깃들게 되는 법, 내 경험에 의하면 소식, 즉 물질의 욕심을 비우면 우리 영혼이 정화되는 효과도 있다.가볍게 먹으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지나친 식탐을 자제할 수 있으면 다른 욕망에 대한 자제력도 배가된다.(-270-)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따라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졌다.자본주의는 반드시 파괴와 소멸을 잉태하게 되고, 자연의 순환에 거스르는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경제 성장과 자본 취득을 당연하게 생각하다 보니 자연과 생명 경시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자급자족적인 삶에서 벗어나 편링와 속도,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어느덧 되돌릴 수 없는 상황,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자연은 안타깝게도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은 쉽지 않으며, 우리 스스로 자연을 보존하고 가꿀 필요가 있다.


도시 속에서 자연은 인위적이다.가꾸지면, 전혀 자연적이지 않은 왜곡된 형태이다.처음 보기에는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지만,시간이 지나면 인위적인 자연은 폐기되고, 버려지기 마련이다.한편 잡초는 그렇지 않다.잡초는 우리 주변에 흔하며, 널리 펴져 있으며, 지극히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생존하고 있다.사람의 발에 짓밟히고, 사람의 손에 훼손되면서도, 언제나 당연한 듯 자신의 존재가치를 뽐내면서 살아가고 있는게 잡초의 섭리였다.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잡초와 더불어 살아가는 고진하 씨는 자연 속에서 작가로서의 영감을 획득하고, 흙집과 더불어서 불편한 삶을 감내하고 있었다.불편한 삶을 살아가면 먼가 아쉽고 속상하거나 때로는 억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도심 속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면서,고품격으로 살아가면,우리는 항상 채울 수 있고, 채우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돋보일 수 있다.그렇지만 그로 인해 지출하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다.


자연은 비움과 순환의 법칙에 따른다.비워 있어야만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자연은 말하고 있다.당연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채워진 상태에서 더 채우려 하니, 그것이 넘처 흐르게 된다.인간의 욕망은 그렇게 점점 더 세상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자연은 버려지는 것들은 다 요긴하게 쓰여지고 있다. 흙에서 만들어진 것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삶과 죽음의 순환과정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생명을 관찰하면서 터득하게 된다.물론 이 책을 쓴 저자도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삶과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자연은 경쟁 속에서 협력하게 되고, 협력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생관게였다.인간의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자연을 회피하는 삶이 아닌 자연 속에 파묻혀 사는 것, 잡초와 친구하면서, 내 식탁위에 가지란히 잡초로 만든 음식을 먹어봄다면, 그 느낌은 새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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